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항명’에 여권 ‘충격’… ‘김기춘 사단’ 폐해?
진영 ‘항명’에 여권 ‘충격’… ‘김기춘 사단’ 폐해?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정원, 댓글사건 덮기 위해 대화록 공개 ‘사전기획’… 채동욱, 오늘 퇴임

국가정보원이 지난 4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발언이 담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도 괜찮은지 국가기록원 등에 문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의사 반려에도 불구하고 업무 복귀를 최종 거부했다. 초유의 항명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진 장관은 현 정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최측근이자 정부 주요 정책의 골간을 짠 주역이다. 그런 진 장관이 박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모양새가 되면서 여권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혼외 아들’ 의혹을 받은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물러난다. 채 총장이 지난 4월 검찰 개혁을 통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는 중책을 맡고 취임한 지 180일 만에 불명예 퇴진함에 따라 그간 추진해 온 ‘검찰 개혁’도 난맥상에 빠졌다.

다음은 30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출범 7개월 만에…국정·인사 난맥 ‘대혼란’>
국민일보 <진영 ‘항명’, 박근혜 정부 ‘충격’>
동아일보 <靑 “서청원 공천하라” 새누리에 전달>
서울신문 <靑·현직장관 갈등 사실로 정책 입안 조정자가 없다>
세계일보 <‘부실’ 지역사업 난립…정부가 길 터줬다>
조선일보 <복지장관의 抗命…기초연금 딜레마>
중앙일보 <최측근 진영 장관의 ‘항명’ 대통령 인사 리더십 상처>
한겨레 <댓글사건 송치 다음날 ‘대화록’ 유권해석 요청 국정원, ‘대통령기록물’ 확인하고도 무단 공개>
한국일보 <진영 “복귀 안해” 항명 朴리더십 최대 위기>

국정원, 댓글사건 덮으려고 대화록 무단공개

국가정보원이 지난 4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발언이 담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도 괜찮은지 국가기록원 등에 문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 한겨레 30일자 1면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9일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입수해 한겨레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4월19일 국가기록원에 공문을 보내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 기관이지만 보좌기관은 아니므로 국정원이 생산한 기록물이 대통령기록물인지 논란이 발생한다”며 국정원이 작성·보관 중인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아울러 5월8일엔 법제처에도 같은 내용의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국정원은 애초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시나리오’라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6월17일 발언 때문에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보다 두 달 앞선 시점부터 공개를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라며 “특히 국정원이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의 유권해석을 요청한 시점은 불법 대선개입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된 바로 다음날”이라고 보도했다.

검찰이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이고, 여론이 국정원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자 국정원이 대선개입 사건에 쏠린 관심을 희석시키고자 4월19일부터 대화록 공개를 위한 법적 근거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그러면서 “국정원은 국 기록원과 법제처가 국정원 보관 대화록이 국정원장의 승인이 있으면 열람·공개가 가능한 공공기록물이라는 법적 해석을 내놓지 않았는데도, 6월20일일 무단 공개를 강행했다”며 “국정원은 6월20일 여야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국정조사하기로 합의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그날 오후 곧바로 국회 정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만 대화록 발췌문을 단독 열람시킨 데 이어 24일엔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개혁 위기감에 ‘사전 기획’…‘사초 실종’ 논란 번져

한겨레는 특히 국정원이 자체 보관하던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법령해석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한 시점이 ‘4월19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 한겨레 30일자 3면
 
한겨레는 “그간 국정원은 대화록 공개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아니라며 ‘검찰도 지난 2월 국정원 관리 대화록은 공공기록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해 왔다”며 “국정원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이 ‘결론’을 내려줬음에도 불필요한 유권해석을 굳이 국가기록원에 다시 요청한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국정원이 대화록 공개의 근거로 삼은 국가기록관리위원회 회의에서 대화록 문제는 정식 안전으로 상정되지 않았고, 국정원이 지난 7월2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했던 “국정원의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이다”라는 의견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는 “서 의원이 국정원 국정조사특별위원에서 안행부로부터 받은 ‘제27회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정기회의’ 회의록 등을 보면, 국정원이 작성·보관하던 대화록의 성격을 논의하는 안건이 상정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정원이 위원회 회의 내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입맛대로 왜곡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어 “국정원은 ‘채동욱표 검찰’이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사건으로 결론 낼 경우 국정원 개혁 요구가 높아질 것에 대비해 이를 반전시키고자 ‘대화록 공개’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6월14일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불구속 기소하는 등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과 경찰의 수사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그 여파로 6월20일 오전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자 대화록 전문 공개 카드를 꺼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후 정국은 국정원의 의도대로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고, 민주당이 국회 의결을 통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나서면서 국전원 국정조사는 한동안 잊혀지는 ‘효과’로 이어졌다”며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줄 알았던 대화록을 찾지 못하는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사초 실종 논란’이 검찰 수사로 번졌다”고 덧붙였다.

정부 주요 정책 골간 짠 주역이 반발한 셈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의사 반려에도 불구하고 업무 복귀를 최종 거부했다. 초유의 항명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진 장관은 현 정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최측근이자 정부 주요 정책의 골간을 짠 주역이다. 그런 진 장관이 박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모양새가 되면서 여권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 국민일보 30일자 1면
 
진 장관은 지난 29일 장관실 직원의 결혼식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작심한 듯 “사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을 만들면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지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지급을 연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갈등이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동안 반대해 온 기초연금안에 대해 제가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과 국회,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것은 장관 이전에 저 자신의 양심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그런 의견을 충분히 개진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는 “특히 진 장관의 업무 복귀 거부로 대통령의 내각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그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수립해 온 핵심 측근이라는 점에서 여권 내 충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사실상 전임 이명박 정부의 인사(人事)에 해당하는 채동욱 검찰총장과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 과정은 여권 지지기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보수층 일각에서는 현 청와대가 이들의 사표를 처리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특히 채 총장 문제가 검찰 및 국가정보원 개혁과 맞물릴 경우 파문이 확산될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한국일보 30일자 3면
 
한국일보는 “8월 초 '김기춘 사단'의 청와대 입성 후 당정청이 단시간에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수직관계로 재편된 게 일련의 인사파동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높아졌지만, 정부 부처들은 청와대 눈치부터 살피게 됐고 새누리당은 활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진 장관과 채 총장의 사퇴 파문은 청와대로의 힘 쏠림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들”이라며 “박 대통령이 김기춘 실장 등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운영에 있어 몸의 중추기관과 같다’고 힘을 싣자마자 ‘김기춘 부통령’이란 얘기가 회자된 이유”라고 힐난했다.

무책임한 장관에 박근혜 폭주 ‘위험수위’

이 같은 진 장관의 ‘항명’ 사태에 대해 대다수의 신문이 한 목소리로 진 장관의 무책임함과 현 정권의 ‘불통’ 문제를 꼬집었다.

   
▲ 중앙일보 30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무책임 장관, 무기력 정권> 제목 사설을 통해 “6개월 사이에 정권과 갈등을 빚고 물러난 인사만 벌써 양건·채동욱·진영 3인”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장관의 무책임한 처신이지만 이를 단호하고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정권의 무기력도 심각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진 장관 사퇴 파동은 그간 박근혜 정권의 폭주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내부 경고음”이라며 “대통령과 몇몇 측근이 국정을 쥐락펴락하며 군사작전 하듯 독단과 전횡을 계속하면 언젠가 내부로부터 파열음이 나오게 돼 있어, 집권세력은 진 장관 파동을 계기로 그간의 퇴행적 국정운영을 일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진 장관의 사퇴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진 장관이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도 볼썽사납고, 자기 입장만 내세우며 임명권자의 뜻을 거부하는 진 장관의 항명에서 장관으로서의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다”며 “국민 설득하기에도 힘에 부치는 마당에 정부 안에서부터 티격태격하니 대통령의 리더십까지 의심받는다”고 힐책했다.

아울러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결, 공약 파기와 반발, 인사실패 등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는 국정 난맥상의 분출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가볍게 보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 지경이면 박 대통령 스스로 국정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30일자 사설
 
채동욱 오늘 퇴임…“불법사찰에 검찰개혁 물 건너가”

‘혼외 아들’ 의혹을 받은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물러난다. 채 총장이 지난 4월 검찰 개혁을 통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는 중책을 맡고 취임한 지 180일 만에 불명예 퇴진함에 따라 그간 추진해 온 ‘검찰 개혁’도 난맥상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8일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법무부가 진상조사 결과 “의혹을 사실로 인정할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사표 수리를 건의한 지 하루 만이다.

그러나 어느 쪽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채 다시 ‘검찰총장 공백’ 사태를 맞은 검찰은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한국일보에 보도에 따르면 검사들 사이에선 “검찰의 시계가 10개월 전으로 되돌아갔다. 그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일보는 “지난 4월 채 총장의 취임 이후 검찰은 제 궤도를 찾기 시작했다”며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의 일부 특권을 내려놓고, 검찰개혁심의위원회 등을 통한 개혁 추진으로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상당부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비롯해 원전비리,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 등 굵직한 수사에서 전 정권 때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 한국일보 30일자 1면
 
하지만 이번 사태로 그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당장 검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4월 출범한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7월 중수부 폐지에 따른 대체부서 마련, 검사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감찰부서 신설 등의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상설특검 도입을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10월 초 열릴 예정이던 12차 회의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인사제도 개선 등 법무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 역시 채 총장 감찰 지시로 인한 양측의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할 때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중수부의 대체부서 마련을 위한 안전행정부와의 협의도 제대로 이뤄질 지 미지수다.

한편 경향신문은 “‘혼외 자식’ 의혹을 둘러싼 실체 규명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며 “검찰 수사 결과, 민정수석실이 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그의 주변을 뒤졌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불법사찰’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거대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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