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은신)는 18일 MBC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소한 민동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에 대해 1심보다 낮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단 한 건의 사실 오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쟁점 사안에 대해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민사 재판부에 이어 2심 형사 재판부도 MBC가 무리한 소송에 나섰던 점을 인정한 셈이다.

MBC와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현 보도본부장)은 민동기 전 편집국장이 2013년 7월22일자 국민TV 프로그램 ‘미디어토크’에서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방송내용 가운데 △조수경 전 미디어오늘 기자의 MBC 출입기자 여부 △김장겸 보도국장이 2003년 MBC 빌게이츠 오보의 책임자인지 여부 △검찰 출입기자가 모두 시용기자 출신인지 여부를 두고 다퉜다.

2심 재판부는 “세 가지 쟁점 가운데 두 건은 변호인 측의 항소를 인정한다”며 무죄 판결했다. 방송 당시 “검찰 출입기자가 모두 시용기자”라는 발언에 대해선 사실 오류가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민사 재판부의 2심 판결과 같다. MBC측은 민동기 전 국장과 김용민 PD 등을 상대로 1억2000만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400만원 배상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부장판사 고의영)는 2심 판결문에서 조수경 기자의 MBC 출입기자 여부에 대해 “취재에 있어 출입증 발급 여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고, 출입증이 없으면 취재가 불가능하다 볼 수도 없다”며 “조수경 기자를 MBC 출입기자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압축한 정도”라고 밝히며 MBC가 정정 보도를 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빌게이츠 오보를 김장겸의 작품이라고 한 것이 악의적이거나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 볼 수도 없다”며 위법성 조각사유를 인정해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장겸이 보도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는 공적 관심 사안”이라며 “그를 폄하하거나 조롱할 생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수적인 것으로서, 피고들의 주요한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2심 형사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이 같은 2심 민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 것으로 보인다. 민사 재판부의 경우 소송비용의 10분의9를 MBC가 부담하라고 밝혀 변호인측은 사실상 승소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자사에 대한 비판을 입막음하기 위해 무리한 소송을 남발하는 MBC 경영진을 둘러싼 언론계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변호인측은 유죄가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방송내용에 비방 목적은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변호인측은 “2012년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들이 주요 부서에서 밀려나고 김장겸 보도국장 취임 이후 보도 공정성 침해를 우려하는 내외부의 비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용기자’라고 표현한 대목이 형사상 처분할 정도의 발언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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