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구로역 의문의 사고, 과연 자살이었을까
새벽 6시 구로역 의문의 사고, 과연 자살이었을까
유서도 CCTV도 확인 안 돼… 19세 대학생, 저녁에 친구들과 헤어져 새벽에 열차 선로에 누웠던 이유는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2, 3번 선로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한 승무원은 “젊은 친군데 어쩌다가 그랬는지…”라는 말을 남기고 교대근무를 위해 곧 도착한 열차에 탑승했다. 건너편 4, 5번 선로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한 기관사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너무 어린 사람이 그리돼서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그래서 내부에선 이런 얘기를 서로 잘 안 한다”고 말했다. 근처에 서 있던 한 열차 정비사도 “어쩌다 선로 중간까지 들어갔을까”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기관사, 정비사, 승무원, 그리고 역내 편의점 스토리웨이 점주까지 27일 오전 구로역에서 만난 모두가 한목소리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 25일 새벽 6시7분경 청년 A씨(19)가 구로역 8번 철로에서 목숨을 잃었다. 동인천행 급행열차가 지나다니는 구일역 방향의 선로 위였다. ‘투신 사망 충격’, ‘자살 추정’ 등의 말이 이날 오전 뉴스를 장식했지만 정확한 사고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7일 구로역 및 주변 일대를 찾아 사고 이후를 취재했다.

경찰은 A씨의 죽음을 열차 사고로 인한 사망이라고 밝혔고 발견 당시 유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승강장에서 조금 떨어진 선로에 누워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열차를 운전한 기관사는 “선로에 물체가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가 한 시민이 중간 선로에 누워있던 걸 발견하지 못하고 치었다”며 “자살인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발견된 사고발생 지점도 구로역에서 400여 미터 가량 떨어진 선로다.

1011열차는 25일 새벽 6시7분에 구로역을 네 번째로 통과하는 열차였다. 세 번째 열차는 7분 전인 6시에 구로역을 통과했다. 1011열차는 6시7분 구로역에 도착해 승객 60여 명을 실은 채 승강장을 떠났다. 그러나 출발 직후 기관사는 선로 위의 물체를 보고 급제동을 걸고 소방서와 관제팀에 연락을 취했다. 열차는 수십 미터를 간 후 멈췄고 열차 아래에서 A씨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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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1호선 선로. ⓒ민중의 소리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를 가리킨 새벽, A씨가 왜 선로에서 발견됐는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세번째 열차가 출발한 후 네번째 열차가 출발하기까지 7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수사 중에 있다”면서 “정확한 검사(시약검사)결과는 보름 후에 나온다. 국과수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27일 구로역에서 만난 일부 구로역 관계자들은 승강장 내 CCTV를 가리키며 “저게 있는데도 아직 어디로 들어왔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 기관사는 “사고 위치가 걸어나갈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선로 중간에다 승강장 곳곳에 CCTV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한 정비사는 “새벽 6시에 CCTV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겠느냐”면서 “지금은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담이 낮아 담을 넘어오는 시민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역내 CCTV를 다 봤으나, 당시 날이 너무 추워서 사람들이 전부 모자나 목도리를 뒤집어쓰고 다녀 남자, 여자 구분도 잘 안 됐다. 옷 색깔도 다 짙은 색으로 비슷했고 선로에 내려가는 부분은 잘 안 보였다”면서 “CCTV 확보를 못 했다”고 말했다.

구로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A씨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 24일 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부근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엔 20여 명 정도가 모여있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인원은 7여 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A씨의 친구 B씨에 따르면 A씨는 “택시타고 간다”고 말하며 친구들과 밤 11시30분 경에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6시 경 동인천행 급행열차 선로에서 발견됐다. B씨는 “A가 술은 마셨으나 자기 몸을 충분히 가눌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살 추정’이라는 보도가 수차례 나왔으나 주변인들의 대답은 그와 달랐다. 당시 A씨와 함께 있었던 친구들의 경찰 조서 진술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A씨가 2주 전부터 일한 한 식당 관계자도 “씩씩하고 잘 웃는 학생이었다. 편의점 등 이것저것 알바도 많이 했어서 일도 참 잘했다”며 “5, 6월에 군대갈거라 그 동안 용돈을 벌고 싶다고 4월까지 여기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금요일에 일을 마칠 때 ‘월요일에 봬요’라 인사하면서 나갔다”고 말했다.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 지역 한 직업전문학교에서 특수용접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 B씨는 “정말 밝고 명랑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친구는 절대 아니”라며 “너무 안타깝다.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A씨의 한 지인은 “엄마, 누나와 함께 살며 집안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25일 사고는 1시간 반 만에 수습됐다. 오전 6시7분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1호선 열차운행이 중단됐고 일반선 운행은 6시54분 경 재개됐다. 사고 차량에 갇혀있던 열차 승객 60여 명은 사고 수습이 완료된 오전 7시30분 경 구급대원을 따라 구로역으로 돌아왔고 사건은 경찰에 인계됐다.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부에 대해선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사고 경위에 대해 추가수사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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