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때아닌 대북방송 지원사업 추진 논란
방문진, 때아닌 대북방송 지원사업 추진 논란
1억원 규모, 탈북·보수단체 지원 가능… “남북교류 도움은커녕 북한주민 통제 강화 초래할 것”

개성공단 폐쇄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대북방송 지원 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방문진(고영주 이사장)은 지난 7일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여권 추천 이사 5인이 동의해 예정에 없던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 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 추진 결의안’을 상정했지만, 야당 추천의 이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충분한 검토 시간을 가진 후 차기 이사회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됐다. 

이 안건을 발의한 5인의 이사(권혁철·김광동·김원배·유의선·이인철) 중 대표로 김광동 이사는 “한반도 북부지역의 2300만 우리 민족은 지난 몇십 년간 봉건적 전체주의적 체제이면서도 극도로 고립된 독재체제 속에서 최소한의 생명권과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노예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북한주민의 방송 청취 확대를 통한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확산 및 민족 동질성 회복이라는 목적을 위해 방문진도 주어진 공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사업 추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어 “과거 독일 통일 전 동독 지역에서 서독의 방송을 시청했던 지역의 사람들이 독일 통일에 훨씬 적극적이었고, 통일 이후에도 사회 적응 및 사회통합의 수준이 훨씬 빨랐다”며 “자유와 민주라는 보편가치는 물론이고 민족문화 및 대한민국이 지향해 온 평화와 번영을 북한주민들도 함께 누리고 지향할 수 있도록 방송시청 확대 사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글=김유리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 사업은 방문진이 무려 1억 원의 방문진 추경 예산을 편성해 사업자 공모 절차를 거쳐 지원하는 사업으로, 현재 북한 주민에게 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 KBS와 극동방송을 비롯해 탈북단체들의 대북 방송 사업에도 예산이 지원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영주 이사장과 김광동 이사 등 반북·보수단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방문진 이사들이 이들 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김광동·권혁철 이사는 지난 2014년 고 이사장이 상임위원장이었던 ‘통진당해산 국민운동본부’의 집행위원을 맡기도 했다.

야당 추천의 이완기 이사는 “우리가 북한에 일방적으로 방송을 전달하면 남북관계가 정치적·이념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남북 간 또 하나의 갈등을 만들 수 있는 문제”라며 “북한 주민을 위해 여러 정보를 주는 건 좋은데 북한 정권이 대북방송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고 홍보·선전으로 받아들일 여지도 있어, 남북 갈등을 피하기 위해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문진의 대북 방송 지원사업과 관련해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독일의 사례처럼 방송 교류 차원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방향에서 일방주의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때 외려 독재 정권의 통제를 강화하는 명분이 되고, 지금처럼 준전시 상황과 비슷한 조건에서는 일종의 대북심리전이 되기 때문에 북한을 굉장히 자극하게 될 것”이라며 “남북 간 정상적 교류나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문을 더 닫게 하고 통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우리 방송을 북한에 전파하는 것이 필요성이 있다면 일방적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남북 간 협의를 통해 방송 교류를 확대하는 방식을 취해야 북한 주민을 위해서도 가장 확실한 효과와 전달력을 가질 수 있다”며 “실제로 동독 내에서 합법적으로 모든 주민이 서독 방송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게 통일의 가장 중요한 지름길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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