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명예훼손 했으니 엄벌에 처하도록 해달라는 보수단체 또는 보수논객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는 의문에서부터 국민과 세월호 가족을 몰아붙인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까지 고발대상이 됐다. 

고발 대상자엔 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언론사 대표, 기자, 논설위원, 학자, 평론가(방송인) 등 여론을 움직이는 이들이 망라됐다. 서북청년단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이도 있다. 

고소고발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부터 검찰 수사와 함께 봇물처럼 쏟아졌다. 의문의 7시간 동안 ‘정윤회’와 밀회 가능성을 언급한 산케이신문의 전 서울지국장은 검찰에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보수단체·논객의 고발과 검찰수사와 기소로 이어지는 현상이 예사롭지 않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가장 많은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하고 있는 보수 칼럼니스트 심상근씨는 자신의 이런 고발행위에 대해 고발당사자들이 반박을 한 것에 대해서도 고발장을 접수했다. 피고발인의 목소리를 실은 미디어오늘 역시 고발대상에 포함됐다. 고발당한 이들이 이런 세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들어봤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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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변인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고발을 남발한 심상근씨가 지난 10일 ‘서북청년단’의 명예훼손 혐의로 영화평론가 허지웅씨를 고발하자 허씨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심상근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고발내용 요약’ 게시물에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된 본 고발인은 이에 대하여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허씨를 고발한 이유에 대해 “잘못되고 오도된 역사관을 방관할 수 없다”며 “애국단체인 서북청년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였기에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주장했다.

허지웅씨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서북청년단 재건위’를 언급하며 “(서북청년단은) 고작 수 십 년 전의 끔찍하고 창피한 역사다. 저런 이름을 창피함 없이 쓸 수 있게 허용한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부끄러워하며 어른이 어른일 수 있는 마지노선을 사수합시다”, “저 단체는 심각한 혐오범죄로 분류되고 관리되어야 마땅합니다”라고 썼다.

   
▲ 영화평론가 허지웅. 사진=JTBC
 

고발 소식을 전해들은 허씨는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에 쓴 글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발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에서 재현된 독일 나치SS친위대’라고 쓴 사실을 ‘미국에서 재현된 독일 나치SS친위대’로 잘못 적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틀렸다”고 지적했다. 

서북청년단에 대해 허씨는 “역사적 사실에 선과 악을 나누는 경우가 무의미한 경우가 있고, 평가를 통해 교훈을 얻어 같은 문제를 반복해선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서북청년단은 후자에 속한다”며 “혐오범죄와 증오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심씨가 서북청년단을 애국단체라고 하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 한 것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 대변인을 자처할 정도로 나이가 많은 분이 서북청년단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한다”며 “이런 분이 서북청년단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른스럽지 않고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이번 고발이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며 “만약 기소가 된다면 자신 있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3자의 고발이 검찰 수사로 이어질 경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허씨는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사례처럼 제3자의 고발을 통한 의견을 묵살하거나 견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이 고착화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허씨는 심씨가 명예훼손 고발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발당한 사람들은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하니까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줄이게 되고 입을 다물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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