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의 실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연 천주교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 발언을 꼬투리 잡는데 새누리당, 보수언론,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서울대교구 대주교 신부까지 가세하자 정의구현사제단의 원로격인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장이 이들에 대해 준열히 비판했다. 

함 신부는 25일 미디어오늘과 단독인터뷰에서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대주교)의 전날 강론을 두고 “시대착오적이며 성서적 기초도 없는 강론”이며 “카톨릭 교리를 아전인수식으로 왜곡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날 염 대주교가 “그리스도인에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 그리스도인들은 빌라도와 같은 행동, 손을 씻으며 뒤로 물러나는 짓을 할 수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과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카톨릭교회 교리서를 들어 “정치나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교회적 친교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사제들이 깊이 숙고해야할 대목”이라고 한 부분에 대해 교리를 곡해했다고 지적했다.

함 신부는 “‘평신도는 되고 사제는 안된다’는 주장은 사제의 사회참여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원칙론으로, 염교구장의 강론 ‘사제가 정치에 개입해선 안된다’는 것은 ‘살인하지 마라’는 것과 같이 보편적인 가톨릭 원칙 중 하나인데, 요사이 시대적 상황에서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 강조하는 것이 ‘사제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이 된다든지, 그 자리에 앉는다든지 하는 것’을 정치참여로 보고 금하는 것과 달리 사제들이 정치적 현실에 대해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하는 것은 교회의 책무이며 사목헌장에 나와있는 가르침이라고 함 신부는 반박했다.

이를 두고 함 신부는 “염 교구장은 정치와 정치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제는 정치를 하면 안되지만, 사제의 발언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며 그럴 수밖에 없으며, 염 교구장 발언 역시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함 신부는 “정치인과 행정부가 불법과 잘못을 저질렀을 때 침묵하는 것도 죄”라며 “이 때 ‘아니오’라고 얘기하는 것이 예언자적 소명인데도, 이런 앞뒤 문맥없이 ‘사제는 정치하며 안된다’는 염 교구장의 주장은 현 상황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함세웅 신부(정의구현사제단 고문.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장)
ⓒ연합뉴스
 
염 대주교가 강론에서 진리의 길를 논하면서 ‘화해, 이해, 용서, 사랑’으로 가야 한다고 결론을 맺은데 대해 함 신부는 “화해, 이해, 용서, 사랑은 종교의 가르침이자 종교의 통합적 기능으로, 아름다운 역할이나 교회와 복음에는 그러한 통합적 기능과 함께 ‘해체’의 기능이 있다”며 “회개와 잘못에 대한 꾸짖음, 불의에 대한 저항이 그것”이라고 반박했다. 함 신부는 “회개없이 화해와 통합이 이뤄질 수 없다”며 “회개를 강조하고 불의를 지적해야 할 때 화해와 용서를 얘기하는 것은 시대징표를 읽지 못한 부족함이다. 강도와는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 이러한 성서적 기초없는 그런 강론은 때에 따라 바로 칼맑스가 얘기한 교회가 인민의 아편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고도 비판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후 전 세계 교회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추세에 염수정 대주교의 발언이 부합하는지에 대해 함 신부는 “(이런 분위기와 달리) 염교구장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정부, 여당과 온갖 국가기관 등이 온통 불법을 자행하고, 노동자를 탄압하며, 밀양의 어르신들을 핍박 받을 때 외면하고 침묵하던 그가 어떻게 그런 강론을 할 수가 있는가 이것은 복음과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제적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교체된 이후 전 세계 교회 분위기에 대해 함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 등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며 “브라질 청소년 대회에서 사제들에게 ‘사제들이여, 본당과 사제관에서 나와 현장으로 가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자리로가라’는 선포를 했다. 그런데 염 주교는 그런 메시지를 수구적으로 왜곡하면서 성서와 신학적 기초가 없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25일 오전 박창신 신부 발언 등을 겨냥해 ‘군의 사기를 꺾고 분열을 야기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성 언급을 한 것에 대해서도 함 신부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권의 타락은 권력욕과 독점과 오만에서 나온다”며 “민주공화주의는 국민이 주인이고 공동선을 위해 우리 모두 헌신하는 삶의 양식”이라고 지적했다. 함 신부는 이어 “박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공화주의를 무시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와면한 현대판의 새로운 우상”이라며 “신앙은 독선과 권력의 우상을 깨고 부수는 하느님과 진리와 정의의 힘”이라고 역설했다.

   
함세웅 신부.
ⓒ연합뉴스
 
다음은 안중근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는 함세웅 신부(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고문)와의 인터뷰 요지이다.

-염수정 서울대교구장(대주교)이 24일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에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 그리스도인들은 빌라도와 같은 행동, 손을 씻으며 뒤로 물러나는 짓을 할 수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과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카톨릭교회 교리서를 들어 “정치나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교회적 친교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사제들이 깊이 숙고해야할 대목”이라고 해석한 데 대해 어떤 견해이십니까.

(함세웅) “‘평신도는 되고 사제는 안된다’는 주장은 사제의 사회참여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원칙론입니다. 염교구장의 강론 ‘사제가 정치에 개입해선 안된다’는 것은 ‘살인하지 마라’는 것과 같이 보편적인 가톨릭 원칙 중 하나인데, 요사이 시대적 상황에서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 중요한 것은 ‘사제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이 된다든지, 그 자리에 앉는다든지 하는 것’을 정치참여로 보고 금하는 것으로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이와는 달리 사제들이 정치적 현실에 대해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하는 것은 교회의 책무이며 사목헌장에 나와있는 가르침입니다. 염 교구장은 정치와 정치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제는 정치를 하면 안되지만, 사제의 발언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며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염 교구장 발언 역시 정치적입니다. 제가 하는 이 반론 역시 정치적입니다. 복음을 기초로 ‘정치인들이 바른 정치를 하라’, ‘도덕을 세우고, 법 도덕을 바로 세우라’는 요구를 사제가 하는 것은 교회의 복음적 소명이며 이는 사회적 요청에 따른 시대적 징표를 잘 읽고 신앙적으로 응답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정치인과 행정부가 불법과 잘못을 저질렀을 때 침묵하는 것도 죄입니다. 이 때 ‘아니오’라고 얘기하는 것이 예언자적 소명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앞뒤 문맥없이 ‘사제는 정치하며 안된다’는 염 교구장의 주장은 현 상황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은 말입니다. 잘못된 정치를 꾸짖는 것은 사제의 예언자적 소명이자 빛과 소금이 되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정치에 대한 사제의 꾸짖음은 사제의 역할이란 말입니까.

(함세웅) “정치하는 사제가 없는 데 정치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살인하지 마라’는 원칙을 정당방위 때 사안을 식별하지 못한 채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안중근의사께서 이등박문을 제거했을 때 민족적 정의과 침략적불의에 대한 꾸짖음으로 결행한 것인데도, 역사적 배경에 대한 언급없이 다만‘그리스도인은 살인하지 말라’는 식으로 안의사의거를 왜곡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염 교구장의 강론은 사제로서 매우 부끄럽고 복음적 원리에서 벗어난 일종의 타락과 같은 내용입니다. 당연한 말을 필요없는 때 얘기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왜곡이자 곡해입니다.”

-염 주교가 “요즘 여러분들은 대단히 혼란스럽고 힘들 것”,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지 말고 오직 주님과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가야 한다, 주님께 가는 길” “그 길은 진리와 선함과 모든 사람이 공존하는 길”, “우리는 분열이나 모순, 모함이 아닌 화해와 이해, 용서와 사랑의 길-그런데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사랑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화해 이해 용서 사랑을 강조한 것은 타당한 논법입니까.

(함세웅) “(화해, 이해, 용서, 사랑은) 종교의 가르침이자 종교의 통합적 기능으로, 아름다운 역할입니다. 그러나 교회와 복음에는 그러한 통합적 기능과 함께 ‘해체’의 기능이 있습니다. 해체 기능이란 통합을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회개와 잘못에 대한 꾸짖음, 불의에 대한 저항이 그것입니다. 회개없이 화해와 통합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십자가와 예수님의 죽음이 바로 그 대표적입니다. 예수님이 위선자에 대해 무섭게 꾸짖으신 것, 평화가 아닌 칼을 주러 오셨다고 말씀하신 대목 등은 불의 앞에서 질타를 얘기해야 한다는 해체기능입니다. 회개를 강조하고 불의를 지적해야 할 때 화해와 용서를 얘기하는 것은 시대징표를 읽지 못한 부족함입니다. 강도와는 싸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서적 기초없는 그런 강론은 때에 따라 바로 칼 맑스가 얘기한 교회가 인민의 아편이라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주교 공식사이트서 캡쳐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교체된 이후 전 세계 교회가 약자와 모순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입니까.

(함세웅) “그런 분위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 등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브라질 청소년 대회에서 사제들에게 ‘사제들이여, 본당과 사제관에서 나와 현장으로 가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자리로가라’는 선포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염 주교는 그런 메시지를 수구적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성서와 신학적 기초가 없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전 세계 교회의 분위기, 국내 사제들의 움직임과 염수정 대주교의 발언은 일치합니까.

“(염 주교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와 달리) 염교구장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정부, 여당과 온갖 국가기관 등이 온통 불법을 자행하고, 노동자를 탄압하며, 밀양의 어르신들을 핍박 받을 때 외면하고 침묵하던 그가 어떻게 그런 강론을 할 수가 있는가 이것은 복음과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제적 도리가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간 자체, 즉 하느님 없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지적한 것을 들어 염 주교는 “나 자신이 하느님처럼 행동하고 판단하려는 교만과 독선이 더 문제,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날 신앙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함세웅) “인간 중심의 무신론자와 권력자와 기업가, 탐욕자들을 꾸짖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교황의 말씀은 우리시대 그러한 권력자, 탐욕자들에 대해 신앙의 이름으로 꾸짖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주말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의 대통령사퇴 시국회의에서 나온 박창신 신부 발언을 겨냥해 “군의 사기를 꺾고 분열을 야기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성 언급을 한 것에 대해 어떤 의견이십니까.

(함세웅) “정권의 타락은 권력욕과 독점과 오만에서 나옵니다. 민주공화주의는 국민이 주인이고 공동선을 위해 우리 모두 헌신하는 삶의 양식입니다. 그의 발언은 민주공화주의를 무시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와면한 현대판의 새로운 우상입니다. 신앙은 독선과 권력의 우상을 깨고 부수는 하느님과 진리와 정의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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