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100만명이면 ‘태양의 후예’ 독점공급했을 텐데”
“푹 100만명이면 ‘태양의 후예’ 독점공급했을 텐데”
[인터뷰] 김혁 SBS플랫폼사업팀장, “데이터 요금만 내면 방송이 공짜? 통신사가 OTT 성장 막고 있다”

TV로 TV를 보지 않는 시대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영상 서비스)와 N스크린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대중에겐 낯설지만 이미 시장은 뜨겁고,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상파, 케이블, 통신사가 각자의 플랫폼을 갖고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했고 영화 추천사이트 왓챠도 OTT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업자는 지상파가 출자한 콘텐츠연합플랫폼의 ‘푹(POOQ)’이다. 지난해 ‘독자 플랫폼’을 선언한 이후  유료방송 콘텐츠를 수급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목동 SBS에서 만난 김혁 SBS 플랫폼사업팀장은 “푹의 독자 플랫폼화는 지상파로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연합플랫폼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SBS에서 푹에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

“통신사와 연합, 패착이었다”

지상파는 콘텐츠사업자이면서 동시에 플랫폼사업자다. 플랫폼사업자라면 독점 콘텐츠를 쥐고 있는 게 이익이고, 콘텐츠사업자라면 콘텐츠를 널리 퍼뜨릴수록 좋다. OTT시장에서 지상파는 ‘콘텐츠 사업자’ 역할을 해오다 지난해 돌연 문을 걸어 잠갔다. 콘텐츠 가격을 올리고,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티빙에 콘텐츠 공급을 끊었다. 김혁 팀장은 “두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독자노선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사건은 통신 3사의 모바일 IPTV와 제휴를 맺은 것이다. 푹은 자체 OTT를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OTT에 입점하는 전략을 택했다. 김혁 팀장은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통신3사 회원이 아닌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봤지만 역으로 통신3사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채널을 공짜로 제공하고, VOD를 포인트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모바일에서도 방송이 공짜라는 인식이 퍼졌고, 지상파 플랫폼 가치도 잃었다.”

▲ 김혁 SBS 플랫폼사업팀장. 사진=금준경 기자.
두 번째는 독점 콘텐츠 확보가 이용자들을 늘릴 수 있다는 경험을 줬다는 사실이다. 푹은 지난해 11월 국제야구경기인 프리미어12를 독점 중계했다. 김혁 팀장은 “이 중계를 계기로 푹이 널리 알려졌고, 회원이 가파르게 늘었다. 포털 사업자나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생중계를 무리없이 해내면서 기술적으로도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 전편을 푹이 독점 공급한다면?”

OTT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다. 푹은 지상파 콘텐츠를 독점으로 공급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수급하고 있다. 젊은세대의 선호도가 높은 JTBC와 제휴를 맺었고, 인기 드라마 ‘셜록’을 제작한 BBC 등 해외 사업자들과도 제휴도 맺었다. 모바일 IPTV에서도 지상파와 유료방송 콘텐츠가 있지만 정액제는 별도로 돼 있어 1만원 가량으로 지상파와 유료방송 VOD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서비스는 푹이 유일하다. 이 같은 전략 덕에 푹 회원은 지난해 10월 26만명에서 현재 37만명으로 늘었다. 

김혁 팀장은 “OTT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기본적인 콘텐츠는 다 확보하고 차별성 있는 독점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넷플릭스도 그랬다”면서 “N스크린은 TV를 대체하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지상파 외의 주요한 콘텐츠를 골고루 갖춰야 하는 건 숙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푹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시작했다. KBS 드라마 ‘페이지터너’ 본방송에 앞서 푹에서 전회차를 공개한 것이다. 물론, 3편 짜리 드라마였고 제작규모가 큰 드라마는 아니었기에 파급력이 크지는 않았다. 김혁 팀장은 “하우스오브카드와 비교하면 아직은 잽을 날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거다. 회원 100만명이 되면 '태양의 후예'같은 작품을 푹에서만 독점 전편 공개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선호도가 높은 방송 콘텐츠는 지상파, JTBC 그리고 CJE&M 3강 구도인데 푹에는 CJE&M의 콘텐츠가 없다.  CJ헬로비전이 운영하는 OTT인 티빙에서 지상파는 빠졌고, 푹에서도 CJ와 제휴를 맺지 않았다. 김혁 팀장은 “우리는 푹에 CJ가 들어오길 원한다. 다만 현실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용자는 지상파 중심의 푹과 CJ 중심의 티빙의 두 채널묶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지만 푹은 누구도 갖지 않은 지상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 지상파는 CJ헬로비전이 운영하는 티빙에 지상파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왜 늦었나? “알고도 당하는 게 위기”

푹은 ‘늦게나마 독자 플랫폼을 찾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독자 플랫폼’에 방점을 찍는다면 긍정적인 의미지만 ‘늦게나마’에 방점을 찍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청자와 광고 모두 지상파와 TV를 떠나고 있는데 변화가 더뎠다는 이야기다. 가장 강력한 콘텐츠를 쥐고 있으면서도 온라인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알고도 당하는 게 위기”라고 김혁 팀장은 말했다. “지상파가 이런 지경에 이른다고 몇 년전부터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체감하기 전까지 과감한 투자를 못 한다. 돈이 안 되는데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 몰랐던 거다. 푹을 처음 만들 때 ‘푹을 만들면 사람들이 실시간 방송을 안 볼 거 아니냐. TV에 해가 되지 않냐’라는 반론도 있었다. 신문도 미래를 고민하면서도 종이신문을 찍고 있다. 디지털 정책을 취하면서도 ‘돈이 안 되는데 너무 투자하는 거 아닌가’라는 회의를 느끼고 있다. 우리와 비슷하다.”

▲ 김혁 SBS 플랫폼사업팀장. 사진=금준경 기자.
푹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혁 팀장은 “이 정도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 회원이 100만 명은 돼야 돈을 벌 수 있고. 장기적으로 500만명까지 확보해야 한다. 이건 사실상 OTT 시장에서 돈을 내는 사람은 다 회원으로 두겠다는 건데,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OTT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당장 돈이 안 나오더라도 시도를 해야 한다. 새로운 이용자들에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건 기존 방송 콘텐츠를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놓은 게 곧 ‘혁신’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김혁 팀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때에 콘텐츠를 보고, 자신이 원하는 장르물에 집중한다. 글로벌 콘텐츠도 과감히 수용한다. 콘텐츠가 재미 없다 싶으면 쉽게 떠난다. 젊은 고객들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만 그들의 요구는 까다로운 것이다. 지상파가 하던대로 해서는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고민이다.” 

김혁 팀장은 “다만 푹은 이용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상파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중기가 출연한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를 봤을까. 종편 뉴스 보는 사람들은 어떤 오락 프로를 볼까. 이런 정보는 콘텐츠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푹 vs 옥수수 vs 넷플릭스 

OTT 시장을 이야기할 때 넷플릭스를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는 국내에 제공 콘텐츠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강력한 파괴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혁 팀장은 “넷플릭스의 목적은 한류 콘텐츠 수급 차원이라고 본다. 넷플릭스가 지상파에 콘텐츠를 달라며 협상을 했었는데, 대부분 해외에 가져갈만한 콘텐츠였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성공요인은 DVD 대여사업을 할 때부터 쌓아온 콘텐츠 데이터베이스와 추천 서비스였다. 푹은 지상파 콘텐츠를 갖고 있지만 2007년 이전 콘텐츠는 찾기 어렵다. 푹에서 ‘모래시계’ 특별관을 열면서 롱테일을 노리기도 했지만 김혁 팀장은 “별 재미를 못봤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창고는 큰데 매장이 작았다. 애초에 DVD사업자로, 때가 지난 콘텐츠로 이용자를 만족시켜야 했으니 추천서비스를 강화했다. 결핍에서 창조가 피어난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만한 추천기술이 없고, 이용자들도 최신 콘텐츠를 소비한다.”

푹에는 기술적인 과제들도 있다. 통신사의 모바일 IPTV나 넷플릭스와 푹을 모두 이용했다면 푹의 스트리밍이 불편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모바일 IPTV와 넷플릭스는 스마트폰에서도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영상을 틀어놓은 채 다른 작업을 해도 큰 불편이 없다. 반면 푹은 화질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상황에 맞게 자동조절이 되지 않는다. 김혁 팀장은 “다른 사업자들은 자체 인코딩을 하는 반면 우리는 방송사의 연합체다. 각자 인코딩한 파일을 모아놓는 정도에 그치다 보니 이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푹의 경쟁자는 통신 3사의 모바일 IPTV다. 그 중에서도 SK텔레콤은 미디어사업에 관심이 많다. 최근 ‘호핀’과 ‘Btv모바일’을 통합해 ‘옥수수’라는 새 서비스를 선보이며 ‘한국판 넷플릭스’를 표방했다. 그러자 푹은 페이스북 광고에 ‘푹으로 탈옥수수’라는 광고를 내걸었다. 김혁 팀장은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면서 시장에서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면서도 “한국판 넷플릭스라고 하기엔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그 와중에 3200억원을 콘텐츠 기금으로 내걸었는데, 콘텐츠 사업자들 줄세우기라는 우려도 든다”고 덧붙였다.

▲ 푹의 페이스북 광고 화면. SK텔레콤의 '옥수수'를 겨냥했다.
SK텔레콤의 옥수수와 KT의 올레TV모바일은 모두 MCN과 VR 등 차세대 콘텐츠 수급에 나서고 있다. 반면 푹은 전통적인 방송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번에도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혁 팀장은 “VR이나 MCN은 검토는 하고 있다. 그러나 유행이라고 무조건 쫓아갈 수는 없다. 아직까지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잘하는 것 위주로 하면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푹의 입장에서 모바일 IPTV와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김혁 팀장은 “통신사에게 OTT는 부가서비스다. 방송 콘텐츠를 고가 요금제 이용자들에게 공짜로 풀고, 자사 모바일 IPTV 이용에 데이터도 차감해주는데  콘텐츠 요금과 데이터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OTT를 얼마나 이용하겠나. 콘텐츠를 공짜로 만들었으니 시장이 커지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자꾸 지상파가 콘텐츠 독점한다고 비판하는데, 통신 3사는 네트워크를 우리한테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혁 팀장은 푹의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는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이 1.8시간에 달한다. 통신3사의 회원들은 2000만명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시간이 짧다. 자기가 비싸게 낸 건 그만큼 활발하게이용한다는 거다. 이 같은 진성 가입자가 소중하고, 이들의 해지율을 낮추는 게 당장의 과제”라고 말했다. 

“TV에 들어가고, 해외로 진출하겠다”

국내 OTT 시장이 매우 작기 때문에 다른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혁 팀장은 “시장이 너무 작아 확장성이 중요하다. TV로 어떻게 들어갈 것이냐. 또 하나는 세계로 어떻게 나갈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푹이 최근 크롬캐스트와 제휴를 맺은 것도 TV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다. 스틱으로 된 크롬캐스트가 있으면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이용해 셋톱박스 없이도 TV에서 OTT를 시청할 수 있다. 김혁 팀장은 “제조사가 아닌 유료방송의 리모컨을 사람들이 쓰다 보니 스마트TV 기능을 활용 못한다. TV에 푹을 까는 건 어려운 과제가 됐고, 우회적으로 크롬캐스트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크롬캐스트의 판매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확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혁 팀장은 “글로벌 시장도 하나의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미국, 동남아, 중국, 유럽 모두 한류 콘텐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문제는 현지에 있는 불법과의 전쟁이다. 불법 콘텐츠가 한류에 이바지한 건 사실이지만 수익을 내려면 불법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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