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간 NLL 기사만 9500건… 국정원 대화록 광범위 활용”
“대선기간 NLL 기사만 9500건… 국정원 대화록 광범위 활용”
[인터뷰] 박범계 민주당 특위위원 “김무성·정문헌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 고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미리 입수해 지난 대선 직전 유세 현장에서 이를 낭독했던 김무성 당시 박근혜캠프 선대본부장의 행위를 두고 민주당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며 고소하기로 했다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밝혀 주목된다. 이와 함께 김 본부장이 낭독하게 한 대화록 내용을 보고했다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도 함께 같은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선거법 시효가 지난달 19일로 만료됐으나 대선 기간 중 2급 비밀로 분류됐던 대화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유출됐는지와 대화록 원본이 선거에 어떻게 활용됐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박 의원은 밝혔다. 특히 박 의원은 대선기간 중 NLL 관련 보도가 9500건에 이른다며 대화록이 유출돼 이렇게 광범위하게 대선전에 활용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위원으로 선정된 박범계 민주당 의원(법제사법위원회)은 4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고 국정원 작성 대화록 원본이 이미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국정원 공개 대화록이 최초 작성됐던 2007년 10월이 아닌 3개월 이후(2008년 1월)에 작성됐다는 국정원 주장과,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김만복 전 원장이 자신도 모르게 작성됐다는 폭로에 대해 “대화록을 국정원 2008년 1월에 생산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며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고 밝혔다.

   
국정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2008년 1월 생산으로 작성시점이 기재돼있다.
 
박 의원은 “우리가 파악해보니 대화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시한 뒤 2007년 10월 중에 모두 완성돼 최종 2부가 생산됐다. 이것은 청와대와 국정원(비밀기록관)에 1부씩 보관돼 있어야 했다”며 “원본을 보관하고 있던 중에 ‘2008년 1월’에 새로 원본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이는 보관된 원본을 꺼냈다거나, 녹음파일을 빼내어 들어보지 않았으면 불가능하다. 이 자체가 위법한 문제가 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국정원이 이 대화록을 생산한 목적에 대해 “이 시점이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 단계이므로, 정황을 볼 땐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제작했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왜곡의 소지가 있을 것이며, 여기에 기반해 요약본이나 발췌본, 보고서 등 여러 버전이 함께 제작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렇게 생산된 자료는 당시 이명박 당선자 보고용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제대로 보고가 됐는지는 의문”이라며 “정문헌 의원이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힌 것을 보면,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대화록을 가져오라고 해서 읽어봤다는 것인데, 이는 인수위 단계에선 적어도 눈여겨 보지는 않았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월 월간조선에 게재된 ‘국정원의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검토보고서(대외비)’ 역시 2009년 원세훈 국정원장 재임 이후 제작, 유출됐을 것으로 박 의원은 분석하고 있다.

그 뒤 이번 대선에서 주요 의제로 적극 활용한 이른바 ‘노무현 NLL 포기발언’ 주장은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먼저 터뜨리면서부터 증폭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차원에서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더 이상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인데, 추후 대화록이 공개된 이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은 2009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청와대 통일비서관에 재직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박범계 의원은 “이런 드러나 있는 사실이 어떻게 연결돼 유출과 대선활용으로 이어졌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번 국정조사에서 국정원의 댓글공작사건 규명이 절반이라면 NLL 유출 대선 활용 공작을 밝혀내는 것 역시 또하나의 축이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주중 대사가 작년 12월 10일 대선을 앞두고, 집권하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을 공개할 계획임을 언급했다고 주장하며 여의도 한 식당에서 녹음한 음성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서 유출의 결정적인 근거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선캠프 선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유세현장에서 대화록에 나와있는 내용 일부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낭독한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수사기관이 그 경위를 밝혀내야 한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박 의원은 “전문이든, 카피본이든 요약본 어떤 버전이든 유출돼 김무성 실장이 이를 보고 읽은 것으로, 김 실장이 이를 어떻게 얻게 됐는지가 중요한 수사 대상”이라며 “김 실장이 정문헌 의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보도자료에서 이미 밝혀놓았다. 이것 자체가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이자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므로 김 실장과 정 의원 모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그 시기엔 대화록은 2급 비밀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0일 발췌본을 공개한 혐의로 이미 고발한바 있는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나흘 뒤 다시 전문을 공개한 혐의까지 포함해 추가 고발을 할 계획이라고 박 의원은 전했다.

선거법 시효가 완성된 것과 관련해 박 의원은 정문헌 의원의 지난해 10월 8일 NLL 발언을 시작으로 정상회담 대화록이 총체적으로 대선에 활용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정 의원이 발언 이후 (2급비밀인) 대화록 대선에 철저히 활용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지난해 10월 8일부터 12월 19일까지 ‘NLL’이라는 키워드를 넣어 검색된 기사가 9500건에 달하는데, 이 정도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누가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의 국정조사 위원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도 대화록 유출 책임자에 대해 고소고발 준비중이며, 국회 내에서도 국정조사 또는 청문회라도 개최해 진상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사진. 청와대 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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