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내가 지시한 게 맞다”
원세훈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내가 지시한 게 맞다”
”北선전선동 대응 일반적 지시, 심리전단 활동은 몰라”…회의 녹취록 대부분 “기억 안나”

국가정보원의 정치관여와 선거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6일 진행된 공판에서 ‘원장님 지시·강조말씀’과 회의 녹취록 발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심리전단 활동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서 원 전 원장이 매월 전부서장 회의에서 지시·강조 말씀을 통해 국정원 직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반하는 정치개입 활동을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검찰의 추궁에 “회의 담당 부서에서 ‘모두·마무리 말씀’을 정리해 놓은 것을 읽었을 뿐”이라며 “일반적인 얘기를 한 것이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전부서장 회의에서의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은 국정원 내부망에 게시되고 이 회의는 지역 지부장까지 참석하는 중요한 회의여서 정보기관의 상명하복 직무상 이행 지시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묻자 원 전 원장은 “회의 자료가 국정원 인트라넷에 올라가는지 전혀 몰랐고, 전 직원이 열람할 수 있는지도 신문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원 전 원장은 또 국정원의 주요 업무는 ‘국가안보와 종북세력 척결’이라면서도 전부서장 회의에서 이와 관련 없는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홍보 등을 지시한 이유에 대해 “북한이 대통령을 폄훼하기 위해 선전선동하고 왜곡하는 자료를 수집해 청와대를 지원하는 것은 국정원이 하는 일”이라며 “전 부서장들 앞에서 내가 지시한 게 맞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국민 일부도 반대한다고 해서 북한이 선전선동 하는 것을 국가안보기관이 손을 놓고 정보 수집을 안 한다면 누가 하겠느냐”며 “국정원이 모니터링해서 그런 (반대)글을 쓰는 사람을 찾아내 수사·처벌하고 관련 사이트를 폐쇄하는 게 국정원이 할 일”이라고 항변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아울러 원 전 원장은 검찰이 제시한 전부서장 회의 발언 녹취록 상당 부분이 “기억이 안 난다”면서 “정책에 대한 얘기를 하면 했지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세종시 등 국정현안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을 바꿔라’, ‘4대강 이슈를 선제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국정원이 제대로 활동하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50%대까지 올라간다’, ‘국민이 여당을 지지하니까 여당 위해서 일해라’는 등 국가안보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정부·여당에 유리하며 야당에 불리한 여론 조성을 지시했다. 원 전 원장도 “녹취록대로라면 그런 말을 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또한 이날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09년 전부서장 회의에서 ‘김대중 정권이 햇볕정책을 실시한 결과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이어졌다’는 내용의 안보교육자료를 군대와 학교에 배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그 당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던 때여서 당연히 (햇볕정책과) 관계가 있다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사실상 국민도 굶주리는 수입원이 없는 국가인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하는 돈은 어디서 나왔겠느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회의 녹취록에 의하면 원 전 원장은 야당을 비롯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노동단체, 조계종까지도 광범위하게 ‘종북’, ‘좌파’라고 지칭했다. 검찰이 그렇게 지칭한 이유를 묻자 그는 “해당 단체 안에도 종북좌파가 있기 때문”이라며 “좌파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늘어놨다.

앞서 공판에서 사이버심리전 실무 담당 국정원 직원들이 ‘종북세력의 구체적인 개념이나 범위 등의 기준은 없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국정원 직원은 1년에도 여러 번 정보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가장 중요한 종북세력이 누구인지도 교육받는데 그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얘기는 이해가 안 간다”며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과 전교조 자체는 종북좌파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