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시장, 언론사들의 의자놀이가 시작됐다
제로섬 시장, 언론사들의 의자놀이가 시작됐다
[한국 언론 혁신과 생존 ①] 플레이어는 늘었는데 파이는 제한적, 광고 효과도 급감…무너지는 미디어 생태계

죽겠다”는 비명이 언론계 곳곳에서 들린다. “뭘 해도 안된다”는 자조까지 들린다. 공짜 뉴스가 인터넷에 넘쳐나니 독자를 확충하기도, 콘텐츠를 판매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언론의 생계를 떠받쳐왔던 광고시장은 꾸준히 악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언론의 목표는 어느새 ‘생존’이 됐다. 유령처럼 떠도는 ‘혁신’이란 단어도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제 기존의 방식대로 신문은 기사 하나를 써서, 방송은 프로그램 전후에 광고를 붙여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때문에 언론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광고시장에서 비중을 넓혀가는 인터넷, 특히 모바일에 맞춰 카드뉴스도 만들고 ‘짤방’도 만들고 동영상도 만들어낸다. 방송은 프로그램 중간에 불쑥 광고를 넣거나 넣으려하고, 조롱받으면서도 아예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진행 중간에 제품을 홍보하기도 한다.

신문사들은 그나마 포털이 아웃링크를 허락했을 때 이에 기생하며 어뷰징을 일삼고 언론사닷컴의 수익을 늘렸다. 하지만 네이버가 뉴스스탠드로 넘어가면서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모바일 소비패턴이 확산되지만 포털에 소개되는 뉴스의 총량 자체도 PC에 비해 모바일에서는 줄어들었다.

그러자 새로운 사업이 등장했다. 언론은 각종 컨퍼런스 등 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언론과 상관없어 보이는 부대사업도 한다. 유용한 컨퍼런스나 사업도 많지만 어떤 경우에는 언론의 역할과 연계성이 떨어져 비판을 받기도 하고 대형 참사가 벌어진 일도 있다.

생존의 위기 속에서, 언론은 이처럼 나름 무엇이라도 하고 있지만 그 성적은 신통치 않다. 이렇다 할 길도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오늘은 앞으로 12회에 걸쳐 생존을 위한 언론의 다양한 움직임을 조망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진=flickr
“올해 초 지상파 방송이 IMF 이후 17년 만에 최악의 광고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1일 열린 2016한국방송협회 정기총회에서 안광한 전 협회장(MBC 사장)이 한 말이다. 사실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5년 신문산업실태조사를 보면 신문업계는 전반적으로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 등 11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2014년도 매출은 총 1조4153억여원 정도로, 이는 2013년도 대비 2.5%하락한 것이다.

인터넷 종합신문의 경우 2014년도 총 매출액은 2073억원 규모로 전년도에 비해 매출액은 6.7%늘긴 했지만 조사 대상 사업체 수가 점차 늘어나 631개에 이르는 만큼 대부분 인터넷 종합신문들이 경영난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2013년에 비해 2014년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보기엔 매출의 하락세는 어느 정도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는 2012년 1조5147억여원을 기록했으나 2013년도 1조4518억여원, 2014년 1조4153억여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광고매출도 조금씩 줄고 있는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발표한 2015 방송통신광고비조사에 나온 신문의 광고매출 현황을 보면 2014년 1조5611억원에서 2015년 1조5367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것은 지상파 방송도 마찬가지다. 2015년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산업경쟁평가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은 2013년 총 2조675억이었으나 2014년 1조8976억으로 1699억여원이나 줄었다. 방송사별로 보면 KBS는 570억, MBC는 446억, SBS는 440억 정도 광고매출이 떨어졌다. 2015년 광고 매출 추정치는 지상파 방송이 1조9993억여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으나 아직 정확한 성적표는 나오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광고매출의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광고, 아마 안될거야.

무엇보다 광고 시장 자체가 정체기다. 2002년 총 광고비는 6조8442억원에 달했는데 2011년 9조2917억까지 올랐다가 2014년에는 9조7565억원 수준으로 상승곡선이 완만해졌다. GDP 내 광고비중 역시 점차 줄고 있다는 점(2007년 0.74%→2014년 0.66%)도 광고시장 전망 자체가 어둡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나마 최근 늘어나는 광고도 모바일이나 IPTV 등 신규 플랫폼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IPTV VOD광고의 경우 2013년 321억여원 수준이었으나 2015년에는 598억여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2배 가까이 광고비가 상승한 것이다.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 사이에 들어가는 기존 방송광고나 신문에 들어가는 인쇄광고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광고비 자체는 늘고 있지만 기성 언론매체에 집행하는 광고비가 줄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광고주나 소비자나 기존 매체를 이용한 광고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장 신문이나 TV를 보는 시간 자체가 크게 줄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5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TV 이용률은 완만하게 하락하며 지난 2013년 96.8%에서 2015년 94.1%까지 내려갔다. 종이신문의 경우 더 심각한데, 2002년만 해도 이용률이 87.9%에 이르렀으나 2015년에는 25.4%까지 내려갔다.

설령 방송을 본다 해도 광고 집중도는 크게 떨어졌다. 과거 가족들이 모여앉아 CF CM송을 따라 부르며 광고효과를 만들어내던 시대는 지났다. 최근 광고수용자들은 광고가 나가는 시점에 스마트폰을 보거나 채널을 돌린다. 방송광고시장의 집중도지수(HHI)에 이런 현상이 잘 드러난다. 2007년 4966이었던 HHI는 2014년 3473까지 떨어졌다.

때문에 코바코가 광고경기예측지수(KAI)를 산출한 결과 지상파 방송의 경우 2016년 광고비 규모가 2015년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라디오와 신문광고 역시 2015년에 비해 광고비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는 지난 1월 신문과 방송 기고에서 “지난 12월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5개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2016년 경제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52% 정도가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 경영’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새해 광고 시장 성장은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고업계에서도 점차 광고비는 광고가 잘 되는 한 축으로 쏠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상파 TV나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당장 이들에 대한 광고비를 기업들이 크게 줄이지는 않겠지만, 점차 광고 효과를 보고 있는 IPTV나 모바일 등에 광고비 집행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거대 매체의 경우 그럭저럭 광고로 생계를 꾸릴 수 있더라도, 기업들이 작은 매체들부터 광고비를 줄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광고수입에만 의존하는 작은 매체는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거대 매체들도 점차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flickr
광고비가 이동한다.

물론 모든 매체에서 광고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케이블‧종편의 경우 매출이 상승세다. 제일기획 자료에 따르면, 케이블과 종편의 경우 2012년 1조3218억여원에서 2014년 1조4350억여원으로 증가했고 2016년에는 1조6935억여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케이블과 종편의 시청률 증가로 인한 것으로, 역시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광고비도 따라 늘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지상파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고 종편의 경우도 JTBC를 제외하고는 시청층이 노령층에 쏠려 있어 시청률이나 이에 따른 광고비 상승도 갈수록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앞서 언급한대로 IPTV의 광고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바코 광고연감에 따르면 IPTV의 경우 2014년 성장률이 67%에 이르렀고 2015년에도 26%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언론의 광고총량에 비해 IPTV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신문의 경우 인쇄광고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디지털 퍼스트’란 이름으로 인터넷, 특히 모바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 광고시장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코바코의 KAI 지수를 봐도 인터넷 광고와 모바일 광고는 2015년도 대비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광고시장 규모는 2012년 2100억여원 정도였는데, 2014년 8391억여원까지 증가했고, 2016년에는 1조2600억여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각 언론이 페이스북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플랫폼에 진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모바일 광고단가는 PC에 비해 훨씬 적다. 모바일의 화면 크기가 작기 때문에 화면에 넣을 수 있는 광고 크기와 갯수도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홈페이지에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자니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설상가상으로 광고를 차단하는 애드블록 프로그램에 대한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고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기사를 가리는 광고를 규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성욱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코바코의 방송통신 및 광고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미디어 관점에서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전체적 광고비의 상승이 적기 때문에 매체별로 성장이 편중될 것으로 본다”며 “지상파TV는 현행 유지이거나 1%대 상승할 것이며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며 종편의 경우, 시청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광고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세계적인 추세처럼 디지털광고비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바일 광고비는 상승폭이 클 것”이라며 “모바일 매체의 사용량과 활용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매체소비의 트렌드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포기 못하는 언론

광고로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 광고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언론계에서도 이런 전망이 돈지 오래됐다. 하지만 기존 형태의 수입은 여전히 방송‧신문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언론의 입장에서 광고수입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광고비 전체 규모는 정체상태다. 따라서 남의 것을 빼앗아야 광고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제를 두고 지상파와 종편 보유 일간지의 볼썽사나운 전쟁이 지금의 광고시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방송과 신문은 광고시장을 놓고 지면과 뉴스를 할애해 서로를 공격해왔다.

KBS의 수신료 인상을 다른 지상파와 종편이 기다리는 듯 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KBS 수신료 인상으로 KBS가 광고총량을 줄이게 되면 기존의 광고 시장 파이가 다른 쪽으로 배분될 것이라는 기대다. 모두 광고시장의 성장보다 분배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신문의 경우 광고시장에 목을 매니 부작용이 나타난다. 광고와 비판기사를 바꿔치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기업들은 광고효과를 위해서가 아닌 ‘관리용’으로 각 신문에 원턴 광고를 돌린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신문광고는 광고효과가 거의 없지만 신문매체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한 편이기 때문에 광고주가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협찬 등을 통해 보험을 들어놓는 게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언론사 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하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2014년 11개 일간지와 5개 경제지에 집행된 신문광고 1만8546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조선일보에 2202건(12.2%), 동아일보에 2079건(11.5%), 중앙일보에 1758건(9.7%)이 쏠렸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1057건(5.8%), 1018건(5.6%)으로 조중동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광고영업도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의 시청률이나 신문의 열독률은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필연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타깃은 20~30대의 젊은층인데 이들은 본방을 사수하거나 신문을 읽지 않은지 오래됐다.

광고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이라고 해도, 조선일보처럼 부수가 많은 신문이라고 해도 광고를 집행하는 관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하나의 탁월한 콘텐츠가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여기에 광고주들도 붙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광고시장에서 고전하던 KBS가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로 광고업계의 주목을 받는 현상이 이를 대변한다.

오리콤 양윤직 국장은 “영향력이 있던 전통 주류 매체들의 시청률과 열독률이 많이 하락한 것이 사실이라 마케팅 가치가 예전보다 덜하다”라며 “광고가 제로섬 시장이라 채널이 늘어난다고 광고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용량이 많은 채널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 국장은 “누가 혁신적이고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만드냐에 따라 소비자들은 움직인다”며 “신문의 경우도 포털이나 SNS로 콘텐츠가 쉽게 전파 되니까 기업들이 더 민감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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