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경주 마우나리조트에서 체육관이 붕괴돼 부산외대 학생 10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이에 대한 방송사의 보도 행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취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고로 인해 부상과 충격을 입은 학생과 학부모를 굳이 직접 인터뷰를 해야 했냐는 것이다.

특히 SBS의 보도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18일 오전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는 약 40분 동안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짚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실려 간 ‘울산 21세기 좋은 병원’의 리포터를 생중계 연결했는데, 리포터가 사망자 유가족의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논란이 됐다.

리포터는 사망한 김진솔 학생의 아버지 김판수씨를 인터뷰하며 “사망 소식을 어떻게 알았나” “(사망자 명단에서) 딸 이름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 “딸 (시신) 확인했을 텐데 상태는 어땠나” “지금 심정은” 등의 질문을 던졌다.

   
▲ SBS 모닝와이드 방송화면
 
누리꾼들은 슬픔에 잠겨 있는 유가족을 인터뷰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SNS에 “비통함에 빠져 넋을 놓고 있는 유족의 모습을 꼭 생중계했어야 했는지. 생생한 취재라는 명목 하에 사람에 대한 존중을 가끔 잊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글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죽은 따님 상태는 어땠냐는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너무 잔인해보였다. 더 볼 수 없어 채널 돌림”이라고 말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불필요한 인터뷰였다는 내용의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병원에 누워있는 학생들을 인터뷰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이 안정을 취하고 있는 병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모닝와이드>는 여러 차례 병원에서 누워 있는 학생들을 비춰주고, 간호사에게 학생들의 상태를 물었다. 리포터는 “외상이 심하지 않아도 정신적 충격이 있는 것 같다. (제작진이) 말을 걸었는데 말을 잇지 못하더라”고 전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다친 사람들 앞에 두고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 YTN 방송화면.
 
YTN 역시 18일 <사고 전 빼곡히 앉아 있는 학생들 10초 만에 덮쳐> 리포트를 통해 2명의 피해학생 인터뷰를 전했다. 두 명의 학생 모두 병원에 누워있는 모습이었고 특히 남학생의 경우 머리에 부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두 학생 모두 사고 당시 모습을 진술한 정도였다.

물론 취재과정에서 병원 측의 허가를 받고 해당 학생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들에게 굳이 카메라를 들이대야 했냐는 비판이 나온다. YTN은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당시 상황은?> 리포트에서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부산외대 학생을 전화 인터뷰 해 “공연하는 중간에는 문이 닫혀있는 상황이었나” “중간에 빠진 사람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은 없었나” 등의 질문을 했다.

현재 학생들은 눈길이 두려워 집으로 돌아오지도 못하는 상태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격이 컸을 학생들을 직접 인터뷰 하는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SNS에서는 “방금 사고현장에서 나온 학생들에게 무슨 짓이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YTN 측은 “인터뷰를 한 학생들의 경우 우선 중상은 아니라 경상자들이라 말할 상태가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며 “현장에서 학생들의 목격 진술을 통해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보도채널의 의무이자 소임이라는 차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SBS 측 제작진은 몇 차례 연락에도 닿지 않았다.

하지만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의도적인 사건도 아니고 단순 사고인데 유가족까지 찾아가 인터뷰하는 것은 문제”라며 “자식을 잃은 부모 입장은 감정이 격해질 것이고 그러한 유가족의 슬픔이나 분노를 언론이 거르지 않는데다 지금은 굳이 보도할 시점도 아니”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언론이 사망자 빈소에 찾아가 취재를 하는데 대해서도 “서구 언론의 경우 그런 보도를 할 때 클로즈업을 하는 등 특정인을 부각하지 못하게 한다”며 “우리도 윤리강령 등을 통해 유가족의 모습이나 특정인의 클로즈업을 하는 것은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슬픔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하나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취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