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유재석’보다 아프리카TV BJ를 찾는 이유
무한도전 ‘유재석’보다 아프리카TV BJ를 찾는 이유
[인터뷰] 아프리카TV BJ ‘춤추는곰돌’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이 매력”

“저는 지금 인터뷰하러 가는 길입니다. 근데 길이 밀리는 바람에 운전을 3시간 째 하고 있습니다. 으악 힘들어.”

춤추는곰돌은 기자와 만나기 2시간 전, 고속도로가 너무 밀려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다며 연락해왔다. 대신 그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얼마나 길이 밀리고 있는지를 생중계했다. 충청북도 청주에서 올라오는 취재원이 얼마나 힘들게 인터뷰하러 올라오는지를 보고 있는 기자의 마음도 그리 편치는 않았다. 

운전하는 동안 그는 운전대 옆에 고정된 휴대폰을 보며 실시간으로 자신의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댓글을 읽고 대화를 나눴다. 

“○○○ 님, 반가워요. 보고 계시네요. 잘 지내죠? 어, ○○○○님도 계셨네. 요즘 잘 살고 계시죠?”

3시간 째 운전하고 있는 게 힘들다고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실시간으로 방송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그의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춤추는곰돌은 약속 장소인 홍대입구 부근으로 차를 몰고 들어오는 모습과, 주차장을 찾는 장면까지 아프리카TV 실시간 방송으로 생중계했다. 시청자들은 “춤추는곰돌님 기자 인터뷰 잘하세요”라며 응원의 글을 남겼다. 

‘춤추는곰돌’(김별,30)은 실시간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의 BJ다. BJ는 ‘Broadcasting Jockey’의 준말로,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이르는 말이다. 아프리카TV에서 ‘춤추는곰돌’은 홍대 길거리 버스킹 춤 공연으로 유명하다. 춤추는곰돌의 애청자는 23만명이고, 누적시청자 수는 5천9백만명에 이른다. 전체 수십만명에 이르는 BJ 중 10일 현재 90위다. BJ 등급으로 따지면 가장 높은 ‘파트너BJ’다. BJ 등급은 파트너, 베스트, 일반 등으로 나뉜다. 

   
▲ 아프리카TV BJ '춤추는곰돌'. 사진=이치열 기자.

춤추는곰돌은 매주 토요일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 부근 길거리에서 오후 2시 반부터 늦게는 밤 9시까지 쉼없이 공연한다. 공연 내내 아프리카TV로 실시간 방송을 내보낸다. 같이 공연 준비하는 10여명의 친구들과 함께 팀을 짜서 엑소(EXO)나 비스트(BEAST), A-Pink 등 유명 대중가수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셔플이나 크록하, 힙합 댄스 등을 추거나 실시간 방송이나 공연 관람객들이 원하는 춤이 있으면 그에 맞춰 즉석에서 춤을 춘다. 

오후 2시부터 진행하는 공연은 매번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홍대 공연은 지나가던 사람들도 ‘춤추는곰돌’의 공연임을 알 정도로 ‘아는 사람은 아는’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춤추는곰돌은 정작 춤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중학생 때 여자친구로부터 “뚱뚱해서 싫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것이 춤이었다. 당시 춤을 배울 수 있던 유일한 방법은 유명한 가수들의 공연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계속 돌려보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은 좋지 않았다. 춤추는곰돌은 부모님이 진 4000만원을 갚기 위해 17살부터 일했다. 20살 때는 사업을 시작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부터는 추던 춤도 더 이상 추지 않았다. 죽어라 일만 했다. 

춤추는곰돌이 춤 공연과 방송을 시작한 건 4년 전인 2011년이다. 우연치않게 ‘소닉’이라는 다른 BJ를 만나 방송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춤으로 방송 한번 해볼까’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다. 이왕 하는거 1등도 해봐야겠다는 거창한 목표도 세웠다. 처음엔 이름을 ‘집나간곰돌’로 지었다. 어린 시절 씨름을 했던터라 덩치가 커서 별명이 ‘곰돌이’었던 점에서 착안했다. 방송 3일 째 되던 날 시청자가 권해준 ‘춤추는곰돌’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방송 시작하던 2011년에는 셔플댄스가 유명할 때였어요. 방송 처음 시작했던 날이었나 시청자 한 분이 셔플댄스를 춰보라고 하길래 춰 봤어요. 이왕 하는거 제 스타일대로 춤을 만들어보자고 한게 ‘곰돌셔플’이에요. 그것 때문에 갑자기 유명해졌죠. TV 방송에도 소개될 정도로요.”

이왕 하는거 1등해보자는 다짐처럼, 춤추는곰돌은 셔플댄스로 1등을 했다. 전세계에서 안 쉬고 셔플추기로 1등을 한 것이다. 무려 8분 30초 동안 셔플댄스를 췄다. 

춤추는곰돌은 방송 초기엔 고향인 청주에서 공연했다. 장소는 청주의 번화가인 사창동과 충북대 부근이었다. 초반엔 가게 앞에서 공연하다가 주인에게 여러 번 쫓겨났다. 장소 물색이 쉽지 않았다. 한 가게에서 계속 밥을 사먹으며 단골이 되는 방법을 택했다. 주인과 친해진 뒤 가게 앞에서 공연과 방송을 좀 하겠다며 부탁했다. 공연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가게 주인들이 먼저 와서 ‘여기 앞에서 공연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청주에 있다가 지난해부터 홍대로 올라오게 된 건, 이왕 하는거면 길거리 공연 문화가 갖춰진 곳에서 공연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어요. 저 뿐만아니라 같이 공연하는 팀 친구들이 좀 더 큰 무대에서 공연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토요일 홍대 공연을 위해 춤추는곰돌은 매주 금요일마다 밤을 샌다. 주중엔 청주에서 운영하는 개인 사업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며 하루에 세 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한다. 금요일 저녁에는 서울에 올라와 함께 방송을 준비하는 팀원들과 밤새 춤 연습을 한다. 팀원은 중고등학생, 직장인 등 다양하다. 모두 춤을 좋아한다는 친구들이다. 

토요일 오전 7시까지 공연 연습이 이어진다. 오전 8시 전엔 홍대 길거리에 공연할 만한 공간을 미리 확보해놓는다. 주말 버스킹 공연이 많아 오전에 미리 자리를 선점하지 못하면 아예 공연이 불가능하다. 공연 세팅을 마치고 본격적인 공연 리허설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 같이 활동하는 팀원들과 홍대 길거리 공연을 실시간 방송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모습. 핑크색 곰돌이 옷을 입은 사람이 춤추는곰돌이다. 사진=차현아 기자.

매 방송마다 춤 공연만 하면 재미없지 않을까. 아프리카TV 등 1인 미디어에 대한 우려섞인 비판은 주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콘텐츠의 지속성과 깊이가 없다는 것. 여러 사람이 짜임새있게 만들어내는 지상파나 종편 채널의 방송과는 달리, BJ가 혼자 방송 전부를 이끌어야 한다. 이 때문에 단시간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이나 흥미만 끌기 위해 방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방송은 춤 공연만 찍지 않아요. 집에서 춤 추는 모습을 방송하기도 하고, 동네 주변 중학교에 간식 배달 이벤트 같은 것도 방송합니다. 길 한복판에서 떡볶이 먹는 미션을 촬영하기도 하고요. 저희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도시락을 시청자들에게 배달하는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강아지와 노는 모습도 보여주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면서 방송하는 ‘택시’ 컨셉의 방송도 진행했었죠.”

춤추는곰돌에게 방송 콘텐츠는 무궁구진하다. 콘텐츠의 아이디어는 모두 시청자에게서 나온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여러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춤추는곰돌은 그것을 방송으로 보여줄 뿐이다. 

“저희 방송이 토요일 오후에 진행되잖아요. 그 시간이면 MBC ‘무한도전’이 방송될 시간인데 실시간 시청자가 2~3000명까지 나와요. 유재석은 저랑 달리 방송 중에 시청자가 ‘떡볶이 먹어달라, 이 춤 춰달라’라고 얘기해도 들어주지 못해요. 제 방송을 보는 2~3000명은 저와의 ‘소통’때문에 유재석이 아닌 저를 선택한거잖아요. 너무 고맙죠. 그런거 생각하면 방송을 정말 열심히 하게돼요.”

주말마다 청주와 서울을 오가며 밤새 공연 준비를 하는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건 방송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이다. 춤추는곰돌은 중학생 시절 왕따를 당했었다. 짜증이 많던 성격이 변한 건, 방송을 하고 공연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면서다. 

방송 초기엔 시청자들이 별로 없어 춤추는곰돌도 욕설이 섞인 말도 할 만큼 편하게 방송했었다. 방송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아프리카TV 자체도 BJ에 대한 제재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점점 1인 미디어가 성장하고, BJ도 늘어나면서 제재도 강화됐다고 했다. 춤추는곰돌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방송이 되고난 후부터는 말을 조심하게 됐다. 

물론 BJ의 방송 하나하나를 모두 제재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은 내부 규정에 따라 욕설이나, 음란한 내용 등 부적절 방송에 대해 시청자 신고를 받아 경고 조치를 내리거나 방송을 강제 종료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문제가 있는 방송에 대해 실시간으로 제재조치를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방송이 많은 시간대에는 최고 5000개의 방송이 동시에 송출되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리카TV에서 BJ로 활동하는 이들은 수십만명에 달하며,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춤추는곰돌은 방송 중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길거리 방송 중에 취객 여럿이 난동을 벌인 적도 있다. 방송을 집에서 하다보니 집의 위치가 공개되는 바람에, 도둑이 든 적도 여러 번이다. 집에 있던 지갑도, 아끼던 극세사 이불도 훔쳐갔다. 밤에 창문 밖에서 몰래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자 ‘스토킹’ 팬도 등장했다.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방송은 멈추지 않았다. 길거리 공연을 하던 도중 여성 팀원의 다리를 몰래 찍는 사람이 있다며 방송 중 어떤 사람이 제보해왔다. 춤추는곰돌은 화를 내며 그 사람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춤추는곰돌이 ‘몰카범’의 뒤를 쫓는 장면은 그대로 실시간 방송으로 나갔다. 현행범을 잡아 경찰서에 넘겨주는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돌발상황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준 덕분이다. 편집이 없는 실시간 1인 미디어 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 '춤추는곰돌'은 방송 중 몰래카메라를 찍던 이를 뒤쫓아 경찰에 넘기는 모습을 실시간 방송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아직 아프리카 TV와 1인 미디어 등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실제로 인기를 끌고 그걸 수익으로 삼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이들도 있고요. 그런 이미지를 깨기 위해 더 열심히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런 BJ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요.”

‘춤추는곰돌’로서의 삶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방송을 언제까지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춤추는곰돌은 ‘자식에게까지 물려줄 예정’이라고 답했다. 

“사실 제가 지금 몸이 되게 안 좋아요. 하지정맥류 수술도 받아야 되는 상황이고 허리도 6개월 간 꼼짝없이 치료를 받아야돼요. 그래도 매일 저를 찾아오는 시청자분들이 있어서 이걸 못 놓겠더라고요. 매일 저랑 만나서 대화하러 찾아오는 분들이 너무 고마워서요.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전해주세요. 제가 이 자리에 있도록 도와준 ‘88라인’과 ‘철소’에게 고맙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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