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벨스 뺨쳤던 이명박근혜 언론장악 8년
괴벨스 뺨쳤던 이명박근혜 언론장악 8년
낙하산 사장 투입→징계·해고 남발→편파적 심의제재→언론의 자기검열 확산

“낙하산 사장 한 사람에 이렇게 무너질 줄 몰랐다.” MBC에 김재철 사장이 왔을 때도 그랬고 YTN에 구본홍 사장이 왔을 때도 그랬다. 정연주 사장이 KBS에서 쫓겨나고 이병순과 김인규 사장이 왔을 때도 그랬다. 정의감 넘치는 기자와 PD들이 권력의 엄포와 압박에 이렇게 속절없이 무릎을 꿇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한때 당연하게 즐겼던 2580과 PD수첩과 추적 60분과 백분토론은 사라지고 난 뒤에야 그 가치를 알게 됐다. 

광우병 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봄 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하던 시민들이 여의도까지 걸어서 행진해서 “힘내라 MBC”를 외치고 “정연주 퇴진 반대”를 외쳤다. 그랬던 MBC가 ‘엠빙신’이 되더니 이제는 ‘아웃 오브 안중’이 됐다. KBS는 정권의 충실한 나팔수 역할에 그치지 않고 극우 프로파간다의 총본산이 됐다. YTN 역시 언젠가부터 존재감이 사라졌다. 비슷비슷한 온갖 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나지만 방송 뉴스가 진실을 말하지 않은지 오래됐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 프로세스는 세계 언론사에 길이 남을 만큼 집요하고 악랄했다.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고 징계·해고를 남발하면서 기자와 PD들 사이에 위축효과가 확산되고 자기검열을 하게 됐다. 온갖 특혜를 쏟아부어 보수 성향 신문사들에게 지상파 수준의 커버리지를 확보한 방송 채널을 안겨줬고 유료방송 시장을 쥐락펴락하며 시청률을 보장해 줬다. 공영방송의 손발을 묶고 조중동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곧바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틀어쥐기 시작했다. 정연주 KBS 전 사장 사퇴 압박이 신호탄이었다. 검찰이 배임 혐의로 기소했고 국세청 소송을 조정으로 합의했다는 이유로 감사원 특별감사 받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그해 8월 KBS 이사회는 정 전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가결했고 이 대통령은 정 전 사장을 전격 해임한다.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방송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결정이었다.

YTN에는 그해 7월 MBC 보도본부장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 대선 캠프 특보를 맡았던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내려온다. 구 전 사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밀려 호텔을 전전하다가 밤늦게 몰래 회사에 잠입하거나 한 번 출근하면 며칠씩 사장실에서 먹고 자면서 파행적인 경영을 계속했다. 그해 11월 돌발영상 출신의 노종면 당시 노조 지부장을 비롯한 기자 6명이 해임됐다. 대법원은 2014년 11월에야 기자 6명 중 3명에게만 복직 판결을 내린다. 

MBC도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전 이사장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큰집(청와대)’에서 엄기영 당시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 “엄 사장에게 문 걸어 잠그고 이사들 사표 받아오라고 시켰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전 이사장에 따르면 후임인 김재철 사장은 “‘큰집’에 불려가 ‘쪼인트’를 까이고 매도 맞고” 한 뒤 “MBC 내부의 좌파 70~80%를 정리”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한 차례 물갈이되자 본격적인 언론 장악이 시작됐다. 검찰은 2009년 광우병 의혹을 보도했던 ‘PD수첩’ PD들을 체포했다. 노종면 YTN 전 노조 지부장이 체포된 것도 ‘PD수첩’ 수사가 한창이던 무렵이었다. 그해 4월에는 촌철살인의 클로징 멘트로 인기를 끌었던 신경민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경질됐고 PD수첩 PD와 작가들이 줄줄이 검찰에 체포됐다. 방송인 김미화씨와 김제동씨 등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교체되기도 했다. 

비판 언론에 대한 탄압의 첨병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었다. 방통심의위는 과거 방송심의위원회 시절과 달리 정부 비판 프로그램에 징계를 쏟아냈다. 광우병 위험 논란을 다룬 MBC ‘PD수첩’이 시청자 사과 명령을 받았고 천안함 침몰 사고 의혹을 다룬 KBS ‘추적60분’은 경고 조치를 받았다. 노조 관계자를 인터뷰하면 사측 의견을 듣지 않았다고 공정성 위반이라며 징계를 때리기도 했다. 

   
▲ 2008년 11월 KBS PD 30여명이 시사투나잇 페지에 반발하며 KBS 신관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KBS에서는 비슷한 시가 미디어포커스 등 프로그램이 변경, 폐지 됐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급기야 2011년 12월 국민일보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이듬해 1월에는 MBC, 3월에는 KBS와 연합뉴스, YTN이 동시다발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MBC의 170일 파업은 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낙하산 사장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정치권도 요지부동이었다. KBS와 MBC가 정권에 장악된 상태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4대강, 한미 FTA 등의 이슈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의제를 주도했다. 

기자들이 떠난 KBS와 MBC 뉴스는 저널리즘의 바닥을 보여줬다. 멀쩡한 프로그램이 불방되거나 뉴스가 사라지고 동물 뉴스와 날씨 뉴스가 부쩍 늘어났다. 파업이 끝났지만 MBC는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PD들을 현장에 복귀시키지 않았다. 현장을 뛰어다녀야 할 기자와 PD들이 브런치 만들기 교육을 받거나 신사옥 건설팀 등에 배속돼 허송세월하는 동안 시용기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엠빙신’이라는 말을 썼다는 이유로 권성민 PD가 해고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짓밟은 공영방송을 선전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청와대 방송 개입 논란으로 사퇴한 뒤 조대현 사장은 납작 엎드렸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망명설을 보도한 책임자를 징계하고 이인호 KBS 이사장의 눈치를 보며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일 인사들에게 훈장을 남발했다는 다큐멘터리 ‘훈장’은 제작을 거의 끝내놓고 반년 가까이 방영 날짜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조대현 사장의 후임으로 오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고대영 사장 후보는 보도국장 재직 시절 기자들의 불신임을 받고 쫓겨난 사람이다. 후배 기자를 폭행한 전력도 있고 멀쩡한 특종을 불방 시켜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사상 최악의 사장 후보라는 평가지만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KBS 내부를 단도리할 강성 인사를 내리 꽂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2011년 8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MBC 사옥에서 출근길에 나선 김재철 사장(오른쪽)을 막아선 정영하 위원장(왼쪽)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MBC는 더욱 무기력하다.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씨가 방문진 이사장에 선임된 것은 가뜩이나 영혼을 잃고 헤매는 MBC를 철저하게 능멸하고 묶어두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TV조선이 개국 이래 처음으로 MBC를 앞질렀다고 환호작약할 정도로 MBC는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가 그동안 숱하게 제기됐던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다시 들고 나온 것도 심상치 않다. 급기야 MBC는 ‘일베’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박근혜 정권 들어 노골적으로 정파성을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와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논란 등 정부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한 JTBC를 잇따라 심의 대상에 올려 중징계를 때린 반면 막말·편파방송을 일삼는 TV조선·채널A·MBN은 솜방망치 징계에 그쳤다. 같은 종편이지만 JTBC와 다른 종편을 심사하는 태도는 전혀 달랐다. JTBC가 보수 집단의 ‘표적 징계’ 대상이 됐다는 의혹이 뒤따랐다.

방송 장악은 KBS와 MBC 뿐만 아니라 SBS와 YTN으로 확산됐다. 조중동과 종편의 헤게모니가 한국 언론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언론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그리고 JTBC 정도가 고작이다. 연합뉴스와 서울신문, 국민일보는 심지어 기자들의 시국선언 참여를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올바른 교과서’라는 프레임을 확대 재생산하고 쉬운 해고를 ‘노동개혁’으로 포장하면서 국민을 우롱하는 게 현실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은 언론인들에게 굴종과 자기검열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악랄하고 잔혹하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교묘하게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언론을 장악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정권의 산하기관 취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사회와 정부에 대한 견제·비판이 의무인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은 언론 장악을 넘어 언론의 실종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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