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자음과모음이 직원의 전보조치 등을 비판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간부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자음과 모음은 지난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박진희 지부장 등 2명을 형사고소했다. 혐의는 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3가지다. 출판지부 관계자는 9일 “8일 마포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자음과모음 측이 지부장과 다른 간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니 출두해서 진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사건은 자음과모음이 문학팀 소속 편집자 윤모씨를 입사 10개월 만에 물류팀으로 발령내면서 시작됐다. 윤씨는 회사 내 CCTV 설치에 반대하다 지난 3월 25일 권고사직 제안을 받았으며, 이를 거절하자 사측이 일방적으로 3월 26일 물류팀으로 발령냈다는 게 출판지부의 설명이다. 이후 윤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전보 구제신청을 했다.

윤씨가 입사할 당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출판지부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유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회사는 이후 근로계약서를 만들었으나 물류팀으로 발령내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 출판지부가 반발하기도 했다. 출판지부는 이 같은 행위가 윤씨 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에게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고 밝혔다. 출판지부는 또 일선에서 물러난 자음과모음의 강병철 사장이 직원들에게 무리한 실적을 강요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언어폭력을 수시로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 지난 4월 29일 언론노조 서울경기출판지부 조합원이 자음과모음 사옥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출판지부 제공.
 

윤씨가 물류팀으로 발령된 이후 출판지부가 반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은 기사화됐다. 3월 26일 한국일보 <사재기 논란 자음과모음 이번엔 갑질>, 4월 12일 한겨레 <실적 압박·부당인사 등 출판사 ‘갑질’…29살 청년 편집자는 꿈을 뺐겼다> 등의 보도에서 윤씨의 물류팀발령이 CCTV 설치 반대에 따른 불법적인 부당전보라고 밝혔다. 또 출판지부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강병철 사장에 대해 “차마 성명에 담기에도 끔찍한 욕설과 언어 성폭력을 무시로 직원들에게 퍼부었다”고 밝혔다.

출판지부는 성명에서 △윤씨를 자음과모음 편집부 문학팀으로 발령할 것 △근로계약서를 작성/교부하지 않는 등 무수한 회사 내 불법적인 노동행위를 바로잡을 것 △강병철 사장은 불법행위에 관해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출판지부는 대화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자음과모음이 법적 대응을 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출판지부 관계자는 “지난주 목요일에 사측과 면담을 했다. 지난달 낸 요구안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지만 사측이 면담요구에 응한 것 만으로도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다고 봤다”면서 “면담날 저녁 ‘노조의 주장이 허위사실이 많아 이에 대해 조치하겠다’는 협박성 메일을 보냈고, 급작스럽게 다음날 고소를 했다. 노조와 소통하고자 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음과모음 관계자는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조가 ‘노조원의 권리’를 지킨다면서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을 해 출판사, 필자, 직원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면담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면서 “노조가 말하는 부당전보, 사장의 폭언, 부당노동행위 강요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당전보논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씨가 업무에 적응하려 하지 않았고 작가들과 마찰이 있었다”며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권고사직을 권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아 물류팀으로 발령 낸 것으로 발령 전에 당사자와 이야기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출판지부는 허위사실이 아니라 직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회사를 비판했다는 입장이다. 출판지부 관계자는 “주장 과정에서 일부 비약이 있을 수 있지만, 자음과모음 및 계열사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회사를 비판하고 요구안을 만들었다. 허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