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유족에 대한 추모 뜻과 무관한 안전 홍보행사를 개최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국민안전처는 서울 코엑스에서 제1회 국민안전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청년들은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춰 남미 순방을 떠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며 “대한민국 정부 파산선고” 전단을 뿌리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안전처 직원, 군, 경찰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박 장관은 대회사에서 “우리는 4월 16일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국민안전의 날을 제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며 “(이 자리가)뼈아픈 자성과 결의의 자리”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정부의 안전 관련 정책을 홍보했다. 박 장관은 “재난 안전을 총괄하는 안전처를 신설하고 재난 안전 지휘체계를 일원화했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힘과 지혜를 모으는 길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영원히 받드는 길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안전다짐대회에 동원된 아이들.
ⓒ노컷뉴스
 

이날 행사는 안전처 경과보고, '국민의 목소리' 동영상 상영, 대회사, 안전관리헌장 낭독과 다짐 등으로 이루어졌다. 해경, 경찰, 여성민방위대 등 참석자들이 ‘안전관리헌장’을 낭독하면 1000여명의 참석자들이 주최 측이 미리 준비한 수건을 들고 일어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국민안전처는 국회, 공공기관, 안전책임관 17개 광역시도에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부주관 세월호 추모제를 치르자고 요청했지만 공무원을 동원한 행사를 열었다. 세월호 사고가 참사로 변하게 된 원인에는 국가의 늑장 대응도 꼽히지만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 안전의식 제고를 강조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채워졌다.

박 장관은 “최근 한 초등학생이 불과 몇 시간 전에 배운 심폐소생술로 이웃을 구한 것은 값진 교훈”이라며 “안전에 관한 철저한 관리와 감시 뿐 아니라 문화와 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전처는 경과보고에서도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안전교육시스템 구축, 초중고 학생 대상 안전교육 의무화 추진(교육부 협조) 등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 14일 SNS를 통해 ‘학교안전캠페인’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화재경보가 울리는 모습,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모습,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사용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괜찮다고 그냥 넘어가는 모습을 담아 이들이 외면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었다. 정부가 세월호 1주기에 맞춰 대대적으로 국민에게 안전의식을 홍보하는 모습이다. 

   
▲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민안전다짐대회 부대행사로 열린 국민안전 체험전. 동원된 경찰들만 모여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민안전다짐대회 부대행사로 열린 사진전. 사진전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진은 전시되지 않았다. 사진=장슬기 기자
 
   
▲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민안전다짐대회 부대행사로 열린 국민안전체험전.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사진 가운데)이 안전신문고 앱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행사장 앞에는 국민안전 체험부스와 사진전 관람 장소가 마련됐다. 하지만 체험을 행사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체험부스에는 안전신문고 웹사이트와 앱 설명부스도 있었다. 해당 부스 관계자는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이 있으면 앱을 통해 신고하면 된다”며 “아직 국민들이 많이 모르고 있는데 꼭 홍보해달라”고 말했다. 사진전에는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는 정부의 모습이 담긴 사진 10여점이 전시돼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진은 없었다. 

행사가 끝날 무렵인 10시 25분경, 코엑스 오라토리움 앞에서 청년좌파 회원 3명은 “박근헤 정부는 파산했다”며 “남미 순방가서 안 돌아와도 된다”며 미리 준비한 5000여장의 전단을 뿌렸다. 청년들은 행사 관계자에게 제압당해 코엑스 밖으로 쫓겨났다. 

전단을 뿌린 우람(23, 남)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금 성완종 게이트로 한창 나라가 혼란스럽고 게다가 세월호 1주기인데 박 대통령이 외국에 나간다고 한다”며 “이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비판했다. 우씨는 “국민안전처가 새로 생겼다는데 말놀음에 불과하다”며 “박 대통령은 외국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 16일 국민안전다짐대회가 열린 서울 코엑스에서 청년좌파 회원들이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전단을 뿌리고 있다. 사진=청년좌파 제공
 
   
▲ 16일 청년좌파 회원들이 만든 1만여장의 전단지(사진 아래)와 국민안전다짐대회 행사 안내문. 사진=장슬기 기자
 

청년좌파 회원들이 뿌린 “비리정권을 퇴출하기 위해 준비했다”라는 제목의 전단지에는 “파산선고, 수취인 : 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 정부의 도덕적 정치적 파산을 선고합니다. 남미순방 안녕히 가세요. 돌아오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 맞은 편 빌딩 옥상에서도 청년 3명이 전단 5000장을 뿌렸다. 이 과정에서 청년 2명은 빌딩 직원이 신고한 경찰에 연행됐다. 

여의도에서 전단을 뿌렸던 청년좌파 김아무개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빌딩 직원에게 제지당하는 과정에서 뺨을 맞고 목이 졸리기도 했다”며 “옥상에 올라갔던 2명은 여의도 지구대에 연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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