어버이연합 '망나니' 비판 평론가 대법원 무죄 확정
어버이연합 '망나니' 비판 평론가 대법원 무죄 확정
이안 “유병재 위해서라도 이겨야겠다 생각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수사 속도는 왜 이리 느린가”

2년 전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단식투쟁을 ‘폭식투쟁’으로 조롱했던 어버이연합에 대해 ‘망나니’, ‘탐욕’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모욕죄로 기소된 영화평론가 이안(본명 이안젤라)씨가 대법원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권순일 대법관)는 12일 오후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안씨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자신을 명예훼손 또는 모욕했다며 비판·풍자한 이들을 상대로 잇달아 고소고발하고 있는 어버이연합의 법적 대응 남발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안 평론가가 2년 여 동안 검찰 수사와 소송을 벌이게 한 것은 지난 2014년 9월9일 미디어오늘에 ‘죽음에 이르는 첫 번째 큰 죄, 폭식’라는 칼럼 때문이었다.

이 칼럼에 대해 1심(원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이영선 판사는 지난해 7월17일 1심 판결에서 검찰의 기소에 대해 “어버이연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 언사로 볼 수 있으나,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망나니’란 언동이 몹시 막된 사람을 비난조로 이르는 말이고, ‘아귀’란 살아있을 때의 식탐 때문에 죽어서 배고픔과 목마름의 고통을 당하는 중생을 뜻하는 불교 용어이므로, 소위 폭식 투쟁을 비판하는 위 칼럼의 전체적인 주제”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해 8월 제출한 항소이유서에서 “대다수의 회원이 고령의 노인인 피해자 연합을 상대로 망나니 아귀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동양 유교적 관점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사회적 품위를 잃은 행위”라며 “객관적으로 명백한 모욕적 표현이 기재돼 있다면 양의 다과를 불문하고 사회상규에 반하는 모욕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 지난 2014년 어버이연합 등이 광화문 광장에서 폭식투쟁을 벌였다. 사진=금준경 기자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오연정 부장판사)는 지난 1월28일 항소심 판결문에서 “원심(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 소식에 이안씨는 12일 어버이연합의 고소 남발을 막아야 할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하더니 끝내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최근 어버이연합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예능방송작가 유병재씨를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스럽다”며 “이 사건은 애초부터 검찰이라는 기관이 기소를 할 사건이 아니었는데 무리하게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올바르게 기소권을 행사하라고 세금내는 것인데 이렇게 어버이연합이 마구잡이 고소를 남발하면 불기소할 건 불기소해야지, 무리하게 기소하더니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와서 결국 패소한 것이야말로 검찰이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2년 전에 고소당했다고 했을 때 아는 변호사들이 ‘검찰이 그렇게 우스운 조직이 아니다’라며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기소했다”며 “경찰 수사때부터 기소할 것이라는 얘기를 한 것을 보면 어버이연합-경찰-검찰로 이어지는 큰 커넥션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자신이 칼럼을 쓴 이후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 2년이 걸릴 만큼 신속히 진행된 것에 비해 최근 어버이연합과 전경련 등의 게이트에 대한 수사는 왜 팔짱만 끼고 있느냐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나는 칼럼 쓴 이후 무죄 확정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수사하자마자 곧장 기소하고 재판했다”며 “그런데 최근 전경련-어버이연합의 수상한 돈 거래 등의 의혹에 대해 검찰 기소는커녕 전혀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굉장히 중요한 하수인 역할이거나 키맨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또한 내가 썼던 칼럼의 주요내용인 세월호 문제에 대해 왜 아직도 진상규명은 고사하고 ‘청해진-언딘-해경-국정원-대통령의 7시간’ 등까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느냐”며 “그러면서 내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 공익에 관한 지극히 당연한 문제인데도 말도 안되는 모욕죄를 적용해 기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것을 보면, 어버이연합이 자신이 직접 고소하면 적어도 검찰이 기소한다는 확신을 갖지 않는다면, 나 뿐 아니라 최근 작가 유병재씨를 어떻게 이렇게 쉽게 고소했겠느냐”며 “내 사건이 좋은 선례가 돼 함부로 기소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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