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노동자들, 사측에 “이달말까지 복직계획 내놔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사측에 “이달말까지 복직계획 내놔야”
복직투쟁 2000일 공장앞 결의대회, 각계각층 “끝까지 함께 하겠다”

“얼음처럼 추운 날이었다. 서울에 있는 대법원으로 갔다. 거기에서 딱 10명만 법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못 들어갔다. 재판에 졌다.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 나도 눈물이 났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창근씨의 아들 이주강군이 쓴 편지 내용이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투쟁 2000일을 맞아 15일 평택 쌍용차공장 앞에서 개최한 문화제에서 이창근씨의 아내 이자영씨가 아들 대신 편지를 낭독했다. 

문화제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가족들과 600여명의 동료 노동자와 시민들이 참석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사측에 해고자 복직계획을 11월 말까지 마련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김정우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의 딸 김민지씨가 무대에 올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격려하는 노래를 불러줬다. 김민지씨는 “아빠와 삼촌(동료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생일이었으나 생일파티를 취소하고 문화제에 참석한 김민지 씨의 노래가 끝난 후 아버지 김정우 전 지부장은 무대에 올라 “딸의 노래를 처음 듣는다”고 말하며 딸을 끌어안았다. 김민지씨는 유명 기획사 가수 연습생이었으나 아버지가 해고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기획사를 나와야했던 경험이 있었다.

   
▲ 김정우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오른쪽)과 그의 딸 김민지씨(왼쪽). 사진=금준경 기자.
 

덕본 스님, 나승구 신부, 최헌국 목사 등 종교계 인사들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격려했다. 덕본스님은 “며칠 전 대법원 앞에서 해고노동자들과 2000배를 함께했다”며 “대법원에 가 보니 자유, 평등, 정의라는 글씨가 있는데 이를 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덕본스님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비롯해 고달프게 살고 있는 노동자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최헌국 목사는 “무차별 정리해고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사회구조를 바로잡지 못했다”며 종교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복직을 이루는 일에 지금보다 더 힘차게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기륭전자 노조,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 주민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도 함께 했다.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은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재판에서 이겨본 적 없다”며 “기대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을 때의 참담함을 잘 안다”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우리가 이 나라의 국민인데 최소한 사람으로서 존중 받기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우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문화제 중 눈물을 흘리는 동료 해고노동자를 끌어안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문화제에 앞서 진행된 규탄대회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규탄했으며 사측에 복직계획을 내놓을 것을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전태일 열사 44주기에 사법부는 노동자들에게 살인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인권 최후의 보루라는 대법원이 억울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을 생각했다면 이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자동차 경영진에 요구한다”며 ”11월 말까지 징계자와 정리해고자, 비정규직을 비롯한 187명 노동자에 대한 복직계획을 내놓아 달라“고 말했다. 그는 ”최후의 상황까지 가기 이전에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요구하는 것“이라며 ”함께 살수 없다면 함께 죽을 각오로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투쟁 200일을 맞아 대법원 판결 규탄대회와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김득중 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쌍용차 사측의 대응을 지켜본 다음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쌍용자동차 투쟁 2000일을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한다”며 “오늘 밀양과 강정, 그리고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사상 첫 민주노총 위원장 직선제에 입후보한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2000일 간의 투쟁을 되돌아봤다. 한 전 지부장은 “2009년 당시 부당해고를 당하고 나서 우리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겠다고 나섰다”며 “그동안 우리는 스스로 결정하고 후회 없이 싸웠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결과를 기다리며 내심 판결이 잘 나오길 기대했다. 판결을 듣고 나서 머리띠를 다시 꽉 조이게 됐다”며 “한국사회에서 반드시 도려내야 할 암적인 악법들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이들과 연대하는 노동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민중가요를 부르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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