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임의로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고 허위주장을 펴고 있는 새누리당이 정작 박근혜 대통령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의 비밀회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김일성 생가 방문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직접 만났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그의 자서전에서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다”, “그의 화법은 인상적이었다”,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등 시종일관 호감을 나타냈다. 또한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9월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위원장이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 공동어로구역 추진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한 것”이라며 “논의해볼 수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선 “(NLL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와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고 박 대통령은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7년 7월 펴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라는 자서전에서 2002년 5월 방북길에 올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단독 비밀회담을 한 과정과 경험을 기술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2002년 5월 11일 베이징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특별기를 타고 평양으로 향한 기억,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하자 공항에 환영인파로 넘쳐난 장면을 묘사했다. 이틀 뒤인 5월 13일 저녁엔 자신이 머물던 백화원 영빈관에 돌연 나타난 김정일 위원장과 대담을 한 상황이 서술돼있다.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람이었다”며 김 위원장이 불쑥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했던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당시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습니다.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다 응분의 벌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

   
지난 2002년 5월 1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단독 면담을 하던 모습. ⓒ박 대통령 자서전
 
이어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언행을 두고도 “김정일 위원장의 화법과 태도는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당시 제안한 △이산가족 문제 △6.25전쟁 때 행방불명된 국군과 민간인 생사확인 문제 △이산가족 상설면회소설치에 대해 김 위원장이 흔쾌히 동의했으며, 금강산댐 공동조사 및 남북한 철도연결에 대해서도 긍정의 뜻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한 시간 가량의 대화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과 나는 많은 약속을 했다”며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축구대회 등 스포츠교류를 통해 서로 화합의 장을 열자는 약속도 얻어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답방 요구에 김 위원장은 적당한 기회에 가겠다고 말하면서 방문하면 박 대통령의 묘소에도 참배하겠다고 했다”며 “김 위원장과의 모든 대화 내용을 언론에 투명하게 밝히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알아서 하세요’라며 신뢰감을 나타냈다”고도 평했다.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돌아가라는 김 위원장의 제안에 박 대통령은 “생각지도 못한 제의였다”고 놀라워하면서 귀환길에 “‘남과 북이 이렇게 가까운데 먼 길을 에둘러서 오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통일에 대한 염원이 더욱 간절해졌다”고도 회고했다.

특히 자신과 한 약속을 북측이 대부분 이행하기 위해 회담 제의를 한 것과 일흔일곱살 고령의 할아버지가 부탁한 자신의 이산가족 생사확인을 북측이 해줬다는 것을 알고는 “너무나 기뻤다”고도 박 대통령을 썼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서로 마음을 열고 이끌어낸 약속들을 가능한 한 모두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박근혜-김정일 회담 후 기념촬영한 사진을 제시하며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던 모습.
ⓒ연합뉴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9월 14일에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서해 평화수역에 대한 의지를 과시하기도 해 현재 불거지고 있는 NLL 회의록 대한 접근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드러냈다.

당시 박 대통령은 10·4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 공동어로수역 및 평화수역 설정 방안 등도 북한과 논의해볼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역대 정부가 약속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한 것”이라고 ‘과감하게’ 평가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남북간 합의(남북기본합의서)에 서해에서 기존의 (남북 간) 경계선을 존중한다는 게 분명히 들어있기 때문에 그런 정신만 지켜진다면 10·4남북정상선언 합의에 포함된 (공동어로수역 및 평화수역 설정 방안 등) 여러 가지를 논의해볼 수 있다”고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NLL 전방위 공세에 이어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격 공개 직후인 지난달 25일엔 국무회의에서 “(서해북방한계선, NLL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 외에도 새누리당 주요 인사들이 과거 북한을 방문한 일도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명의로 27일 조선중앙통신에 게재한 입장에서 “사실 종북을 내들고 문제시하려 든다면 역대 괴뢰당국자치고 지금까지 평양을 방문했던 그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1년 전엔 이들이 방북해서 한 종북, 친북 발언을 들으면 까무라칠 것이라고도 북한은 경고했었다.

   
황우여(오른쪽에서 두번째) 새누리당 대표와 김형오(가운데)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임종석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지난 2006년 4월 9일 북한 평양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에 촬영한 사진. 김형오 전 대표 블로그에 올랐던 사진.
 
실제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이던 지난 2006년 4월 8일~11일 북한을 방문, 4월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취임일에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찾은 사실이 있다. 김형오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과거 블로그 사진을 보면, 김 전 대표와 황우여 대표, 임종석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함께 만경대에서 기념촬영한 모습이 담겨있다. 황 대표가 당시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려놓은 사진엔 황 대표와 임종석 의원 등 ‘고구려역사유물발굴방문단’이 함께 평양 순안공항 도착했을 때 기념촬영한 모습도 있다. 황 대표는 북한 입국비자 사진도 올려뒀다.

김형오 전 대표는 월간조선 2006년 4월호 방북기 ‘아 봄은 북경에서 먼저 오는구나’에서 “화면으로 봐왔던 모습 그대로이지만 낯설게 다가온다. 붉은 색의 평양이라는 글자간판과 김일성 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첫 방문자를 설레임으로 맞이한다”며 “우리가 탄 버스가 처음으로 내린 곳은 만수대 김일성 동상이었다. 높이 22m의 이 거대한 동상은 40대 청년 혁명가의 모습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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