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확인 없이 보도된 ‘전원 구조’ 오보. 참사 생존자에게 친구가 죽은 사실을 아는지 묻는 앵커. 눈물을 흘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다짜고짜 질문을 던지는 기자. 세월호 참사 때 ‘기레기’로 불린 ‘언론인’의 모습이다. 

앞으로는 방송사의 재난보도를 담당하는 기자·PD·아나운서들이 의무적으로 재난보도준칙 교육을 받게 된다. 방송평가 때 재난보도의 배점을 상향조정하고 재난보도 시 오보를 냈을 경우 큰 폭으로 감점하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효율적 재난방송 실시를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은 입법부문과 제도개선부문으로 나뉜다. 방통위는 입법부문 개선방안으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및 방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마련해 12월 중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KBS를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 법률에 명시하고, 그 권한과 책임을 시행령에 규정했다. 

   
▲ 지난 4월 16일 오전 11시 1분 26초에 MBC가 최초로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내보낸 방송 화면.
 

재난방송의 정의에도 변화가 생겼다. 개정안은 재난상황을 예방·대비·대응·복구의 4단계로 나눠 단계별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재난정보를 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제공하기 위해 의무대상사업자를 기존의 지상파·종편·보도PP 외에 SO·위성·IPTV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방송사들은 재난보도를 담당하는 기자·PD·아나운서들이 재난방송 준칙을 취득할 수 있도록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방송사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고시로 운용중인 ‘재난방송 준칙’과 방송협회 등 언론단체가 자율적으로 제정한 ‘재난보도 준칙’의 내용도 개정안에 반영된다. 

제도개선 부문으로 인터넷, 모바일을 활용해 재난보도를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각종 재난을 신속히 보도할 수 있도록 현재 국민안전처·기상청에만 연결돼 있는 ‘재난방송온라인시스템’을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강홍수통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허원제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에 관해 “실무자들에 대한 재난보도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언론인들이 재난보도준칙을 체화해야 신속하고 정확하면서도 절제된 보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관할 부서의 이원화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고삼석 방통위 위원은 “개선방안에 따르면 재난선포시 방통위와 미래부가 재난방송을 요청할 경우 재난방송을 실시한다고 돼 있다”며 “방통위와 미래부가 각각 요청을 하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어 일원화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고삼석 위원은 “세월호 참사로 정부 재난시스템의 미흡점이 드러났는데, 이 부분의 개선이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재난안전청과 미래부와 함께 협의해서 재난상황의 대처가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