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녀’로 알려진 국가정보원 직원 김하영씨(29)가 지난 1월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관련 경찰 조사 과정에서 상관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외부조력자와 허위 진술을 짜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5차 공판에서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씨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지난 1월경 경찰 조사가 세 차례 진행되는 무렵 외부조력자 이정복을 처음 만났고, 이아무개 심리전단 3팀 5파트장의 존재를 숨기려고 경찰에서 허위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도 “경찰 조사에서 허위로 진술한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이날 검찰 신문 내용과 서울수서경찰서의 송치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외부조력자 이정복씨(42)를 지난해 여름 지인의 소개로 두 번 정도 만났으며 이씨에게 인적사항을 직접 받은 후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 아이디도 직접 만들어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날 공판에서 “경찰 조사 당시 이씨의 얼굴을 익히려는 차원에서 처음 만났고, 경찰에서 그렇게 진술하고 나서 검찰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면서도 김씨의 변호인인 강래영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 파트장과 이씨를 만나 경찰 진술을 허위로 맞추기로 의논한 이유에 대해선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한 국정원 내부의 의사결정이 있었느냐는 검찰의 물음에도 그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국정원 직원 김하영(왼쪽)씨와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김씨는 이어 심리전단 사이버활동에 외부조력자 이씨를 활용한 것은 이 파트장의 지시와 도움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씨는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실명 인증 등 애로사항을 파트장에게 말하자 이씨의 정보를 알려줬다”며 “이씨에게 오유 아이디 5개를 만들어 달라는 파트장의 요청이 있었지만 이유는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열린 원 전 원장에 대한 4차 공판 증인으로 나온 최영탁 전 심리전단 3팀장은 “외부조력자 이씨가 5파트장과 잘 아는 친구라고 얘기를 들었다”며 “이 파트장이 우리 부서에 오기 전부터 활용했던 사람”라고 증언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씨는 5파트장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90학번 동기이며,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 캠프에서 기획과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공작’ 의혹 또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2일 새벽 오피스텔 대치 상황에서 사이버 활동 정보가 담긴 업무용 노트북 파일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당시 오피스텔 밖에서 워낙 공포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고 내 PC를 탈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업무용 노트북에 직무 관련 기밀 사항이 포함돼 있어 최소한의 보안 조치를 한 것”이라며 “파트장·팀장 등과 상황 파악 목적으로 여러 차례 통화하긴 했지만 파일 삭제 결정은 혼자 했고, 삭제 후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당 진술 과정에서 울먹이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김씨는 오피스텔 대치 상황 후 증거물 임의결정과 관련해선 “경찰에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3일째도 상황이 해소되지 않아 힘들어서 제출하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제출 문제를 상사와 논의하지는 않았고 먼저 건의 후 승인을 받았으며, 제출 과정에서 국정원과 경찰이 검색 범위에 대해 협의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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