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가 지난 29일 열렸지만 합산규제와 클라우드 법안 등 쟁점사안을 해결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언론장악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여야가 한 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미방위 최대 쟁점사안은 ‘합산규제’ 도입이다. ‘합산규제’는 지금까지 IPTV와 유료방송의 시장독점을 따로 규제했던 방식을 전체 시장의 3분의 1로 통합해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합산규제’가 도입되면 IPTV인 올레TV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를 소유한 KT의 점유율이 28%에 육박해 추가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KT는 ‘합산규제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케이블업계를 비롯해 KT를 제외한 유료방송업체들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지난 29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합산규제’ 논의가 진행됐지만 여야 의원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논의가 연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합산규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유보적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미방위 관계자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합산규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정책을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의견이 갈렸다”고 말했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도 관련 법안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안소위 회의 중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퇴장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방위 관계자는 “소위 도중 권 의원이 KT이사출신이기 때문에 합산규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린 야당을 문제 삼았고 회의장을 나갔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논의 역시 법안소위의 벽을 넘지 못해 해를 넘기게 됐다. 이 법안은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의한 것으로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공공기관 관련 클라우드 서비스 사고 발생 시 국가정보원 개입 조항이 문제가 돼 새정치연합과 시민단체가 반발한 바 있다. 

이날 미래부는 문제된 내용을 개선한 수정안을 제출해 보고했으나 해당 법안이 법안소위 심사를 받지 못했다. 미방위 관계자는 “야당과 시민단체가 지적했던 내용을 수정한 안을 이날 미래부가 제출했고, 보고까지 받았지만 이날 처리한 법안들이 많아 시간관계상 깊은 논의를 진행하지 못해 추후에 추가적인 논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를 넘긴 두 쟁점법안이 회기 내에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조해진 의원은 “쟁점법안 논의를 오랫동안 미룰 수 없어 1월 초 소위를 열고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지만 여야가 이견을 좁히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내년 1월 12일 임시국회 회기 내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만일 합산규제 법안이 법안소위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미방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미방위 관계자 역시 “아무래도 년초이고 법사위에 최소한 5일 전에 법안을 넘겨야 하는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소속 여야의원들이 공영방송의 언론장악을 위한 법안이라는 비판을 듣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의견 제시를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 등 155명이 발의한 것으로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 중이었으나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미방위 차원에서 회부 요청을 한 바 있다.

전체회의에서 홍문종 미방위원장은 “현재 기재위에 계류된 개정안에 대해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KBS와 EBS를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에 여야의원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미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의견제시를 담은 검토보고서에 “(KBS와 EBS가) 예산, 조직, 인력 등에 있어서 기획재정부 장관의 통제를 받게 된다”며 “KBS 및 EBS를 공공기관 지정대상으로 정하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 및 자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미방위 의원들의 반대의견 제시에 따라 향후 기재위에서 공운법을 논의하면서 미방위의 의견을 담은 검토의견서를 함께 논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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