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박근혜 대통령 ‘빨간 옷’ 선거개입 논란에 또 침묵
지상파, 박근혜 대통령 ‘빨간 옷’ 선거개입 논란에 또 침묵
대구·부산 이어 충북·전북 격전지 방문에도 ‘대통령의 입’ 홍보 방송 자처

지난 8일 4·13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본 선거일을 닷새 앞둔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청주와 전주를 방문해 또다시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지상파 3사 모두 이에 대한 지적은커녕 대통령의 말을 전달해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연이은 지역 방문은 계속해서 논란이 돼 왔다. 지난달 10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진박 논란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구·경북을 방문했고, 이어 16일에도 부산을 찾아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촉구 서명’ 현장을 둘러보는 등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보수언론들도 “총선 개입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KBS·MBC·SBS 지상파 3사는 매번 ‘청와대의 입’ 노릇을 대신하는 데 바빴다. 지난 8일 박 대통령의 충북과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에 대해서도 KBS는 ‘뉴스9’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대전을 시작으로 개설 1년이 넘은 혁신센터 대부분의 점검을 마쳤다고 청와대는 밝혔다”며 “20대 국회는 창업 관련 법안들을 지체 없이 통과시켜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국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 충북·전북 방문 관련 지상파 3사 메인뉴스 리포트 갈무리.
특히 이날은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날이어서 야당이 일제히 선거 개입이라며 비판했을 정도로 대통령의 행보는 단순한 동정이나 발언에 그치지 않은 논쟁적인 사안이었음에도 KBS를 비롯한 지상파 3사는 국정홍보방송을 자처했다. (관련기사 : 대통령 대구·부산 방문, 지상파는 아무 생각이 없나)

박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두 지역 모두 이번 총선의 격전지로 꼽히는 곳으로, 청주에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접전을 벌이고 있고 호남 지역인 전주에선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가 야권분열에도 고전하고 있는 곳이다.

MBC도 뉴스데스크 “박 대통령, 충북·전북 경제행보 ‘20대 국회 확 변해야’”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박 대통령은 창업에 도움이 되는 법안은 지체 없이 통과돼야 한다면서, 20대 국회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SBS는 대통령의 주문을 ‘선거용’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SBS는 ‘8뉴스’에서 “창업이나 이런 데에 도움이 되는 법안들은 좀 지체 없이 빨리빨리 통과시켜주는 20대 국회는 그렇게 확 변모된 그런 국회가 되기를 여러분과 같이 기원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전하며 “박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국회가 노동개혁법안을 비롯한 경제활성화 법안을 뒷받침할 수 있게 유권자들이 투표로 선택해달라는 요구로 풀이됐다”고 보도했다. ‘선거 개입 발언’으로 풀이했음에도 이에 대한 비판적 분석은 한 줄도 없었던 셈이다.

지난 8일 jtbc 뉴스룸 갈무리.
반면 jtbc는 ‘뉴스룸’에서 “총선을 닷새 앞둔 시점에 대통령의 지방 행보가 다시 시작된 건데, 특히 오늘은 사전투표가 시작된 날이어서 야당은 일제히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며 “앞서 지난달 대구와 부산 방문 당시 진박 후보 지원과 선거 개입 논란이 촉발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부적절한 선거 개입 행보에 대한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의 비판을 함께 전했다.

한편 9일 진보와 보수 성향의 신문을 막론하고 박 대통령의 지역 방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은 총선 5일 전에 꼭 충북·전북 가야했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달 10일 대구행에서 보듯 박 대통령의 무리한 행보는 역풍을 불러왔다. ‘배신의 정치’ ‘국회 심판’ 운운에도 반감이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더 이상은 선거 개입의 시비를 부를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삼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선거운동’”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진박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여당 후보들이 열세에 놓인 지역만 골라서 창조센터에 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명백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자 노골적인 선거 개입으로, 현직 대통령이 선거판에 직접 뛰어들면서까지 ‘선거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받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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