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은 정책선거가 될 수 있을까? 선거구 획정부터 후보자 공천 등이 늦어지면서 공약 개발도 부실했고 해당 공약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것도 늦어졌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1일 이번 총선 주요 4당(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의 153개 정책을 비교·분석해 발표했다.

경실련은 △경제 △정치 △사법 △통일·평화 △사회복지·교육 △부동산·국책사업 △소비자·기타 등 7개 분야 153개 주요정책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여당과 야3당의 정책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국민의당과 약 30%(45개), 더민주와 26%(40개), 정의당과 16%(25개) 순으로 정책이 일치했다.

야당 간에는 더민주와 정의당의 정책이 약 70%(107개),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정책은 약 60%(91개),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정책은 57.5%(88개) 순으로 일치했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경실련 20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검증·투표참여캠페인단장)은 “새누리당은 4년전만 하더라도 복지, 경제민주화 등 야당의 요구를 수용했는데 이번 총선에는 관련 내용을 거의 삭제했다”며 “집권여당으로 향후 4년간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을 결여해 공약의 미래성, 참신성이 떨어졌고 야3당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고 총평을 내놨다.

각 분야별로 좀 더 살펴보자.

경제민주화·재벌개혁 사라진 새누리
기존 순환출자 해소, 더민주와 정의당만 찬성
정의당이 재벌개혁 의지 가장 강해

경제분야에서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개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새누리당은 소유·지배구조 개선안인 기존 순환출자의 해소, 지주회사 부채비율과 자회사 지분보유 정상화, 금산분리 강화, 집중투표제 및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에 대해 반대했다. 반면 재벌개혁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정당은 정의당으로 나타났다.

▲ 지난4일 정의당 안양동안을 정진후 후보(왼쪽 두번째) 심상정 대표(오른쪽 두번째)의 지원유세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새누리당은 기존 순환출자 해소 관련 경실련 정책질의에 대해 “강제적 해소를 위한 법 규정 도입에는 반대한다”며 “공시 및 공개 등 시장감시기능 강화를 통한 기존 순환출자의 자발적 해소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의당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더민주와 정의당은 규제에 찬성했다.

금융산업이 대주주의 사금고, 계열사에 대한 지원에 악용되지 않게 금융계열사와 일반계열사 등을 분리하는 정책에 대해 새누리당은 “금산분리를 위해서는 금융지주와 일반지주의 완전분리보다는 중간금융지주제 도입 등 조화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할 수 있다”며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복합그룹 감독강화 등 별도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금산분리 원칙이 재벌개혁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벌그룹을 자산순위에 따라 10대 혹은 30대 그룹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해서 새누리당은 “자산순위 기준으로 지정할 경우 다른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에 의해 규제여부가 결정되는 등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며 “현재와 같이 자산규모 기준으로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대했다.

국민의당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경우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데 경제규모가 상승했으니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해당 제도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더민주와 정의당은 세부적인 이견이 있었지만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해 찬성했다.

▲ 왼쪽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민주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포커스뉴스

4당이 일치한 정책도 있다. 4당은 원산지표시제 위반으로 얻은 부당이익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에 모두 찬성했고, 소비자피해액이 큰 기업의 중대 불공정거래에 대한 소비자집단소송제 도입도 모두 찬성의견을 밝혔다.

정의당 의원정수·비례대표 확대 상향식공천제 찬성
4당 모두 권력구조 관련 입장제시 안해

정치분야에서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정책일치도가 가장 떨어졌다(23개 중 7개 일치, 30.4%). 이 중 3개는 ‘기타’답변으로 사실상 일치하는 정책은 공직자 친·인척 등 이해관계자를 직무에서 제외하는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제정과 관피아 척결을 위해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등 정부의 인사혁신시스템을 강화, 연중 상시 국회 운영,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방식 변경 등 4개 정책 뿐이었다. 이중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안 제정, 정부인사혁신시스템 강화 등은 4개 당이 모두 일치한 의견을 내놨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정치분야에 대한 정책 중 15개(65%)로 가장 많이 일치했다. 일치한 정책은 국회의원 수 증원 반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과 국회 예결위원회 상임위화, 출판기념회 수입·지출 투명화, 선거법 위반 다음 공천 배제 등이었다.

정의당은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주장했고, 국회의원 수 증원에 대해서도 네 정당 중 유일하게 찬성 입장을 내놨다. 정당 국고보조금을 독일처럼 당비 수입 규모에 비례해 차등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상향식 공천제 법제화 역시 유일하게 찬성 입장을 냈다.

4개 당 모두 대통령 임기와 권력구조를 묻는 질문에는 “계속 논의가 필요하다”(더민주, 정의당) 혹은 “논의된 바 없거나 결정된 사항이 없다”(국민의당) 등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국회의사당. 사진=포커스뉴스

새누리, 대법관 수 증원·대형로펌 영리취업 금지 등
사법 불신 해결 방안 유보 입장
검찰개혁 위한 독립 기구특검 설치 반대

사법분야에서 더민주와 정의당은 전체 10개 중 8개의 정책이 일치해 가장 비슷했다. 새누리당과 정의당은 일치하는 정책이 하나도 없었다.

새누리당은 사법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대법관의 수를 늘리고, 대법관이 대형로펌에 영리취업을 막는 방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야3당은 모두 찬성했다. 검찰개혁을 위해 독립적인 기구특검을 설치하자는 정책에는 더민주와 정의당은 찬성한 반면 국민의당은 유보,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예산감시 통제에 대해 야3당은 모두 찬성, 새누리당은 반대했다. 새누리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무부 검사 파견 금지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통일분야 더민주-정의당 100% 일치
새누리, 한반도 정세악화 북한 탓
박근혜 정부 정책 판박이

새누리당은 개성공단 가동중단, 5·24조치 등 남북관계 이슈를 북핵문제와 연계해 북한책임으로 돌리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도입, 일본군 위안부 협상 폐기와 재협상 등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북핵문제에 대해 국민의당 역시 새누리당과 비슷한 입장이었다. 북한이 핵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남북경협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드배치는 다른 당보다 더 강하게 반대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평화협정 전환 등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대화를 통해 본질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주변국 균형외교 인도적 지원 확대,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일본군 위안부 협상 폐기와 재협상 등에 찬성했다.

국민연금 투자, 부동산 vs 공공인프라
국정화·양육수당 등 여야 입장 갈려

사회복지·교육분야에서 가장 크게 입장차를 보인 이슈는 국민연금기금을 주신이나 부동산에 투자를 줄이고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보육, 노인장기요양시설) 분야에 투자를 늘리자는 정책이었다. 이에 새누리당은 반대, 더민주와 정의당은 찬성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 급여에 충당하기 위한 ‘책임준비금’으로 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을 최대로 증대할 수 있게 해야한다”며 반대했다. 반면 정의당은 “연기금 규모가 지난해 말 512조원에 달했는데 위험요인이 높은 주식, 부동산투자를 줄이고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를 늘리면 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했고, 0~2세 양육비 인상, 사회복지 예산 2배(OECD 평균 수준)인상, 기초연금과 보육료 전액 중앙정부 부담, 임신에서 출산까지 과정의 의료비 전액 국가 부담 등에 대해 반대하며 야3당과 입장을 달리했다.

서민주거안정 정책 여야 입장 갈려
정의당, 불로소득 철저히 환수 입장

부동산·국책사업 분야 중에선 여야가 서민주거안정 관련 정책에서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렸다. 야3당은 주거보조비 대상자를 현행 4.3%에서 20%까지 확대하고 임대차등록제 의무화,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 강화 등에 대해 찬성했지만 새누리당은 모두 반대했다.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분양원가 공개, 분양권 전매 금지, 재개발·재건축 개발이익환수 강화 등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반대, 야3당은 찬성했다.

전월세인상률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대해서 새누리당은 반대, 더민주와 정의당은 찬성했다. 국민의당은 시장원리를 무시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그 외에도 후분양제 도입, 분양가상한제 재도입을 찬성했고, 뉴스테이와 최소운영수입 보장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경실련은 정의당에 대해 “땅값과 집값 거품을 제거하고 주택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제도 도입은 모두 찬성했다”며 “시장논리보다 재벌기득권과 부동산투기꾼의 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4개 당은 공공임대주택을 선진국 수준(11.5%)으로 늘리는 것은 모두 찬성, 그린벨트 규제완화는 모두 반대해 정책방향이 일치했다.

▲ 사진=연합뉴스

소비자분야, 야3당은 정책 100% 일치
여야 정책 친화도는 36%에 불과

여당은 야3당과 소비자의 알권리 측면에서 입장차가 컸다. 야3당은 모두 공공요금 원가, 통신요금 정보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소극적 태도였다. 새누리당은 특히 통신요금 인하에 대해 “정부의 인허가 정보공개에 대해 정보공개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대해서도 야3당은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를 낮추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은 이용자 간 차별이 줄었고 요금인하 효과가 있었다며 개정을 반대해 정부와 입장을 같이했다.

지연 학연이 아닌 정책선거로

이번 분석에 참여한 서순탁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경실련 20대 국회의원 선거정책·공약·후보검증단장)은 “선거구 획정도 늦었고 후보자 공천도 늦어 공약을 유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았고 공약도 부실했지만 그럼에도 투표율 저조나 정치 불신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지연이나 학연과 같이 전근대적인 요소가 아닌 정책선거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정당선택 도우미’라는 사이트를 통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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