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연속극 <압구정 백야>, 이 드라마는 과거 <오로라 공주> 등 쓰는 작품마다 ‘막장’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임성한 작가의 작품입니다. 황당하고 개연성 없는 극 전개와 자극적 소재, 극 전반에 깔린 동성애에 대한 혐오 등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흥행 작가’이기도 합니다. 전작 <오로라 공주>는 최고시청률이 20.2%(닐슨코리아)에 달했고 현재 방송중인 <압구정 백야>도 초반 시청률 부진을 겪다 보란 듯이 10%대로 상승했습니다. 1일 방송에서는 13.2%의 시청률을 기록했군요.

그 <압구정 백야>가 이번에도 ‘사고(?)’를 쳤습니다. 새해 첫 날 방송에 극 전개랑 아무 관계도 없는, 정말 뜬금없는 장면이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한 가족이 TV를 시청하는 도중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이 등장해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단독인터뷰 하는 장면이 2분 가량 방송된 것입니다.

종종 드라마에 뉴스 장면이 방송되고, 해당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출연해 뉴스를 진행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체로 극 전개와 관련이 있을 때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압구정 백야>는 남다릅니다. 극 전개랑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뿐더러, 이런 의미 없는 장면이 2분이나 방송됐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1일 MBC 일일연속극 <압구정 백야>에 나온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
 

드라마에서 뉴스를 보는 가족이 이 장면을 시청하면서 하는 대사라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젊네” 정도 수준의 대사입니다. 대체 이 장면은 왜 들어갔느냐?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역대급 뜬금포네”, “참 가지가지 한다”, “진짜 황당했음, 역시 임성한”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한 네티즌은 “TV 돌리다가 저 장면만 딱 봤는데, 사우디 왕자가 왜 왔지?”, “나는 TV를 껐는데, 나 같은 사람 있을 것이라 생각 안하냐? 무슨 방송을 만우절 방송마냥 하고 있냐?”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이런 장면은 해당 방송국 아나운서들이 맡기 마련인데 왜 보도본부장이 드라마까지 등장했을까요? MBC 안팎으로부터 MBC의 공영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사람 중 한 명인 이진숙 본부장의 난데없는 드라마 출연에, 사람들은 더 황당해하는 반응입니다.

“보도국 본부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할 일인가요?”, “보도에 대한 신뢰가 딸리니, 드라마에 나오는 구나”, “과거 ‘이진숙’ 하면 용감한 취재로 유명했지만, 요즘 이진숙 하면 MBC의 공영성을 훼손한 주범 중의 한 명으로 비리 사장 김재철의 오른팔 격이었다”라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이런 비판은 그나마 ‘순화’해서 옮긴 것입니다. 시청자들의 불쾌감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지요. 특히 임성한 작가라는 특성에 이진숙 본부장이 등장하는 조합이라니, MBC가 더욱 희화화 되는 느낌입니다. “(임 작가의)글 빨이 딸리니 이제 이진숙 한테까지 아부하는구나, 드라마가 웬 말이냐?”라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MBC 보도에 대한 신뢰는 이미 크게 떨어졌습니다.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JTBC가 앞질렀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금의 MBC를 떠받치는 것은 <무한도전> 등 일부 예능과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에까지 이런 논란이 벌어지다니, 한 때 존경받던 공영방송 MBC는 이제 사람들의 냉소를 부르고 있습니다.

대체 이진숙 본부장은 거기 왜 나왔고, 임성한 작가는 하필 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인터뷰하게 한 것일까요? 차라리 앞으로 전개되는 극에 대한 모종의 ‘복선’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끼리끼리 논다”와 같은 댓글 비판은 지나치게 모욕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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