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거부 청소년 7인 “죽음의 대입경쟁 포기한다”
수능거부 청소년 7인 “죽음의 대입경쟁 포기한다”
“12년간 학교에서 인권침해와 굴종·억압 배웠다”…“학벌사회 맞선 불복종운동”

“매년 수많은 청소년들이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건 분명 자살이 아닌 타살이다. 더 이상의 사회적 타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예전부터 이미 정해진 학생들의 삶의 등급이 확정되는 무기력한 수능 날이다. 나는 오늘 끝없는 무한경쟁을 포기하며, 대학입시 거부를 선언한다. 오늘부터 나는 투명가방끈이다.”

2014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7일 오전 11시. 지금쯤 수능 고사장에서 문제를 풀고 있어야할 고3 학생들이 교복 차림으로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들은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청소년이다.

위영서(18·여) 학생 외 7명의 청소년들은 이날 입시경쟁과 학벌사회를 비판하고 대학진학을 강요하는 교육을 거부하는 의미의 ‘대학입시 거부선언’을 발표했다. 교복을 입고 참가한 위영서양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수업과 공부를 하다 다시 새벽에 잠이 드는 삶이었다. 그 정도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며 입시가 끝나면 모든 경쟁도, 지겨운 생활도 끝나고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며 “하지만 주변 대학생들을 바라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4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7일, 7명의 청소년들이 입시경쟁과 학벌사회를 비판하고 대학진학을 강요하는 교육을 거부하는 의미의 ‘대학입시 거부선언’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위양은 대학 입학 거부를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과제와 시험에 시달리며 비싼 등록금을 부담하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면서 “입시경쟁에서 이겨서 취업이라는 또 다른 경쟁으로 들어서는 삶은 허무해 보이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위양과 같은 고3의 나이지만 지난해 4월 학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와 홀로 생활하고 있는 박건진(19)군은 “나는 이번 수능원서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내 친구들이 수능시험을 보고 있을 이 시간, 대학입시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며 “대학입학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달려왔던 지난 과거를 부정하는 것, 대학입시를 거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기에 현실은 더욱 나를 주눅 들게 만든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박군은 “12년간의 학교 교육 속에서 나는 수많은 인권 침해와 굴종, 억압에 관대해지는 법을 배웠고, 친구들을 짓밟고 올라서는 것에 익숙해졌다”며 “그러나 대학은 결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음을, 수능 대박과 대학 입학은 그저 하나의 관문을 통과한 것이라는 사실을, 경쟁은 끝이 없을 것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이미 대학은 학문을 배우기 위한 공간이 아닌, 취업을 위한 공간이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대학입시거부 개별 선언문을 발표한 투명가방끈 모임 7명의 청소년들은 교육당국에 대한 8대 요구안으로 △줄 세우기 무한 경쟁 교육 반대 △권위적인 주입식 교육 반대 △교육과정에서 학생 인권 보장 △입시와 취업이 교육의 목표가 되는 것 반대 △질 좋은 교육을 위한 예산 확보 △모든 사람이 대학에 가야 한다는 편견과 강요 반대 △학벌차별과 학벌사회 반대 △누구나 경제적인 걱정 없이 배움의 기회가 있는 안정적인 사회보장 등을 제시했다.

   
2014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7일 7명의 청소년들이 입시경쟁과 학벌사회를 비판하고 대학진학을 강요하는 교육을 거부하는 의미의 ‘대학입시 거부선언’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투명가방끈 모임의 대학입시 거부선언은 올해로 2번째로, 지난 2011년 18명의 청소년과 30명의 청년이 모여 출범한 후 ‘대학입시거부 토론회’와 ‘입시좀비 스펙좀비 할로윈 행진’ ‘투명가방끈 거리행동’등의 활동을 펼쳐 왔다.

대학입시 거부선언에 대해 이 모임을 준비한 서린씨는 “경쟁 교육의 상징인 대학입시를 거부하고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잘못된 교육과 사회를 바꿔내기 위해 청소년들이 변화와 대안을 요구하며 경쟁과 학벌을 강요하는 교육과 사회에 맞서는 불복종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선언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모임을 지지하기 위해 나온 서준영(16·삼각산고 1년)군은 “대학에 가서 누리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반쪽짜리 자유라는 것을, 취업과 학점, 스펙에 매몰된 자유는 거짓과 허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대학은 후천적인 사회적 신분, 빈 껍데기에 불과하기에 모든 대한민국의 학생이라면 대학거부 선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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