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PD들, “무릎팍도사 안철수편 제재, 코미디 같은 일”
예능PD들, “무릎팍도사 안철수편 제재, 코미디 같은 일”
“정치참여 몰랐던 4년전, 현 잣대 검증요구는 무리”…“진실여부 따져지지 않는 문제 자의적 심의”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안철수’ 편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제재를 당하자 전문가들과 언론계에서는 심의대상 자체가 되지 않은데도 무리한 심의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통신심의위 전체회의에서는 2009년 6월 방송된 ‘안철수’편에서 나온 몇몇 발언을 문제삼았다. 안 교수는 당시 방송에서 “입대 후 내무반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가족들한테 군대 간다는 말을 안 하고 나왔어요”라고 말한 것과 함께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본인 소유의 회사 주식을 나눠줬고,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언론들의 취재요청이 쇄도하자 ‘얼굴이 안 나오는 조건’으로 마지못해 취재에 응했다고 발언했다.
 
야당 추천 위원 3인은 당시 안철수 교수가 거짓을 말했는지가 분명하지 않고, 출연자의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방송사에 물을 수 없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하지만 여당 추천 위원 6인은 발언 내용이 거짓임이 드러났고, 방송에서 언급된 ‘거짓 신화’가 교과서에까지 실리게 됐기 때문에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지만 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여서 결국 방송심의규정 중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권고’ 조치가 결정됐다. 권고 자체가 중징계라고 볼 순 없지만 심의 자체에 대해 ‘이해 불가’라는 반응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심의·검열 관련 사안에 정통한 박주민 변호사는 “뉴스라던가 엄밀한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를 가볍게 하는 토크쇼에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말했다고 제재를 받아야 한다면 모든 토크쇼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법적인 관점에서 봐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도, 선거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데 뒤늦게 제재하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심의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송 출연자 발언의 허위 사실 여부는 법적으로 판단할 문제인데 왜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심의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진실 여부에 대해서도 완전히 따져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 심의한다면 사후라고 해도 사실상 사전 검열 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의 ‘자의적’ 심의 기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교수는 “무엇이 심의 대상인가에 대한 규정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자의적 심의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번 심의는 정치권으로부터 무언의 압력을 받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심의에 착수하며, 이번 민원은 변희재 씨가 대표인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으로부터 제기됐다.  
 
   
▲ 2009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안철수'편
 

현직 PD들도 <무릎팍도사>에 대한 이번 심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MBC의 한 예능 PD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말들의 진실 여부를 두고 심의하는 것 자체가 방송 심의의 본래 목적과 의미에서 벗어났다고 본다”며 “게다가 진실 여부가 가려지지도 않은 말들을 대해 자의적인 판단으로 심의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앞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출연자들이 자신의 신상에 대해 한 발언들에 대해 그 진실 여부를 다 따져가며 심의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예능 PD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거짓말을 내보내도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당시 안철수 교수가 정치할 의사를 밝혔다면 발언의 진실성 여부가 문제될 수 있지만 당시엔 정치 참여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이 PD는 이어 “이런 상황이 있는데도 4년 전 방송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고민도 필요하다는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무릎팍 도사> 특성상 진실 여부를 가려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며 안철수 교수가 정치인도 아니었기 때문에 제작진이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례와는 별개로, 정치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신에게 유불리한 내용을 말할 때는 제작진들이 사후에라도 사실을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 정치인의 섭외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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