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매거진 2580> 국정원 아이템을 불방시켜 논란을 일으킨 담당 부장이 이번에는 해당 아이템을 취재한 기자에 대해 ‘업무배제’ 조치를 내려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사매거진 2580>(<2580>) 취재기자들이 18일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심원택 부장은 지난 16일 ‘국정원 아이템’을 취재했던 김연국 기자에게 “리포트 불방의 책임을 취재기자에게 묻는 것”이라며 업무배제를 지시했다. 

돌연 업무배제 지시에 상반기 업적평가에서 최하등급
 
<2580> 기자들은 “‘업무 배제’는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 특정 기사 소재에 대해 제작을 불허하는 일상적 지시의 차원을 넘어, 중징계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특정 기자의 손발을 묶고 입을 막아 취재 활동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초유의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심 부장은 또한 2013년 상반기 업적평가를 진행하면서 시사제작2부 소속 기자들 가운데 김 기자에게만 최하 등급인 R등급을 부여했다. 성명에 따르면 심 부장은 “해당 기자가 부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아, 같이 일하기 힘들다”, “해당 기자의 업무성과와 질이 마음에 안든다”, “그 기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말을 했다.  
 
이에 대해 <2580> 기자들은 “해당 기자는 법조반장과 시경캡을 거쳤고, 한국기자상 등 여러 차례 사내외 특종상을 받은 기자다. MBC 입사 이후 16년 간 주요 부서를 거치며 각종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평가된다”고 반박했다.
 
 
   
▲ MBC <시사매거진 2580> 홈페이지 갈무리
 
‘영남제분’ 보도, SBS보다 파급력 낮았던 이유
 
<2580> 기자들은 심 부장의 업무배제 조치를 비판하면서 지난 4월 21일 <2580>을 통해 방송된 ‘이대생 하양 공기총 살인사건’ 특종 보도에 대해 심 부장이 부적절하게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심 부장은 당시 이를 보도한 기자에게 “윤길자 같은 부유층이나 특권층이 가옥에 들어가면 진짜 아플 수 있다”, “윤길자가 자기 돈으로 VIP 병실에 있었지 국민 세금으로 있었던 건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 또한 심 부장이 하양을 살해한 범행 수법이나 ‘하루 100만원이 넘는 VIP실 입원’ 등 핵심적인 팩트를 빼라고 지시하거나 유가족을 매도하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부장은 이 사건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SBS측에 관련 자료를 제공한 취재 기자에게 “SBS로부터 뭐 좀 받았냐”란 ‘인격모독성’ 발언을 했다고 2580 기자들은 전했다.
 
“심원택 부장이 쫓아낸 기자 7명”
 
심원택 부장은 지난해 9월10일 고현승, 김희웅 기자에 대해 3개월 교육발령을 내렸다. 앞서 두 기자는 심 부장이 2580 기자들을 ‘종북친북좌파’라고 한 것에 대해 항의한 바 있고, 심 부장은 교육발령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껄끄럽다”고 답했다. 그 뒤 데스크를 맡고 있던 최장원 기자에게도 ‘업무배제’ 지시를 내렸다. 
 
이어 인터넷매체 미디어스와 인터뷰한 김혜성·김지경 기자를 징계위에 회부했고, 사측은 정직3개월 중징계를 내렸다. 두 기자는 아직까지 <2580>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심 부장은 한 기자가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취재 아이템으로 발제하자 ‘정치적 감사’라며 반대했고, 이에 대해 당시 유재용 부장이 몇 차례 문제를 제기하자 논설위원실로 발령내기도 했다. 
 
<2580>기자들은 지난 불방 사태에 이어 프로그램 정상화를 위해 심 부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기자들은 “회사 역시 사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속히 심원택 부장의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프로그램 기자들의 비판에 대한 심원택 부장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를 걸었으나 심 부장은 "답변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미디어오늘은 취재기자들이 주장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심 부장에게 문자로 반론을 요청하였으나 이 역시 회신을 해오지 않았다. 한편, <2580>을 관장하는 본부인 편성제작본부의 백종문 본부장 역시 미디어오늘의 취재요청에 대해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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