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기자 10명 구성’ 미군 일방적 통보, 기자단 불만 폭발
‘풀기자 10명 구성’ 미군 일방적 통보, 기자단 불만 폭발
갈등 증폭 “미군 불통…한국군 실장도 미군만 두둔” 공보실장 “소통강화할 것”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KR)이 열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한미연합사령부 한국군측 공보실장의 브리핑 참여를 요구하며 국방부 및 연합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기자들은 공식브리핑에서 “연합사 한국측 공보실을 폐지하라”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비판하는 등 날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군사적 현안이 많은데도 한미연합사를 구성하고 있는 미군측이 취재응대에 있어 일방적 태도를 드러낸 것에 대한 불만이 쌓여왔기 때문이라고 기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다가 한미연합사령부 한국군측 공보실장인 박미애 육군대령이 국방부 브리핑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 3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한미연합사 공보실장(박미애 대령)이 29일에 와서 ‘자신들은 입이 없고 미국이 모든 것들을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그냥 통로 역할만 한다’, ‘대외언론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역할도 하기 때문에 여기 지금 공개브리핑에 참석할 수 없다’라고 얘기했다”며 “한미연합사 한(국군) 측 공보실이 도대체 국민들에게 무엇을 알려줬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한미연합사 한국측 공보관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신들은 할 말이 없다고 얘기하는 게 이게 그러면 한미연합사라는 게 왜 필요하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왜 있으며, 공보실은 왜 있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왜 국가 예산, 국민들의 혈세를 이렇게 축내면서까지 이렇게 있어야 되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자주국방을 외친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대통령을 하는데, 공보실장의 말은 굴욕적이고, 자주국방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들은 “아예 한미연합사 한국군측 공보실장 직제를 폐쇄하든가, 엄중 경고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들은 지난 7일에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기자단은 지난달 말 연합사 측에 한미연합사령관이나 부사령관(김현집 중장)과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뒤 면담(티타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연합사측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은 한국언론에 대한 미군의 일방적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기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오산 미공군기지에 도착한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배치 취재와 관련해 주한미군은 전날 취재인원 규모와 일시, 엠바고 등을 일방 통보했다고 기자들은 전했다. ‘10명으로 풀(POOL·공동취재단)을 구성해달라, 엠바고로 해달라, 시간은 몇시인지 모르겠으니 내일 아침에 알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는 것. 키리졸브 훈련이 들어가기 전에도 이런 일이 반복됐다고 기자들은 전했다.

A일간지의 국방부 출입기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연합사의 미군측 실장과 한국군측 실장 가운데, 미측에서 항상 일방적인 취재를 원한다”며 “하루 전날 ‘내일아침에 폭격기가 들어오니 풀기자 10명 구성해달라, 엠바고도 정해서’라는 통보를 해왔다. 그것이 왜 필요한 전력인지, 촬영목적이 뭔지에 대한 설명없이 그저 오전중에 온다는 것이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초 핵항공모함과 잠수함이 들어올 때 그랬고, 그 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일방적이고 고압적 태도는 천안함 사건 이후 이런 일이 잦았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더구나 당일 취재하러 갔을 때엔 제대로 촬영할 수도 없었다는 것. 이 기자는 “취재요청이 와서 갔더니 정작 폭격기는 쓱 지나가고 말았다. (너무 멀어서) 촬영도 안됐다. 그러면서 주미사령부 관계자 인터뷰만 하라고 했다”며 “폭격기 이착륙하는 것 보러 간 것인데 보지도 못한 것이다. 항의했지만 해명도 없었고 전화도 안됐다. 이런 불만들이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사정이 이러하니) 한국군측 공보실장에게 기자들의 요구사항이나 질의사항, 취재협의를 위해 브리핑 참석을 요구한 것”이라며 “박미애 실장은 ‘질문을 전달할 수 있지만 미측의 핸들링을 받기 때문에 참석은 어렵다’고 거부했다”고 전했다.

▲ 미국의 F-22가 지난달 17일 오후 평택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했다. ⓒ 연합뉴스
B일간지 출입기자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발단은 미군의 태도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과거와 다르게 과도하게 한국군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이후 적극적으로 언론 접촉을 하려해왔던 것과 달리 정권교체를 겪으면서 소통 문제가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미군에 눈치를 보는 정권이 들어서니 우리측 군을 무시하는 경향에서 나타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이 기자는 “한국군측 공보실장은 미측의 허가가 없으면 공식브리핑에 서지도 못하는 입장”이라며 “다만 기자들은 ‘한국 공보실장이라도 적극적으로 요구해서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책성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키리졸브 훈련의 경우 훈련 시작하는날 와서 통보하고 가고, 엠바고도 자신들이 걸고, 백그라운드브리핑(배경설명)은 아예 없다. F22 왔을 때 언제오라는 시간은 안 알려주고 아침에 알려줄테니 대기하라는 것은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미애 한미연합사 한국군측 공보실장(육군대령)은 1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자들에게 ‘연합사 특성상, 한미 협조 협의된 내용에 따라 브리핑 하게 돼 있으며, 주한미군 사항의 주한미군이 고유의 권한을 갖고 있다’, ‘연합사라고 다 공유하지는 않는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한측 공보실의 소통이 부족했다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미측에도 건의해서 협조하도록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한미연합사는 하나의 군으로 묶여져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합의해서 가야 한다”며 “미측의 얘기를 제가 임의로 할 수도 없다. 미측을 우리가 옹호하는 것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례브리핑 참석 여부에 대해 박 실장은 “미군측도 공식적으로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앞으로도 더 검토하고 협조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주한미군의 일방적 태도에 따른 불만이 쌓였다는 지적에 대해 박 실장은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 우리가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사드 문제의 경우 연합사 차원에서 말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전략자산 전개(폭격기, 항모 등)의 경우 작전 보안사항이라 다 미군과 공유되는 것도 아니다. 주한미군의 작전과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상황에서 미측이 얘기안하는데 제가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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