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경찰? 현장 모르는 경찰 간부들이 문제”
“폭력경찰? 현장 모르는 경찰 간부들이 문제”
[토론회] 경찰대 출신들이 요직 독차지… 순경 승진 유리천장 막아야, 경찰대 폐지 논란도

세월호 참사 1주기 행사가 열린 지난 18일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시민과 세월호 유족 1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위헌결정이 났던 경찰 차벽 설치와 물대포와 최루액을 사용한 진압에 대해 시민들은 “폭력 경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23일 “18일 밤에 유족들과 광화문 누각 앞에 있었는데 경찰 정보관이 와서 ‘곧 강제진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그래서(고립된 유족들이 나갈 수 있게) 경찰이 먼저 길을 열어주면 조용히 빠져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그 이후로는 연행자 없이 침묵으로 행진하면서 나갔다. 경찰 업무 중심에 국민을 연행하고 실적을 높이는 일이 있는 것이다. 국민과 경찰이 서로 대화하면서 충돌을 피해가면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권은희 의원은 ‘경찰의 조직·인사구조,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경찰의 조직과 인사문제에 대해 살펴봤다. 사법시험 특별채용(특채)으로 경찰에서 20년 근무했던 법무법인 한결 박상융 변호사는 경찰 특채 제도에 대해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예전에 경찰청장까지 했던 분이 그러더라. ‘나는 경찰에서 20년을 근무했지만 파출소를 잘 모른다.’ 현장을 모르는 간부들이 공문을 내려보낸다.”고 지적했다. 

   
▲ 지난 18일 세월호 유족들이 고립돼 있는 광화문 누각 앞으로 가려는 시민들이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실제 지난 16일과 18일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광화문으로 행진하기 위해 각각 헌화를 위해서 또는 고립된 유족들을 만나기 위해 행진했다. 하지만 경찰은 윗선에 지시에 따라 경찰 차벽과 폴리스라인을 설치했고, 물대포와 최루액을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다. 당시 경찰 지도부에서 현장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했다면 시민들의 행진을 안전하게 도왔겠지만 행진의 목적과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박 변호사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사법시험 특채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해 경찰도 검찰과 맞먹는 법률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 도입됐다고 하지만 수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초동수사를 담당하는 순경”이라며 “파출소 현장에서 술 취한 사람에게 침도 맞아보면서 이것이 모욕죄인지 공무집행방해인지 고민해보지 않은 사시 특채, 경찰대 출신 등이 간부를 독과점 하는 상황에서는 현장과 맞지 않는 공문이 내려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순경 출신은 경찰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총경이상 간부 승진에 비간부출신 20%를 할당하는 ‘총경 승진 쿼터제’가 시행 중이다.

한세대학교 신현기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궁극적으로 모든 경찰 채용은 순경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모든 경찰을 순경으로 뽑고 경위이상 간부 특채는 없다. 경위 승진 시험은 반드시 경사를 거친 사람만 볼 수 있다. 또한 순경으로 채용되면 2년간 유능한 간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해 간부학교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고속 승진의 기회를 준다. 

모든 경찰 채용을 순경으로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대전대학교 박행렬 경찰학과 교수는 “영국의 경우는 다른 행정직 공무원들도 가장 하위직에서 채용을 하는 문화 때문에 그렇다”며 “중간계급 채용이 있을 필요는 있지만 지금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행렬 교수에 따르면 중간계급 채용은 경찰대학 100명, 간부후보생 50명, 변호사 특채 20명 등 1년에 170명이다. 총경 승진 인원이 한해 약 80명이고 중간계급으로 들어온 경찰 중 약 50명 정도만 총경으로 승진해 170명 중 100명 이상이 총경 계급을 달지 못하고 퇴직하는 것이다. 

   
▲ 18일 광화문 누각 앞에 고립된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가던 시민들 행진이 경찰 폴리스라인에 가로막혀 돌아가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박행렬 교수는 경찰대의 문제도 언급했다. 경찰대학을 존속하자는 입장에 있는 이들은 우수한 인재 유치와 경찰 이미지 개선 등에서 경찰대학이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행렬 교수는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에 들어온 2000년 이전에는 경찰수사사건이 검찰에 송치될 때까지 영장 신청을 제외하고는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2000년 이후에는 검찰과 갈등으로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해 경찰수사권이 검찰에 더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박행렬 교수는 “경찰대 출신들이 경위 계급정년에 걸릴 시점에 경위, 경감의 계급정년이 없어졌고 현재는 경정계급 정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는데 과연 경찰대 출신들의 이해관계와 무관하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선 경찰관들은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고, 중간계급으로 채용된 경찰들은 현장 경험이 부족해 현장 상황에 대한 판단이 부족해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현장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승진에만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박상융 변호사는 “현장 경찰들은 승진은커녕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부터 지기 때문에 기피하게 되는데 여기에 현재 경찰의 문제점과 해결책이 있다”며 “경험과 경력이 중요한만큼 현장에서 근무하며 승진한 경찰청장이 그 경륜을 통해 공문을 내려보내는 시스템을 만들면 신뢰받는 경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