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MBC 보도본부장이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 및 세월호 유족 폄훼 등 MBC의 ‘세월호 보도 참사’를 지적하는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방문진) 이사들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지난 19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이진숙 본부장에게 세월호 보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앞서 야당 측 이사들은 MBC 세월호 보도에 대한 이 본부장의 출석을 몇 차례에 걸쳐 요구했고, 여당 측 이사들이 뒤늦게 동의했다. (관련기사 <MBC 이진숙, 세월호 '막장' 보도 어떻게 해명할까>)

지난 5월 MBC는 박상후 전국부장이 ‘세월호 유족들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불러일으켰다’는 유족 폄훼 리포트를 했고,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목포 MBC 기자들의 보고를 무시하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또한 MBC는 전원구조 오보를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가장 먼저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19일 이사회에 출석한 이진숙 본부장은 MBC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야당 측 이사들에 대해 ‘시종일관 MBC 보도는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당 측 이사에 따르면, 이 본부장은 전원구조 오보에 대해 “속보 경쟁의 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를 주도한 MBC의 책임이나 지역사 기자들의 보고를 무시한 데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권력을 비판해야 공정보도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 이번 사고 대응은 청해진 해운이 가장 못했고, 정부, 안전의식에 소홀했던 국민의 책임이다”면서 “무슨 일만 생기면 기관이나 정부에 책임을 묻는 풍조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MBC는 지상파 3사 가운데 정부 비판 보도가 가장 적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낸 민실위 보고서를 보면, 세월호 참사 한 달 동안 KBS는 68건, SBS는 66건이었지만 MBC는 23건에 불과했다.

이 본부장은 박상후 부장의 리포트에 대해서도 “잠수사가 안타깝게 죽은 것과 관련해서는 조급증이 불러일으켰다는 차원”이었다며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한 야당 측 이사가 MBC와 JTBC의 보도를 비교하자 “JTBC 보도가 바람직한 언론이냐에 대해 회의가 든다”면서 “(권력에 대한 합리적이고 건전한 비판과 관련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본부장은 최근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징계에 대해서도 “건전한 비판은 수용하고, 지나친 것만 징계하고 있으며,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들 제자리에 돌아왔다”고 반박했다. 최근 MBC는 회사를 공개 비판한 권성민 PD에게 정직 6개월 징계를 내리고, 박 부장의 리포트를 보도 전 입사동기들과의 카카오톡 채팅방에 올린 신지영 기자에 대해서도 정직 1개월을 내렸다.

한편 여권 측 이사들은 MBC 감싸기에 치중했다. 한 이사는 “MBC 보도는 객관성이 돋보였고, 아주 신중했으며 MBN·JTBC처럼 선동도 안 하고 잘했다”고 말했고, 다른 이사는 MBC를 비판하는 내부 구성원들에 대해 “MBC가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 기자 교육 프로그램 만들어야 한다. 모르는 것은 알려줘야 하는데 그 정도의 수준은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영주 방문진 감사 역시 “해경이 79명을 구조했는데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 했다고 하느냐. 선박 회사에 비판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정부를 왜 끌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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