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쓰레기는 분리수거 될 것”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쓰레기는 분리수거 될 것”
[인터뷰]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살아남기 위한 경쟁, 방송 본령은 지켜야”

‘제1세대 스타PD’.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MBC의 ‘우정의무대’, ‘일요일일요일밤에’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등의 한때 MBC 간판 예능이었던 프로그램을 떠올린다. 그의 경력도 화려하다.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교수, PD, 방송사 사장을 역임한 그는 다시 교편을 잡고 대학생들을 가르친다. 여전히 방송계를 떠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젊고 활기찬 PD였다.

그는 방송사만 MBC와 OBS, JTBC 등을 거쳤다. SBS도 없었던 1983년, MBC에 입사한 그는 SBS, OBS, 그리고 종편 등의 탄생 등 방송계의 변화를 바라본 산 증인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2일 오후 주철환 아주대 교수(61)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몸을 담았던 MBC와 OBS, JTBC 등은 특히 한국 방송사에서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독과점 혜택을 크게 누려왔지만 지금은 내홍을 겪고 있다. iTV에서 시작해 경인지역 민영방송으로 자리잡은 OBS는 지금도 생존의 위기를 어렵게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종편이라는 특혜를 안고 출발한 JTBC는 ‘종편 아닌 종편’으로서의 새로운 존재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사진=차현아 기자.
약 20여년 간 PD로 재직했던 MBC에 대해 묻자 주 교수는 “미디어오늘이 MBC의 현 상황에 대해 분석한 것에 내가 더 덧붙일 것은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무한도전 이외에 특별한게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과거 주 교수가 MBC에 재직했던 때에는 창의성과 자유경쟁이 존중되던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선후배간 억압과 저항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지난 2007년 사장을 맡았던 OBS에 대해서는 “태생이 불행했던 방송사”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조금만 ‘너그럽게’ 대해줬더라면 방송허가를 받은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어려움에 처한 OBS가 좀 더 희망적이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이유에 대해 주 교수는 “당시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iTV 당시 구조조정에 대해 쓰라린 기억이 있는 사람들한테 또 구조조정이라니 말이 되나. 걱정말라, 되더라도 내가 먼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내가 먼저 나왔다. 더 이상 OBS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JTBC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름 종편 중에서는 ‘종합편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채롭고 재밌는 방송을 내보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TBC 동양방송이 80년 통폐합되면서 사라진 이후, 이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나온 것이 JTBC였고 언젠가는 이 부활을 꿈꾸지 않겠냐는 것이다. JTBC에서 콘텐츠본부장, 대PD라는 직함을 가졌던 그가 JTBC를 떠난 이유는 “4년 정도 있으면서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기 어려웠고, 때마침 교수직 제의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제1세대 스타PD였던 그에게, 김태호PD와 나영석PD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 PD는 어떻게 보일까. 주 교수는 “내가 씨를 뿌렸고, 그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 교수에 의하면 20년 전에도 스타 PD는 있었고 그들이 만드는 간판 프로그램들은 있었다. 다만 과거에는 시청자들이 연예인 위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면, 지금은 PD가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보고 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당시 PD들은 별로 말이 없었다. 내가 당시에 한겨레에 기고를 하면서 PD의 역할과 방송의 나아갈 길 등을 언급하기도 했었는데, 주변에서는 이런 (대외적) 활동에 대해 오해가 좀 있었다. 이육사의 ‘광야’라는 시를 차용하자면 나는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린 사람인 것이고, 김태호와 나영석 등은 ‘백마타고 오는 초인’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약 30여년 간 그가 방송계 안팎에 몸을 담는 동안 종편과 케이블채널이 등장했다. 그가 PD가 됐을 당시 방송사는 MBC와 KBS 단 두 곳 뿐이었다. 지금은 뉴미디어 시장인 MCN까지 열렸다. 채널이 수 백개가 등장한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선정성 경쟁에 매몰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인 채널이 쏟아내는 자극적인 방송과 종편의 막말 방송은 실제로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증거로도 읽힌다.

▲ ⓒ iStock.
주 교수는 “아무리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해도 방송 본령은 지켜야 한다. 호텔 밥만 위생적이어야 하나. 2000원짜리 김밥도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 누군가 먹어야 하는 밥이면 위생은 똑같이 지켜야 한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방송이라는 것이 지켜야 하는 마지노선은 있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방송계에 다양한 콘텐츠가 난립하며 가져온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주 교수는 그래도 낙관적인 입장을 취했다. 지상파든 케이블방송사든 결국 콘텐츠가 좋고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는다면 치열한 경쟁 사이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30여년 간 방송계의 변화를 읽어온 그도 결국 답은 시청자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원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주 교수는 한국YWCA연합회의 좋은TV프로그램상 심사위원도 맡고 있다. 올해 꼽힌 프로그램 중 하나는 tvN의 ‘응답하라1988’이었다. 20회를 맞은 좋은TV프로그램상에 케이블채널의 방송프로그램이 꼽힌 것도 하나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지상파 3사가 독과점하던 시장에서 케이블 방송사의 신선하고 좋은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과거 방송시장과 달리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채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좋은게 많으면 쓰레기도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쓰레기는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결국 좋은 것들만 고르고 골라 시청자들이 소비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낙관의 근거를 밝혔다. 자신이 몸 담았던 방송사들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힘들어도 결국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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