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조폭질, 사실로 확인됐다"
"MBN 조폭질, 사실로 확인됐다"
광고 받고 홍보방송, 안 주면 '조지는' '조폭방송'… "다른 종편도 마찬가지, 미디어렙 구조 바꿔야"

“‘MBN 광고영업일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종편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의 말이다. 선데이저널이 지난달 공개한 ‘MBN X파일’은 파급력이 큰 사안이었다. 종편 미디어렙이 모기업을 동원해 약탈적인 광고영업을 하고 방송편성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파장이 크지는 않다. 내용이 복잡한데다 언론의 보도가 소극적인 탓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는 지난 20일 토론회를 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 등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MBN X파일’은 MBN 미디어렙 영업 1팀의 영업일지를 뜻한다. 영업 1팀이 2014년 12월 1일부터 2015년 1월 20일까지 51일동안 수행한 영업활동에 대한 387건의 기록이 담겨있다. 지난달 5일 미주 한인 주간지 ‘선데이저널’이 해당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문서의 진위여부에 관해 황의준 MBN 광고1팀 팀장은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직원들끼리 게시판 형식으로 이렇게 일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작성한 문서이지 MBN 공식 문건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실제로 이대로 집행하거나 회사를 통해 움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언련이 직접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업무일지의 신빙성을 높일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먼언련은 보도를 통해 사실확인이 가능한 37건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그 중 21건이 실제 방송에 반영된 사실을 확인했다. 민언련은 불법광고 행태를 △뉴스보도에서 업체나 제품을 불법 홍보하거나 광고수주 압력 행사 △뉴스 이외 프로그램에서 제품을 불법적으로 홍보 △조폭식 각출 또는 뇌물로 의심되는 협찬 증빙 △기자의 불법 광고영업 등으로 분류했다. 

가장 큰 문제는 뉴스보도에서 특정 업체나 제품을 홍보하는 행위다.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업무일지 기록이 대표적이다. 2014년 12월 2일자 업무일지에는 “12월 6일 경제포커스에서 자원외교에 대해 다뤄지며, 한국전력공사 부각시킬 예정”이라고 쓰여 있다. 민언련 모니터 결과 실제 12월 6일 <경제포커스>는 공기업들의 투자실패 사례를 집중적으로 보도했지만 한전은 예외적으로 성공사례를 다뤘다.  

   
▲ MBN '경제포커스' 코너 '이슈포커스'의 한 장면.
 

광고계약이 체결되지 않자 속칭 ‘조지는’ 기사를 쓴 정황도 포착됐다고 민언련은 밝혔다. 2015년 1월 19일자 업무일지에는 한우자조금위원회와 미팅을 언급하며 “2월 11일 청계천 한우판매 행사 보도 제안 2000만 원. 행사 당일 현장 취재 후 5시 30분 뉴스 또는 익일 <굿모닝MBN> 최대 3분미만 보도제안”이라고 쓰여 있다. 한우 판매 행사를 3분 가량 보도하는 대가로 2000만 원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신태섭 민언련 정책위원은 “당일 보도가 되지 않았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신 며칠 뒤 MBN이 한우의 신뢰성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보도를 했다. 비판 기사로 보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12월 16일 MBN은  <“바코드로 한우 원산지 확인” 찍어봤더니 무용지물>이라는 리포트를 단독으로 내보냈다. 

업무일지에는 방송을 특정 제품이나 사업자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물로 만들어 기획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민언련은 밝혔다. 그 중에는 홈쇼핑으로 우회해 상품을 홍보하는 독특한 사례도 발견됐다. 일지에 따르면 “천기누설 기획 PPL 확정, 1/4(일) 신년특집 한 살 더 먹기 프로젝트! 젊음의 비밀 편, 아로니아 아이템 확정, 12월 선청구 예정으로 3천만 원”이라고 쓰여 있다. 민언련은 “모니터 결과 MBN <천기누설>은 건강보조식품 재료인 ‘아로니아’를 소개했지만 정작 한국인삼공사의 해당 상품이 노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의문은 1월 20일자 일지를 통해 해소 됐다. 이날 일지에는 “1월초 방송되었던 아로니아 건의 경우, 홈쇼핑에서 목표치의 150% 판매를 달성했다고 함”이라고 쓰여 있다. <천기누설>이 9시 40분에 방영되는데, 방영 55분 후인 10시 35분 NS홈쇼핑에서 한국인삼공사가 출시한 ‘홍삼담은 아로니아’가 판매됐다. NS홈쇼핑은 “끊임없는 언론의 찬사! MBN <천기누설>이 오늘 아로니아의 유용성 집중보도!”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MBN에 소개됐다는 홍보 문구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도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방송프로그램을 재방송 해주는 대가로 추가적인 광고비 집행을 요구했다는 정황도 있다고 민언련은 밝혔다. 

이 같은 영업행위는 MBN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MBN 뿐이 아니라 1사1렙을 운영 중인 종편 전반의 문제이고, 나아가 광고시장 전반의 문제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몇가지 사례를 모니터링하다보니 다른 종편과 지상파 방송에서도 같은 사례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 NS홈쇼핑의 한 장면. 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이 같은 사례는 처벌할 수 있을까? 업무일지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방송 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를 규정한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15조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방송법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다. 김준현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언론위원장은 “언론사가 자신의 매체파워를 이용해 광고를 얻어내는 행위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폭력이나 협박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불공정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현재 진행중인 방통위의 실태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 선데이저널이 공개한 파일만으로는 일지 가 원본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송통신위원회에 MBN의 광고영업 불공정행위 논란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다. 방통위는 현재 실태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가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현 언론위원장은 “방통위가 해당 방송사와 미디어렙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징계를 내리는 등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도 “방통위가 뿌린 씨앗인 종편과 미디어렙에 제대로 된 징계를 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지난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MBN 영업 일지'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언론단체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금준경 기자
 

언론단체는 문제되는 행위에 대해 다각도로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우선 민언련은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신청할 계획이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경제포커스>에서 한전을 홍보한 것은 객관성 위반, 과장 광고 등의 문제이고 돈을 받고 재방송한 행위와 홈쇼핑과 연계한 홍보 모두 제재를 받을만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일지에 나타난 사례가 예견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종편은 지상파 미디어렙과 다른 방식으로 미디어렙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종편은 프로그램별로 광고를 받지 않고 월 단위로 집행하고 있다. 이 경우 협찬과 광고를 제대로 구분하기 힘들다. 이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위원장은 “1사1렙 체제의 특성상 방송사와 미디어렙이 같은 편이 됐다. 따라서 불공정한 광고집행 관행이 나타날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미디어렙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민언련의 입장이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일단은 MBN 문건이 철저하게 조사가 되길 요구한다”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편의 1사1렙에 대한 제도적 변화, 미디어렙법 개정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추후 언론단체들 토론회를 통해 장기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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