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행사 이데일리 기획, 도마에 오른 언론사 문화사업
판교행사 이데일리 기획, 도마에 오른 언론사 문화사업
판교행사 상가번영회 소속 업체 등 협찬으로 벌인 언론사 행사 "언론사 이익 위한 행사 아니냐"

판교 테크노밸리 공연 중 벌어진 환풍구 추락사고의 책임 공방과 관련 주관 언론사인 이데일리가 처음부터 이 행사를 기획하고 경기도 산하기관에 행사 소요비용을 지원받기로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데일리는 상가번영회 등 각종 업체의 협찬으로 이 행사비용을 충당하고 자신은 한푼도 부담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을 동원해 벌이는 언론사의 문화사업의 문제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과학기술진흥원과 성남시는 각각 1960만 원과 1100만 원을 이데일리 측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와 성남시가 구성한 판교사고대책본부는 지난 18일 브리핑자료에서 문제가 된 행사에 대해 "본 행사는 이데일리가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사업추진을 주관한 것으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1960만 원을 지원키로 결정했으나 미지급중(아직 지급하지 않았다)"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는 이번 행사에 두 기관 뿐 아니라 판교 상가번영회 업체, 협찬 등을 통해 소요예산을 충당했으며 자비는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고 여민규 이데일리 대변인이 21일 밝혔다.

여 대변인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억 원의 행사 예산 내역에 대해 “최초 계획한 예산편성은 2억 원이지만 추진과정에서 예산이 7000만 원으로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여 대변인은 “경기도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을 통해 지원해줄 수 있는 예산이 3000만 원, 성남시가 1000만 원이라고 했다”며 “여기에 연예인 및 MC 섭외비용 2750만 원, 예비비 250만 원을 추가해 예산이 7000만 원으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성남시가 지원하기로 한 예산을 제외한 금액은 어떻게 충당했는지에 대해 여 대변인은 “나머지 3000만 원은 판교 상가번영회 소속 업체의 신청을 받아 부스행사비로 충당했다”며 “행사 준비과정에서 이데일리는 협찬유치를 했고, 직접적으로 부담한 금액은 없다”고 밝혔다. 

이데일리가 경기도 산하기관과 성남시의 예산 뿐 아니라 각종 협찬을 유치해 문화사업을 벌였다가 참사를 낳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다.

   
판교테크노밸리 광고.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 입장에선 돈을 들이지 않고 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와 함께 행사를 하는 경우가 관행적으로 있다”며 “눈에 보이는 수익을 얻지 않았더라도 이데일리가 자체예산을 지출하지 않고 행사를 진행해 홍보효과를 누리려 한 것은 이익을 취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추 총장은 “자기들이 이익을 추구한 사업을 벌이다가 이런 대형참사까지 났으면 언론사로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하며, 윤리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한다”며 “사과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이 행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스스로 기사로 내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 대변인은 “판교행사는 수익사업이 아닌 문화확대사업”이라면서도 “행사를 통한 홍보효과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가 한푼도 부담하지 않은채 다른 이들 돈으로 이런 행사를 벌이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수익사업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행사의 주최기관이 어디였느냐를 놓고 이데일리와 경기도·성남시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데일리는 경기도와 성남시가 판교 테크노밸리 행사의 공동주최기관이라고 주장했다. 이데일리는 18일 사고(社告)에서 해당 행사에 대해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성남시가 주최하고 당사가 주관했다”고 썼다. 실제 행사 포스터와 홍보영상에는 경기도, 성남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공동 주최기관으로 돼 있으며 이데일리, 이데일리TV가 주관사로 돼 있다.

이에 대해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자신들이 행사의 주최기관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경기도와 성남시는 자신들의 명의가 도용당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와 성남시로 구성된 판교사고대책본부는 지난 18일 내놓은 자료에서 “본 사업추진의 편의를 위해 경기도와 성남시 양 기관의 검토와 승인 없이 주최자로 경기도, 성남시 명칭을 사용했다”며 “경기도, 성남시는 본 행사와 관련하여 이데일리로부터 주최자가 되어줄 것에 대한 요청을 받은 바가 없으며, 이데일리는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의 묵인 하에 주최 명칭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민규 이데일리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성남시와 경기도의 주장을 반박했다. 여 대변인은 “지난 8월 성남시에 행사지원요청을 했는데 성남시는 ‘자신들이 주최기관이 되어야 예산편성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며 “성남시의 지원을 받기 위해 성남시를 주최기관에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성남시가 예산이 부족해서 추경예산편성을 해야 한다고 밝혔고, 9월 말에 추경예산이 확보됐다는 통보를 했다”며 “성남시는 언론재단을 통해 배너 광고로 집행할 것이며 금액은 1000만원에 부가세를 별도로 주기로 확정해줬다”고 말했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지난 13일 작성한 보도자료.
 

여 대변인은 “경기도에 축제 주최를 제안한 시점은 7월”이라며 “경기도는 ‘사랑방 콘서트’라는 축제를 매달 주최하던 상황이기 때문에 이 행사를 특별공연형식으로 확대하자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할 자료가 있냐는 물음에 여 대변인은 “공문, 사업계획서 등의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경기도와 성남시가 주최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까닭은 귀책사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상현 성남시 홍보기획팀 주무관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재단에 배너광고 명목으로 1100만원을 의뢰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행사와는 무관한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행사 이틀 전(15일)에 언론재단 광고예산을 의뢰한 사실이 문제된다고 하자 유 주무관은 “시기가 우연히 겹쳤을 뿐이지 통상적인 광고비였다”고 해명했다. 유 주무관은 “브리핑을 통해 전달했듯 성남시와 경기도는 행사의 주최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지난 13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보도자료에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이 행사를 주최하는 것으로 기재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보도자료는 15일에 경기과학기술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린 것으로 돼 있으며, 작성시기는 13일로 찍혀 있다. 보도자료엔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중략) ‘제1회 판교테크노벨리 축제’를 개최한다”고 되어 있다.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근거인 것이다.

해당 보도자료 작성을 담당한 연도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감사홍보팀 대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도자료가 잘못 작성돼 내용을 수정했는데, 실수로 홈페이지에 수정하기 전의 파일을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같은 날 경기도청 출입기자들한테 보낸 메일은 잘못된 내용을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2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이데일리 관계자가 출석할 예정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판교 행사의 공동주최기관을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이 매듭 지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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