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인천, 강원, 충남 교육청에서 평교사를 바로 장학관으로 임용하자 '교피아'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교총을 중심으로 이들은 일부 진보교육감이 탈법적인 코드인사를 하고 있다며, 교육행정이 흔들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관련기사). 술렁거리기는 하지만 교육감이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임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불복종 운동 등을 운운하지는 못하고, 그 대신 "허술한 전문직 인사규정"을 운운하며 법개정 운동까지 나설 기세다. 교육감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자기 마음에 드는 평교사를 두 단계나 점프시킨 특혜 발령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를 특혜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초중고 교원에 교사급-교감급(장학사) -교장급(장학관)이라는 직급이 있다는 잘못된 통념이다. 이 잘못된 통념에 근거해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임용한 것이 두 단계나 점프한 '벼락 승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법령 어디를 뒤져봐도 교사-장학사-장학관의 직급체계를 규정한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른바 교육전문직 공무원(장학사, 장학관)은 교사가 승진해서 가는 자리가 아니라 전직, 즉 수평이동 해서 가는 자리임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교육전문직 공무원은 교사가 승진해서 전문직이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교사출신 공무원을 임용했기 때문에 일반직 공무원과 구별하기 위해 교육전문직이라 부르는 것이다. 일반직 이외의 교육전문직 공무원이 필요한 까닭은 우리나라 헌법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행정공무원에게 전담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중요한 부서는 교사 등 교육전문가 출신 공무원에게 담당시키는 것이다. 이때 6급에 해당되는 보직을 담당하는 교육전문직 공무원이 장학사, 연구사, 5급 이상에 해당되는 보직을 담당하는 교육전문직 공무원이 장학관, 연구관이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학예연구사, 학예연구관과 원리상으로 같다.

문제는 초중등 교원은 특정직 공무원이라 직급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청 등 행정관서에는 직급이 있고, 이 직급에 따라 보직을 부여한다. 그렇다면 교사는 대체 몇 급에 해당될까? 흔히 교사는 7급, 교감은 6급, 교장은 5급 공무원이라는 식의 통념이 횡횡하고 있다. 얼마나 확고한 통념인지 심지어 진보교육감들도 이렇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력 20년의 교사를 시험까지 붙여가면서 6급 장학사로 임용하는 기존의 관행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심지어 진보교육감조차 수석교사가 장학사로 승진했다고 말할 정도로 이 통념과 관행은 확고하다. 하지만 이는 아무 법적 근거 없는 터무니없는 관행이며 탈법적인 관행이다. 7급으로 임용되어 30년간 7급으로만 복무하는 공무원은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 법은 그렇게 몰상식하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행정부에서는 교사뿐 아니라 일반직 공무원과 직급체계가 다른 여러 종류의 공무원들의 직급을 비교하기 위한 조견표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안전행정부 예규 제75호(2014.2.7)의 공무원경력의 상당계급기준표가 그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교사, 교감, 교장은 직급이 아니라 직책의 차이로 간주되어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실제로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은 모두 동일 호봉제에 따른 동일 보수를 받는다. 같은 해에 입직한 교사 네명이 20년 뒤에 각각 교사, 장학사, 교사, 교장이 되었다 하더라도 똑같은 보수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는 이 넷이 다만 직책상의 구별일 뿐 승급의 개념이 아님을 명백히 하는 증거다.

따라서 기준표는 초중고 교원 및 교육공무원은 오직 근속연수, 즉 호봉에 의해서만 직급을 구별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따르면 초임교사는 7급, 11호봉 이상의 교사(2~3년 경력)는 6급, 15호봉 이상의 교사(6~7년 경력)는 5급, 24호봉 이상의 교사(15~16년 경력)는 4급이다. 따라서 교육공무원법에서도 장학사 및 장학관의 자격조건을 장학관은 3년 이상의 교육경력(11호봉 이상, 즉 6급 상당), 장학관은 7년 이상의 교육경력(15호봉, 즉 5급 상당)으로 규정해 놓은 것이다. 또 박사학위 소지자를 학예 연구관으로 임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학 박사는 장학관으로 임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경력 15년을 너끈히 넘는 교사들을 장학관으로 임용한 교육감의 처사는 어느 모로 보나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단 장학사나 연구사가 된 뒤 6∼8년 근무하여 승진하는 자리가 장학관이라는 교총의 주장은 다만 관행일 뿐이며, 관행의 이름으로 법을 무력화하는 주장일 뿐이며, 박근혜의 용어를 빌리면 적폐에 불과하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현재 대부분의 시도에서 경력 12년 이상의 교사들을 경쟁시험을 붙여 장학사로 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 규정을 비춰보면 대단히 부조리한 방식이다. 경력 12년이라면 이미 5급 공무원의 요건을 갖춰 장학관이 되고도 남을 경력인데, 이들을 기껏 6급 보직에 그것도 시험까지 치러서 임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평교사가 장학관으로 임용되는 것을 보고 화가 나는 장학사, 연구사들은 그들의 임용을 반대할 일이 아니라 자신들을 즉시 장학관으로 임용할 것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세상에 시험까지 쳐 가면서 강등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교감이 빨리 될 수 있다는 당근에 눈이 멀어 스스로 두 단계나 강임되는 것을 자처해 놓고 도리어 정상적인 인사절차에 대해 두 단계나 점프한 특혜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앙상한 정신세계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니 진보교육감들은 차제에 법을 무시하고 이루어졌던 잘못된 인사 관행을 철폐해야 할 것이다. 교원단체 역시 그 동안 두 계급 강등을 오히려 기득권으로 여겨왔던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고 교사의 지위정상화(향상이 아닌)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15호봉 미만의 교사-장학사, 15호봉 이상의 교사-장학관의 전직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법질서를 바로잡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유능하고 경력 많은 교사들을 장학관으로 임용하지 못하고 파견교사로 발령 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소극적인 인사가 오히려 아쉬움을 남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