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까지 모니터링 하는 국정원
KBS ‘개그콘서트’까지 모니터링 하는 국정원
대선 앞두고 경찰청 수뇌부-새누리 의원과 압력행사 의혹… 국정원-경찰청-새누리 ‘3각’ 합작?

국가정보원이 사이버 여론공작 활동에 심리전단 직원의 친구를 ‘외부조력자’로 오랫동안 활용하고 개그맨이 개그프로그램에서 발언한 내용까지 모니터링하는 등 ‘황당한’ 정치개입 활동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국정원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경찰청 수뇌부,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수서경찰서에 전화와 면담 등 전방위로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4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영탁 전 심리전단 3팀장은 국정원이 외부조력자를 업무에 활용하고 월 300만 원씩 활동비를 지급한 점에 대해 “관행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고 이아무개 5파트장과 잘 아는 친구라고 얘기를 들었다”며 “이 파트장이 우리 부서에 오기 전부터 활용했던 사람이라 (구체적인 인적사항은) 확인 안 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수서경찰서의 국정원 사건 송치기록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외부 조력자 이씨는 심리전단 3팀 5파트장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90학번 동기이며,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같은 과 동기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 캠프에서 기획과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 전 팀장의 진술에 따르면 이씨는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이 2개팀에서 3개팀으로 확대된 지난 2010년 10월 이전부터 이 파트장을 도와 심리전단 공작 활동을 했던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 원세훈(왼쪽)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연합뉴스
 
최 전 팀장은 “외부조력자는 파트장이 알아서 관리한다”고 해명했지만 매월 활동비까지 지급하고 전자결재까지 하면서 게시글 목록 등 활동 내용을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지시·보고가 엄격한 정보기관의 특성상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또 검찰은 국정원의 ‘주요 카페·커뮤니티 특이동향’ 보고서를 재차 공개하며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심리전단 직원들이 개그맨 정태호씨가 개그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선 관련 발언을 한 내용까지 모니터링해 보고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12월14일 KBS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한 꼭지였던 ‘용감한 녀석들’ 방송 중 당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어젯밤에 꿈을 꿨다. 다들 모르겠지만 내 꿈은 굉장히 정확하다”며 “내 꿈에서 이번에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바로…”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특정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씨가 특정 후보의 성을 입 모양으로 암시했다 것. 이후 선관위는 “해당 방송 내용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지난 17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4차 공판에는 이광석 전 수서서장이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2월11일 ‘국정원 댓글녀’ 사건이 터진 후 이날 밤부터 경찰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16일 사이 강남라인 경찰서를 담당하던 신아무개 국정원 직원과 10여 차례 통화한 사실에 대해 “그 직원은 평소에도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고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친한 사이로, 전화로 수사상황을 알려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이 전 서장은 “신 직원은 ‘자기가 경찰서 담당이어서 보고해야 되는 곤란한 입장이다’고 해서 ‘네가 곤란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다’고 몇 번 경고하자 그 후 전화가 안 왔고 전화도 안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은 신 직원과 몇 차례 통화했느냐는 검찰의 처음 질의에 “두세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답했다가 검찰이 10여 차례 통화 기록 근거를 제시하자 “10번 이상 통화한 게 맞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등 증언에 신뢰가 안 간다는 검찰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은 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과 김 전 청장, 서울경찰청 수사과장 등 3명으로부터 국정원 직원의 노트북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보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지난해 12월12일 “김 전 청장에게 이날 오전 영장 신청을 보고하며 신청 사유를 충분히 설명했을 때는 청장도 공감하는 취지로 말했다”면서도 “오전 11시 전에 경찰청 지능과장과 김 전 청장, 서울청 수사과장이 전화해 범죄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영장 성립 요건이 안 되고 이런 식의 영장 남발은 수사권 조정 등에 악영향을 미쳐 검찰도 반대 의견 표출한다는 점, 아직 내사단계라는 점을 들어 영장 신청을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 전 청장 공판에서 수서서에서 작성한 ‘정보상황 보고서’를 공개하며 지난해 12월13일 김하영 국정원 직원의 증거물 임의제출이 있던 날 이 전 서장이 심재철·전하진·강은희 새누리당 의원 등과 면담한 사실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의원은 “수사 기간을 오래 끌어 마치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관여한 것처럼 오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 “(김하영과 민주당 대치 상황은)죄 없는 여성 감금 수준이다”, “국정원 직원이 자료를 폐기해도 다시 복구할 수 있어 민주당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등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실이 없다는 식의 수사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재판부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공판을 진행 중인 법원과 검찰 또한 심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를 기초로 소신껏 판단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