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돈 벌어다주는 기계가 아님을 깨닫게 돼”
“삼성에 돈 벌어다주는 기계가 아님을 깨닫게 돼”
최종범 1주기 노동자들 “열사의 뜻 잇겠다”...유족들 “노조가 승리하길 바란다”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지난해 10월 30일,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노동자 최종범씨가 쓴 카카오톡 메시지다. 그는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다음날, 차에 번개탄을 피워 자결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당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과잉노동, 저임금, 노조탄압 문제로 고통 받았다고 밝혔다.

그 후 1년이 흘렀다. ‘최종범 열사 1주기추모제’가 26일 모란공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엔 최종범씨의 가족과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최종범씨의 동료 김배성씨는 1년 전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동차 히터를 틀지 않으면 몸이 오싹해지는 이런 날씨에 종범이는 차에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기름때 묻은 손으로 일하던  종범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렇게 동지들이 다 모였는데 종범이가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최종범 열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노동자들. 사진=금준경 기자.

최종범씨의 자결 이후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투쟁을 시작했고, 그 결과 경총이 노동조합 활동과 생활임금 보장을 비롯한 노동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김배성씨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종범이는 하나뿐인 목숨을 버려서라도 사람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 가져주길 희망했다”며 “종범이 덕에 문제 개선이 이뤄졌지만 경총의 약속이 지켜질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고 최종범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남문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최종범씨가 ‘인간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초일류기업이라 불리는 삼성에서 노동자는 가난에 허덕이고 인간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표적감사와 지역쪼개기 등 온갖 억압과 탄압을 겪었다”며 “열사는 이와 같은 삼성의 문제를 폭로하는 ‘인간선언’을 했고, 그 선언을 계기로 우리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원형 금속노조 충남지부장은 “지난 1년 동안 많은 투쟁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삼성과 이건희 회장에 돈을 벌어다주는 기계가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종범 열사는 떠났지만 그의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최종범 열사 1주기 추모식 행사.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고인에게 절을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최종혁 삼성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은 또 다른 희생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1년 전 종범이가 떠났고 또 한명의 열사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7일 자결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 양산분회장을 말한 것이다. 고 염호석 분회장은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버립니다”라는 유서를 쓰고 자결했다.

이날 행사엔 최종범씨 아내 이미희씨와 형 최종호씨도 참석했다. 이미희씨는 “남편의 죽음으로 노동환경이 개선된 점도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싸움이 잘 되길 빈다”고 덧붙였다. 최종호씨도 “많은 분들이 참석한 사실이 고맙다”며 “노조가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최종범 열사 1주기 추모식 행사. 최종범씨의 형 최종호씨가 고인을 향해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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