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반대를 총선 공약으로? 외국에선 감옥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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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종‧ 소수자 차별 구호 난무하는 선거… 못 막는게 아니라 안 막는 것

“정치 1번지 종로구라 클라스가 다르네” 종로구에 거주하는 친구의 말이다. 친구가 보낸 기호 7번 진리대한당 이석인 후보의 현수막 사진에는 “의를 위해 목숨 바치겠습니다. 종북, 동성애, 세월호 19대 국회척결”이라고 쓰여있었다.

집으로 배송된 공보물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기호 5번 기독자유당은 공보물에 “동성애, 이슬람, 반기독악법을 꼭! 막아내겠습니다”라고 썼다. 기호 13번 기독민주당도 주요 정책으로 동성애 합법화 반대와 할랄 식품 공장 설립 반대를 내걸고 있다. 

‘증오하는 입’의 저자인 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는 “단순히 누군가를 공격하는 발언이 아니라 인종, 민족, 성에 따른 소수자 차별을 바탕으로 한 공격”이라고 혐오 발언을 정의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성소수자·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비판’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는 이유다. 

▲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기호7번 진리대한당 이석인 후보의 현수막
전문가들도 이를 혐오 발언으로 규정했다. 양은선 엠네스티 이슈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소수자를 혐오한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혐오 발언”이라며 “공직에 나선 사람이 할 발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오솔씨도 “혐오 발언이며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정책’ 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국민일보 등 기독교계 언론들은 이들 정책을 소개하고 있으며 고영일 기독자유당 비례대표 후보는 6일 TV토론회에서도 “에이즈 청정국에서 위험국으로” “이슬람 테러 위험국으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에 방송됐다. 

혐오발언이 문제인 이유는 단순한 ‘너 싫어’ 수준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혐오발언이 편견을 확산시켜 고정관념으로 만들고 결국 차별 구조를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사회심리학자 고든 월러드 올포트는 혐오 발언을 두고 “궁극적으로는 제노사이드나 전쟁으로 이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혐오 발언 대상자인 소수자들은 이에 대해 쉽게 반박하기 힘들다. 피해를 호소하고 반론을 제기해봤자 이를 빌미로 새로운 공격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는 “혐오 발언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면, 이미 차별과 폭력을 허용하는 환경을 조성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 기독자유당의 정책 공약. 사진=기독자유당 홈페이지
그래서 국제사회는 이미 1965년 인종차별철폐조약, 1966년 자유권조약을 채택할 때 혐오 발언을 금지했다.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독일은 타인의 인간 존엄성을 공격하는 행위는 공공의 평온을 어지럽히고 주민들에게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범죄라고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3개월 이상 5년 미만의 자유형에 처한다. 

캐나다는 연방헌법 319조 1항(증오선동)과 2항(증오선전)을 통해 사적인 대화 외에는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를 의도적으로 촉진하는 의견을 전하는 선전과 선동을 금지한다. 이 두 항 모두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자유형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 것이 1970년이다. 

우리는 어떨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법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은 허위사실공표죄(250조)와 후보자비방죄(251조)를 두고 있지만 모두 그 대상을 후보자와 그 가족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찍지 않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혐오를 내걸고 정치를 해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혐오를 못막는 것이 아니라, 안 막는 것이다.

※ 참고문헌=<증오하는 입>(모로오카 야스코, 오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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