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5대 해코지 정치인 1위로 선정했다. 5대 잔머리 정치인 1위로는 정동영 전 의원을 선정했다. 그런데 선정기준이 없다. 이처럼 TV조선의 근거 없이 특정 정치인을 매도하는 순위보도가 중징계인 법정제재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3일 오후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정치인을 지나치게 조롱하고 희화화한 이유로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1월2일 방영분)’에 ‘주의’제재를 내렸다. ‘주의’는 방송사 재승인 때 1점 감점되는 중징계다.

방송에 따르면 5대 해코지 정치인 1위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2위 이종찬 전 의원, 3위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4위 손학규 전 의원, 5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다. 같은 날 선정한 5대 잔머리 정치인은 1위 정동영 전 의원, 2위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3위 표창원 전 교수, 4위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5위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10명 중 7명이 야당 인사였으며 두 랭킹을 두고 패널들은 1시간 동안 토크를 했다.

▲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화면 갈무리
방송 내용을 들여다보면 선정된 정치인들은 ‘해코지’ ‘잔머리’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으며 실제 방송내용은 신변잡기식 토크가 주를 이뤘다. 

문재인 의원이 해코지 정치인이 된 이유는 친노 이외의 세력을 해코지해 집단탈당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면서 더민주를 비판했기 때문에, 손학규 전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에서 탈당하며 한나라당을 “낡은 수구”라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코지 정치인이 됐다. 권은희 의원은 팩스로 더불어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이종찬 전 의원은 민자당 대선후보 경선 거부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코지 정치인이 됐다. 

박원순 시장이 잔머리 정치인이 된 이유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고 토목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으면서 잠실 돔구장 건설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TV조선은 자막을 통해 ‘원숭이처럼 잔재주 능한 원숭이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윤상현 의원은 친화력이 좋고 처세에 능하다는 이유로, 표창원 전 교수는 정계에 입문했다는 이유로, 원유철 원내대표는 유연한 사고를 한다는 이유로, 정동영 전 의원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탈당 행보를 했다는 이유로 잔머리 정치인이 됐다.

▲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화면 갈무리
이처럼 해당 프로그램은 특정 정치인에게 모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아무런 선정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견진술 자리에서 하남신 위원이 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제작진에 묻자 정한 TV조선 시사제작부장은 “순위를 정하는 근거는 없다. 이슈가 될 만한 인물을 상위랭킹에 둔다”고 답했다. 

정치인 폄하가 심하다는 지적에 관해 정 부장은 “특정 정치인 폄하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문제가 되는 대목이 몇가지는 있다”면서 “최근 순위 코너를 폐지하는 등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반드시 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야당 위원 뿐 아니라 여당 위원들도 해당 프로그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추천인 하남신 위원은 “설문을 하거나 조사를 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근거라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비아냥거리고 깐죽대는 등 프로그램 자체가 역겨웠다. 저급토론”이라고 비판했다. 하 위원은 “손학규 전 의원의 경우 2007년 탈당한 일을 이야기하는 건 시의성도 없다”면서 “장사를 위해 정치불신만 가중시킨다”고 덧붙였다. 함귀용 위원 역시 “시정잡배 수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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