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서 안되서 때론 과격한 액션이 들어가기도 한다. 진보, 보수, 중도 등 이념보다 바른 사회를 지키려는 회초리를 든 어른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2014년 9월 4일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얘기다. 어버이연합은 추 사무총장 말과 달리 '회초리를 든 어른'들의 모임이라기보다 폭력을 휘두른 단체에 가까웠다.

특히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인면수심의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폭행을 저질렀다. 알리바이로 '과격한' 시민사회단체라고 변명해왔지만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폭행까지도 서슴없이 저질렀던 것이 어버이연합이었다. 

세월호 유족인 김영오씨가 40여일 넘는 시간 목숨을 내건 단식 농성을 벌일 때인 2014년 8월 어버이연합은 "우리는 김영오씨의 진실을 요구하는 단식을 진행한다"면서 세월호 유족의 단식 농성을 조롱하기 위해 자장면을 시켜먹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어버이연합은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았다. 그해 7월 이들은 단식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 난입해 기자회견을 했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네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어버이연합 회원 윤아무개씨 등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대를 발로 차 넘어뜨려 경찰에 연행됐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캠페인도 어버이연합의 '과격한' 항의에 무산되는 일도 벌어졌다. 2014년 8월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내용이 담긴 인쇄물을 배포하려고 했지만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몰려들어 장소를 변경했다. 하지만 변경된 장소인 종로구청까지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따라와 욕설을 하며 막아섰다. 종로구청에 도착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국회로 돌아가야 했다. 

급기야 어버이연합은 2014년 11월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광화문 농성장의 철거를 요구하는 기습집회를 열고, 시청 안까지 진입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행태를 벌였다.

지금은 어버이연합 돈줄 의혹 내부고발자로 지목 당한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이제 광화문과장을 서울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세월호의 아픔을 역사에 묻고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은 성명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광화문 불법천막에 실망하고 있으며 이런 실망이 국가 안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전에 정부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농성장 철거를 요구했다.

2014년 7. 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세월호 특별법을 '평생 노후보장 특별법'이라고 비난하는 의견광고를 신문에 게재했다. 이들은 광고에서 "우리 국민들의 이성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월호 특별법안의 주요 골자"라면서 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 공무원 시험 가산점 부여, 단원고 피해학생 전원 대입특례전형 및 수업료 경감, 사망자 형제자매 대입특례전형 및 수업료 경감 등 17개 항목이 특별법에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내용으로 드러났고 새누리당이 '대외비'라며 유포시킨 내용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치권과의 커넥션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궐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공작 정치를 기획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세월호 특별법을 호도하고 유가족과 야당을 모욕하는 일체의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에 대해 검찰과 선관위가 즉각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유기홍 수석대변인)고 촉구했다. 결국 해당 광고를 내건 어버이연합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진상 규명 요구가 봇물이 터질 때 정부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에 올인하자 자체적으로 1천만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어버이연합은 2014년 5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다판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전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면서 "어버이연합에 유 전 회장을 붙잡기 위한 결정적 제보를 하는 분께 1천만원의 현상금을 드리겠다"고 발표했다.

뉴시스는 지난해 10월 26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국정화 비밀TF 사무실이 있는 국립국제교육원 앞에 몰려가 집회를 한 모습을 사진에 담고 "술 마시고, 구타하고, 담배피고... 무법천지 어버이연합"이라는 사진 기사를 내보냈다. 사진에는 어버이연합 회원이 경찰을 폭행하고 건물 한 켠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담배를 피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10월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국정화 추진을 찬성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세월호 광화문 분향소 서명대를 훼손하고 이를 말리는 시민들을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어버이연합의 폭행은 올해까지도 계속됐다. 지난 2월 5일 설연휴 귀향객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유족과 시민들은 서울역 앞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했지만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몰려와 욕설을 하고 서명운동 측 관계자 한명을 폭행했다. 폭행을 당한 사람은 입술이 찢어지고 눈동자 실핏줄이 터졌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천만 서명운동을 하기 위해 서울역 광장을 찾았고 세월호 서명운동을 보고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어버이연합은 자신들이 저지른 폭행에 대해서는 '어르신들의 우발적인 실수'라고 주장하며 실형 선고 등 법적 처벌을 피해오면서 '폭행단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소 고발을 통해 맞대응을 해왔다.

지난 2013년 8월 안철수 의원은 전순옥 의원이 국정원 개혁 유인물을 배포하다 강경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폭행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비난했다. 전 의원은 국가인권위 청사 앞에 도로에서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 3명으로부터 유인물을 뺏기고 넘어졌다. 경찰은 이들 세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에 어버이연합은 "개인의 우발적 단순 폭행사건을 어버이연합 단체 전체가 폭행범인양 피고소인 안철수는 본인 계정의 트위터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강경 보수단체, 폭행범이라는 허위사실을 다수의 사람들로 트위터로 전파하여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명예를 훼손시킨사실이 있다"고 경찰에 고발했다.

집회 알바 돈줄 및 청와대 지시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다면 어버이연합이 폭행을 저지르고 '개인의 실수'라고 변명하는 등 과격집단의 행태가 계속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회계장부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지난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모두 39회의 세월호 반대 집회를 열었고 1259명에게 일당 2만원씩을 주고 집회 동원 알바를 고용한 것으로 나온다. 

전경련 등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댄 의혹 역시 '과격한' 어버이연합에 기대 여론을 호도하고자 하는 '유혹'이 작용했고, 공권력도 어버이연합 회원의 폭행에 적극적인 처벌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폭행의 악순환이 계속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설연휴 귀성객을 상대로 세월호 서명운동을 벌이다 폭행을 당한 김현식 민중의힘 사무국장은 통화에서 "사건이 발생한지 80일이 됐다.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동영상과 사진까지 증거로 제출했는데도 2명만 특정되고 1명은 특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만 전해듣고 검찰 송치 및 기소 여부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통상 만약 진보 진영 쪽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입건이 되고 불구속 수사니 검찰 쪽에 벌써 넘어갔을 사안인데 지지부진하다"고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어버이연합 쪽에서 폭행 사건을 일으켜도 벌금 등 경미한 처벌을 받아왔다. 현장에서 폭행이 일어나도 막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고 벌금 등을 내주겠다는 지침이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무자비하게 사람을 때리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갈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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