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 후손 ‘명량’ 제작진 이어 배급사도 고소
배설 후손 ‘명량’ 제작진 이어 배급사도 고소
배설 후손 “사자 명예훼손”... 제작사 “창작의 자유”

배설 장군의 후손인 경주 배씨 비상대책위원회가 영화 <명량>의 제작진에 이어 영화 배급사인 CJ E&M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13일 오후 2시 성주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경주 배씨 비대위는 지난달 15일 <명량>의 제작자 겸 감독인 김한민 감독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사자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제기한 바 있다.

경주 배씨 비대위 배윤호 대변인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배설 장군이 명예훼손이 됐기 때문에 영화의 무료상영을 막아달라고 꾸준히 언론을 통해 주장했는데 군부대에서 <명량>의 무료상영을 실시했다”며 “국방부에 질의해보니 ‘배급사인 CJ E&M의 결정이라 취소할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배급사가 영화 무료상영을 포기할 수 없었다면 <명량>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자막으로 알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도 않아 고소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주 배씨 비대위가 <명량> 감독에 이어 배급사까지 형사고소하면서 ‘배설 장군 명예훼손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향후 재판에서 작품 속 인물에 대한 묘사가 사실과 다를 경우 ‘사자 명예훼손’을 적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창작의 자유’로 봐야하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영화 <명량> 속 배설 장군.
 

경주 배씨 비대위는 “창작의 자유가 허용 되더라도 한계가 있다”며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한정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경주 배씨 비대위는 고소장에서 배설장군이 △ 왜군과의 내통 및 이순신 장군에 대한 암살 시도 △ 거북선 방화 △ 휘하 장수 안위의 화살에 맞아 죽음을 맞는 장면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명량>의 제작사인 빅스톤픽쳐스의 법무 대변인 김경환 변호사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한민 감독과 이번 주 관련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공식적 입장 발표는 그 다음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자명예훼손이 적용될 가능성이 적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개인적 견해로는 근현대 인물을 묘사한 드라마에 대한 후손들의 관련 소송이 대부분 원고의 패소였다”며 “배설 장군은 현대 인물도 아니고 400년 전 인물이기 때문에 원고측이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 드라마와 영화에 묘사된 실존인물의 사자 명예훼손 소송에서 재판부는 연달아 ‘창작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판결을 내렸다.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임화수·최무룡, KBS 드라마 <서울1945>의 이승만·장택산,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신숙주·신면, 영화 <실미도>의 684부대 훈련병의 유족과 후손들이 사자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다.

   
▲ 영화 및 드라마 속 등장하는 실존인물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소송 결과.
 

신숙주의 후손들이 제기했던 <공주의 남자> 소송은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아닌 조선시대가 배경이라는 점에서 배설장군 후손들의 <명량> 소송과 유사하다. 당시 신숙주의 후손들은 신숙주와 그의 아들 신면에 대한 극 중 묘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사자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5부)는 “드라마 속 설정은 작가에게 허용되는 범위에서 역사적 사실을 각색한 것으로 보이며 방영에 앞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허구라는 점을 고지해 시청자도 이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내용이 반영될 경우 배설장군 후손 역시 사자 명예훼손을 인정받기 힘들다.

물론 <공주의 남자>는 ‘허구’라는 점을 방영 전 자막을 통해 고지했다는 점이 <명량>과 다르다. <공주의 남자> 관련 판결 당시 재판부는 “방영에 앞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허구라는 점을 고지해 시청자도 이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경주 배씨 비대위의 배 대변인도 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영화에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자막이 없었으며 제작사는 이 영화를 통해 역사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홍보를 할 때도 역사를 충실히 구현했다고 말했는데 이제 와서 창작물이라고 ‘창작의 자유’ 운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명량> 제작사 빅스톤픽쳐스의 김경환 변호사는 “영화 시작 전 자막이 고지되지 않았지만 네이버 영화소개와 감독 인터뷰 등에서 영화가 허구라는 점을 충분히 알렸다”며 “실질적으로 역사적 사실과 <명량>이 다르다는 사실이 고지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사극의 콘텐츠는 사실의 전달이 아니기 때문에 창작의 자유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면서도 “사극 속 내용이 역사적 사실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이번 사건의 경우 영화 시작 전에 역사적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는 내용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명량> 배급사인 CJ E&M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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