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장재구 회장이 서울경제신문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서울경제 노동조합은 매각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6일 ‘매각저지’를 목표로 긴급 총회를 개최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서울경제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재구 회장은 ‘우리인베스트먼트’에 자신의 서울경제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대주주인 동생 장재민씨의 지분과 3대주주인 김인영 현 서울경제 사장의 지분도 매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으로는 180~200억원 수준이 제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재구 회장은 서울경제 지분 36.9%를 보유하고 있다. 장재민씨와 김인영 사장은 각각 27.7%, 1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인베스트먼트는 지난 4월 지어소프트가 리딩투자증권으로부터 ‘리딩인베스트먼트’ 지분 전량(76%)을 48억5000만원에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꾼 창업투자회사다. 대주주인 지어소프트는 지난해 약 400억원의 매출액과 29억여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모바일 마케팅 업체다. 2009년에는 온라인마케팅 업체 디지털오션을 인수했다. 디지털오션은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차남 강문석씨가 인수했다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후 경영권이 매각됐다. 

   
▲ 5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
 
 
장재구 회장은 이르면 다음 주 초 계약을 맺고, 매각대금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A씨는 “M&A 업계에서는 2주 전부터 소문이 돌았다고 하고, 2~3일 전부터 (매각협상이) 타결됐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며칠 사이에 계약서에 싸인하고 돈을 받을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인수자 측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실사도 없이 돈을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기자들은 16일 오전 9시 긴급총회를 개최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로 결정했다. 비대위원장은 이철균 노조위원장이 맡았다. 비대위는 기자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날 저녁 조합원 긴급 총회를 소집했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총회를 마치고 사장실을 방문했고, 김인영 사장은 “(매각협상이) 막바지에 있다”면서도 “(싸인하는 게) 오늘은 아니다”라며 매각협상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매각 저지’를 결의한 상태다.
 
장재구 회장이 서울경제 매각을 긴급히 매각하려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된다. A씨는 “장재구 회장이 돈이 긴급히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며 “한국일보 기자들이 임금채권으로 가지고 있는 95억원을 갚고, 법정관리 절차를 정지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지난달 24일 체불임금 및 퇴직금 등 96억여원의 채권을 모아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을 냈고, 법원은 1일 재산보전 처분을 내리고 보전관리인을 선임한 바 있다.
 
배임·횡령 금액을 일부 변제하고, 정상참작을 받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원상회복을 근거로 ‘감형’을 기대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법원의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배임·횡령 금액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 기본 5~8년에 가중 7년~11년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 회장은 한국일보와 서울경제 등에서 300억원대의 금액을 배임·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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