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귀화’까지 챙기는 ‘시시콜콜’ 대통령
‘안현수 귀화’까지 챙기는 ‘시시콜콜’ 대통령
[아침신문 솎아보기]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부림사건 ‘무죄’…14일은 안중근 사망선고일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에 법원이 23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강씨는 지난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이던 고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 작성해 자살을 방조했다는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한편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날 무죄 선고를 하면서 판결문을 줄줄이 읽어 내려갔을 뿐, 지난날 사법부의 과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23년 전 이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검사들과 이후 재판과정에서 강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들도 13일 무죄로 뒤바뀐 재심 판결에 대해 말을 아꼈다

최근 1100만여명이 관람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돼 관심을 끈 이른바 ‘부림사건’의 피해자들도 32년 만에 국가보안법의 굴레를 벗었다. 부림사건은 전두환 정권이 부산지역 민주세력을 말살하기 위해 1981년 9~10월 사회과학 서적을 공부하던 부산지역 학생과 회사원 등 19명을 체포해 구속한 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 얘기를 꺼내 화제를 모았다.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를 두고 ‘부조리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한 것이지만 대통령이 ‘쇼트트랙 문제’까지 챙기는 ‘깨알 리더십’이 청와대와 행정부 내 전 공직사회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월14일은 밸런타인데이이자 고유의 명절인 정월대보름이며 중국 하얼빈에서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다.

다음은 14일 아침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밀려 넘어지고도…박승희 ‘아쉬운 동메달’>
국민일보 <이산상봉 살얼음판 南北 오늘 2차접촉>
동아일보 <총리가 푼단 한 규제도 7건 중 4건은 안 풀렸다>
서울신문 <다시 손 내민 北…이산상봉 오늘 분수령>
세계일보 <北 “한·미 훈련기간 상봉 불가”>
조선일보 <北 인프라 조성 돕는 ‘통일촉진법’ 만든다>
중앙일보 <“북·미 양자대화 그런 일은 없다>
한겨레 <23년 걸린 “무죄”…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한국일보 <망가진 23년의 삶…“사과를 듣고 싶다”>

‘한국판 드레퓌스’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 무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에 법원이 23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강씨는 지난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이던 고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 작성해 자살을 방조했다는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13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이날 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991년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받았던 강씨에 대한 재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 중앙일보 14일자 12면
 
다만 재심대상이 아닌 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양형을 다시 정해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과거 복역했던 3년 중 1년을 제외한 나머지 2년에 대해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경향신문은 “법원이 강씨의 유서대필 혐의에 대해 23년 전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옛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 결과가 반대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1년 국과수는 유서의 필체가 사망한 김기설씨의 것과 상이하고 강씨의 것과 동일하다는 결론을 냈지만 국과수는 2007년과 지난해 실시했던 감정 등에서 유서의 필적이 강씨의 것과 다르고, 오히려 김기설씨가 작성한 전대협 노트 등의 필적과 같다는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끝까지 강씨의 유죄를 주장해온 검찰 측은 “판결문을 받아 보고 무죄 이유가 무엇인지 검토한 뒤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재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11월 국과수의 재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김기설씨가 스스로 유서를 작성한 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재심 권고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와 검찰은 한 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한편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날 무죄 선고를 하면서 판결문을 줄줄이 읽어 내려갔을 뿐, 지난날 사법부의 과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강씨는 선고 직후 “이 재판은 사법부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며 “재판부가 유감을 표시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을 향해서도 “검찰이 당시 기억을 떠올려 사과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14일자 1면
 
23년 전 이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검사들과 이후 재판과정에서 강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들도 13일 무죄로 뒤바뀐 재심 판결에 대해 말을 아꼈다.

1991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에 관여한 검사는 9명이다. 강신욱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이 수사를 지휘했고, 주임검사는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이다. 안종택·박경순·윤석만·임철·송명석·남기춘·곽상도 검사가 수사팀에 있었다. 수사를 지시한 검찰총장은 정구영 변호사, 서울지검장은 전재기 변호사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수사에 참여했던 윤석만 변호사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최선을 다해 수사를 했으며 수사 외적인 요소는 없었다”면서 “재판부가 법률적 판단을 달리하는 부분에 대해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철 변호사는 “참고인 한 명을 조사한 것 외에는 사건에 관여한 게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강신욱 당시 부장검사는 이후 대법관까지 지낸 뒤 2007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법률지원특보단장을 맡기도 했다. 곽상도 검사는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고, 남기춘·안종택 검사는 검사장을 지내고 퇴임했다”며 “임철 검사는 2008년 총선 당시 대구 지역에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으며, 윤석만 검사는 2012년 총선에서 대전 지역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1991년 당시 재판장은 노원욱 부장판사, 정일성·이영대 판사가 배석판사였다. 2심은 서울고법 임대화 부장판사와 윤석종, 부구욱 배석판사가 맡았다. 상고심에서 박만호 대법관을 주심으로 김상원·박우동·윤영철 대법관이 강씨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들 중 일부는 대학 총장이나 이사장으로 있으며 대부분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 경향신문 14일자 5면
 
영화 ‘변호인’ 소재 부림사건 국보법 위반도 ‘무죄’

최근 1100만여명이 관람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돼 관심을 끈 이른바 ‘부림사건’의 피해자들도 32년 만에 국가보안법의 굴레를 벗었다. 부산지법 형사2부(재판장 한영표)는 13일 부림사건과 관련해 재심을 청구한 고호석(57)씨 등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림사건은 전두환 정권이 부산지역 민주세력을 말살하기 위해 1981년 9~10월 사회과학 서적을 공부하던 부산지역 학생과 회사원 등 19명을 체포해 구속한 사건이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당시 경찰이 영장도 없이 피고인들을 불법으로 연행하고 자백을 강요했다.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고문과 가혹행위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피고인들의 불법 감금 기간이 상당히 오래이고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진술서도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 작성된 점 등으로 미룰 때 검찰의 조서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날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국가가 합법적인 절차와 방법을 따르지 않고 법원에 제출한 증거들은 언제든지 무효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국가폭력에 무고한 국민이 희생되는 것을 막으려면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날 부림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고호석(57)씨는 “오늘 무죄를 선고받은 건 32년 전 노무현 변호사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문을 입증하는 공식적 조사기구의 보고서를 제시할 수 없어 무죄를 확신하진 못했지만, 이번 재심 판결을 계기로 다시는 국가폭력에 무고한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대를 졸업한 고씨는 26살이던 81년 부산 거성중 영어교사였다. 그해 8월 사복을 입은 30~40대 남자 3명에게 강제로 택시에 태워져 부산시경찰국 대공분실로 끌려갔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82년 6월 징역 6년을 선고받고 2년5개월을 복역한 뒤 83년 12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 한겨레 14일자 6면
 
한편 당시 부림사건 공안검사였던 고영주(65) 변호사는 “좌경화된 사법부의 판단으로, 사법부 스스로가 자기 부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 변호사는 “과거 공안사건들을 무죄 판결할 때에도 모두 같은 논리를 적용했고 그 외의 사건들은 ‘민주화운동 보상 등에 관한 법률’로 아무 이유 없이 퍼주곤 했다”며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이러한 흐름이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진 것이 우려스럽다”고 덧붙했다. 그는 영화를 봤느냐는 질문에 “반역적 영화인데 내가 봐서 관객을 늘려줄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안현수 귀화까지 챙기는 대통령…“‘깨알 리더십’에 공직자는 ‘꼭두각시’”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 얘기를 꺼내 화제를 모았다.

박 대통령은 “안 선수가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선수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를 두고 국내 일부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이지만 대통령이 ‘쇼트트랙 문제’까지 챙기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빙상계 임원과 선수들이 러시아 현지에서 나라의 명예를 걸고 한창 경기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부조리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14일자 1면
 
경향은 이어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일을 친히 챙김) 리더십’이 다시 부각되고 있고 각종 자리에서 국정 현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지시하는 ‘깨알 리더십’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국정의 큰 틀을 그려야 할 대통령이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관여하면서 청와대와 행정부 내 전 공직사회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향은 “대통령의 발언이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결국 공무원들이 대통령만 바라볼 우려가 커졌으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책임장관제가 실행되지 못한 채 유야무야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이는 공무원들 사이에 창의적 경쟁은커녕 복지부동, 무소신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국정 난맥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밸런타인데이?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

2월14일은 밸런타인데이이자 고유의 명절인 정월대보름이며 중국 하얼빈에서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다.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런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도 많고 알면서도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도 태반이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얼마 전 미혼남녀 684명에게 ‘2월14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라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90.1%는 밸런타인데이, 6.1%는 정월대보름, 3.4%는 금요일이라고 답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11개 중앙일간지에 게재한 광고는 오늘이 안 의사의 사형선고일임을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14일자 조선일보 1면에도 실린 이 광고에는 왼쪽 약지 한 마디가 없는 안 의사의 손도장 사진과 함께 위에는 ‘2월14일 발렌타인데이… 침략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서른살 청년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 받은 날입니다’라는 문구가 실렸다. 광고 하단엔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큽니다’라고 적었다.

   
▲ 조선일보 14일자 1면 광고
 
서동철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일본의 빗나간 과거사 인식이 온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만큼 안 의사가 부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더구나 일본은 동북아시아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대한의군 참모중장 자격으로 정당하게 사살한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고 있어, 이번 기회에 안 의사의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 또 하나의 중요한 기념일로 자리 잡는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노응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밸런타인데이가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란 당초 취지를 살리기보다 초콜릿 업체의 상술이 판치는 날이 된 지 오래지만 이런 행태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한 예로 대학생 자원봉사단체 V원정대는 2011년부터 ‘2월14일은 연인들만의 밸런타인데이가 아니라 기부실천의 날 발런티어데이(volunteer day)입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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