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합동조사단과 국방부 탐색구조단이 천안함 함미 침몰 해역에서 수거했다는 이른바 ‘어뢰추진체’(1번 어뢰)가 철사뭉치와 철밴드로 휘감기고 엉킨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추진축(샤프트) 끝부분의 원형 부품엔 정체미상의 흰색 물질도 늘러붙어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합조단과 국방부가 2010년 5월 20일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을 당시 제시된 어뢰에는 이 같은 철사뭉치와 흰색 물질이 제거된 채 공개돼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경위와 과정으로 철사가 어뢰추진체에 휘감겨져 있었는지, 흰색 물질은 무엇인지, 왜 발표 당시 이를 제거했으며, 이 사실도 왜 알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9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1번 어뢰 인양 직후 실측 및 처리 과정 동영상(법정 제출 자료)을 보면, 카메라가 대평 11호 갑판 위에 있는 어뢰추진체(조종장치 부분)에 다가가 그 크기를 측정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근접 촬영을 하자 추진체의 두 프로펠러 사이에 철사줄이 발견됐으며, 그 철사줄이 추진축(추진후부쪽)까지 이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축에 엉켜있는 철사줄은 축을 둥글게 휘감고 있었으며, 철사줄과 함게 철로된 밴드도 함께 이어진 채로 휘감겨 있었다.

동영상에는 합조단 수사관이 감겨있는 철사줄을 위에서 아래로 밀어내고 프로펠러 날개 직경(지름)의 크기(줄자로 36cm)와 조종장치부의 추진축부터 프로펠러까지의 전체길이(줄자로 약 130cm), 방향타 길이를 실측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수사관이 추진축의 두께(약 6.5cm)를 실측하는 과정에서 축에 휘감겨 있는 철사더미를 추진후부쪽에 밀어넣는 장면이 뚜렷하게 보인다.

   
지난 2010년 5월 15일 오전 천안함 1번어뢰 수거직후 대평11호에서 추진축 실측 동영상 갈무리.
 
   
지난 2010년 5월 15일 오전 천안함 1번어뢰 수거직후 대평11호에서 추진축 실측 동영상 갈무리. 걸린 철사줄을 잡는 장면.
 

또한 이 과정에서 어뢰추진장치의 프로펠러 반대방향 쪽 끝(축방향)의 원형 부품에는 흰 색을 띠는 물체(물질)이 돌출된 형태로 늘러붙어있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 같이 나타난 철사와 철밴드에 대해 합조단 보고서 어디에도 언급이 돼 있지 않다. 수거과정이라면서 제시된 일부 사진이 있으나 그 크기가 매우 작게 인쇄돼 철사라는 것을 식별할 수 없다.

이를 본 공군장교 출신의 IT업체 연구원 조성길씨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에서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재판을 받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와 미디어오늘에 어뢰에 엉켜있는 철사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를 밝혔다.

조씨는 “철사가 감긴 부분을 확대해 보면 끊어내지 않고는 제거할 수 없는 정도로 엉켜 있었다”며 “축의 끝부분에 있는 원형부품의 크기와 축의 크기, 그리고 철사가 감긴 크기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철사줄이 프로펠러 쪽에도 한 가닥 감긴 채 추진축 부분의 철사더미 및 철밴드와 이어진 것을 두고 조씨는 “직선이 아닌 십자로 연결되어 철사와 복잡하게 얽혀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철사가 조향타(추진후부)와 날개 사이에서 나와 프로펠러 아래로 지나가고 있으며, 프로펠러 아래로 들어간 철사는 프로펠러 축 밑으로 들어가 있다보니 철사를 손으로 움직여도 프로펠러 축 밑 부분의 철사가 움직이지 않은 것은 프로펠러 축 밑에서 다른 곳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철사가 어떻게 이런 형태로 어뢰추진체에 휘감겨져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의문이 나온다. 이것이 가능한 가설은 △철사와 철밴드에 휘감겨 폐기된 어뢰추진장치가 해저에 있닥가 그물에 걸려 올라왔을 가능성 △어뢰 폭발직후 해저에 가라앉는 과정 또는 가라앉은 직후 해류의 힘에 떠밀려온 철사와 철밴드에 휘감겨졌을 가능성 △쌍끌이 그물에 걸려있던 철사와 철밴드에 어뢰추진체가 엉켜졌을 가능성 등이다.

   
지난 2010년 5월 15일 오전 천안함 1번어뢰 수거직후 대평11호에서 추진축 실측 동영상 갈무리. 철사줄 뭉치가 보인다.
 
   
지난 2010년 5월 15일 오전 천안함 1번어뢰 수거직후 대평11호에서 추진축 실측 동영상 갈무리. 철사줄 뭉치
 

조성길씨는 “철사와 철밴드가 감기고 얽힌 어뢰추진장치가 해저에 버려진 것이며, 천안함과는 관계없이 해저에 있다가 그물에 걸려 올라왔을 가능성 외의 다른 가능성은 물리적으로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어뢰 폭발 직후 해저에서 엉켰을 가능성에 대해 “해류에 휩쓸린다고 해도 엉킨 철사와 철밴드가 어뢰추진장치 끝 부분의 원형부품에 막혀서 축에 끼워질 수 없다”며 “더욱이 가라앉은 어뢰추진장치(조종장치부) 무게만 약 70kg(합조단 보고서엔 71.1kg)에 달해 그대로 뻘 속에 묻히게 돼 철사와 철밴드가 해류에 휩쓸린다고 해도 어뢰추진장치와 접촉하기조차 어렵다”고 분석했다. 조씨는 또한 “프로펠러 쪽의 철사도 해류에 의해 조향타와 날개 사이에 끼워지고 프로펠러 축 아래쪽으로 연결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쌍끌이 그물에 인양과정에서 엉켜붙었을 가능성에 대해 “작고 복잡한 타원형체(철사줄과 철사밴드)가 보다 큰 원형체에 끼워질 수 없고, 프로펠러 쪽 철사도 그물 압박에 의해 조향타와 날개 사이에 끼워지고 프로펠러 축 아래쪽으로 연결될 수도 없다”며 “쌍끌이 어선에 의한 그물에 걸려서 올라온다 해도 철사 등과 어뢰추진장치가 접촉할 수는 있어도 철사와 철밴드가 축에 끼워진 뒤 그 중 몇 가닥이 다시 조향타 날개사이로 얽힌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5년 째 천안함 재판중인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법정에 함께 의견서를 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거된 어뢰추진체를 증거물로 분석한 윤종성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 겸 군측 조사단장(현 성신여대 교수)는 8일과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바닷속엔 온갖 물체가 돌아다니기 때문에 철사에 감긴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윤 전 단장은 “어뢰를 잔잔한 바다도 아니라 수심도 깊고, 물살도 센 곳에서 건져올린 것”이라며 “그 곳에는 오만 잡동사니가 다 올라오지 않았느냐. 철사가 어떻게 휘감겼는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2010년 5월 15일 오전 천안함 1번어뢰 수거직후 대평11호에서 추진축 실측 동영상 갈무리.
 

철사뭉치를 제거한 이유에 대해 윤 전 단장은 “증거물을 재고 분석하려면 알맹이를 남겨놓고 나머지는 빼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러니 옆에 있는 것을 제거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왜 떼어냈느냐면 할 말이 없다. 그렇게 의문을 제기하면 끝이 없다”고 답했다. 흰색 물체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윤 전 단장은 “이것저것 얼키고 설켜있는 것 중의 뭔가가 묻어있다면 제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어뢰 분석 과정에 대해 윤 전 단장은 “우리가 쌍끌이 어선 투입을 계획해 주도적으로 했지만, 국방부 탐색구조단의 도움을 받았으며, 발견 뒤 우리 요원도 가서 다 (실측 등의) 작업을 같이 했다”며 “이후 평택 2함대로 가져가 조사본부실에서 세부적인 것은 따져본 것으로 안다. 아마도 (철사뭉치와 흰색 물질을) 제거한 것은 그 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사로 엉켜 폐기목적으로 누군가가 바닷가에 버렸던 어뢰추진체 잔해를 당시 건져올렸을 가능성에 대해 윤 전 단장은 “그것은 근본적인 신뢰의 문제로, 국가가 하는 일은 못 믿겠다면 몰라도 그것은 아니다”라며 “과학적인 의문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증거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단장은 “아무리 의문을 제기해도 (1번 어뢰가 증거라는) 진실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런 곳에는 낚시나 어로장비가 많이 버려져있다”며 “그 때문에 해군이 바다에 빠진 것을 어민을 위해 치워주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하지만) 철사뭉치와 철밴드가 왜 엉켜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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