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이 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수주한 태국 물관리 사업을 훼방놓아 국익을 해쳤다는 언론보도는 국토부와 수공이 태국 현지 언론의 오보를 근거로 작성한 보도자료를 언론들이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발생한 오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 오보사태는 보수언론과 경제신문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인 KBS에서도 오보에 근거한 잘못된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KBS의 불성실하고 불공정한 보도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국제적인 강살리기 운동단체인 ‘International Rivers’의 초청으로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태국을 방문해 현지조사와 함께 태국 주민, 지역단체를 대상으로 수공의 사업에 대해 알리는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수공은 27일 “환경운동연합이 한국 기업의 태국 물관리사업 수주 반대 활동을 하고 있다”며 태국 현지 언론인 ‘타이포스트’에 실린 내용을 근거로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발언은 허위 사실”이라고 몰아세웠다.

KBS는 이날 <해외 수주에 ‘고춧가루’> 제하 리포트와 데스크 분석 <도 넘은 NGO 활동>을 통해 정부가 보도자료로 배포한 타이포스트 기사를 소개하며 “수공이 아라뱃길 시공에 10년이 걸렸다고 한 염 총장의 폭로는 완전한 오보”라며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들의 사기를 꺾는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쟁 상대에게 악용될 소지를 만들어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6월 27일 KBS 9시 뉴스.
 
보수언론인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와 매일경제 등 경제지들도 기사와 사설을 통해 환경운동연합 활동에 대해 “6조 원 규모에 이르는 수자원공사의 사업 수주를 위험에 빠뜨리고 국익을 해친 행위(6월 29일 동아일보 사설)”라거나 “환경운동연합의 수자원공사에 대한 비방 활동은 몰상식한 짓(6월 29일 조선일보 사설)”이라는 등 환경단체가 국익을 위한 정부의 해외 수주를 방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들 언론이 받아쓴 국토부와 수공의 보도자료는 환경운동연합에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왜곡된 내용임이 밝혀졌다. 정부는 “환경운동연합이 ‘태국 언론에 수공의 부채 비율이 700% 이상’이라며 ‘한국에서는 수공의 사업수주에 매우 충격적(very Shocked)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태국현지 언론인 타이포스트의 오보로 확인됐다.

타이포스트는 1일 오전 염형철 총장이 수공의 부채 비율이 700%라고 했다는 내용은 오보였음을 인정하고 정정보도를 냈으며 ‘매우 충격적(very Shocked)’이라는 표현도 한국의 반응이 아닌 염 총장의 개인적인 놀라움(surprising)이었다고 수정했다.

염 총장은 1일 오전 환경운동연합에서 태국 물관리사업 조사 왜곡보도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발표문에는 수공의 자본 대비 부채가 122%임을 도표로 나타냈고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수공의 부채증가율이 758%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부채가 70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KBS 등에서 환경운동연합이 경인운하 공사를 10년이 걸렸다고 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선 “굴포천 방수로 공사 시작이 1991년 이뤄졌고, 경인운하는 3년여 동안 진행됐다고 분명히 발언했으며 발표 자료에도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역시 기자에게 확인해 준 내용이지만 정정없이 그대로 보도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환경운동연합이 제시한 발표자료(아래 두번째 도표)에 따르면, 경인운하의 기초공사격인 굴포천 방수로 공사는 1991년에 시작된 것으로 표기돼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공사기간은 20년으로 계산되며, 해당 수치 옆 괄호 안에 표기된 운하공사 실제기간은 2009년-2012년으로 표기돼 있다. KBS 등의 '공사기간 10년' 보도는 염 총장이 발표한 자료도 확인하지 않는 명백한 오보인 셈이다.   

   
 
 
   
▲ 환경운동연합은 수자원공사 부채가 70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는 것과 경인운하 공사를 10년이 걸렸다고 발언한 사실이 없다며 실제 발표 자료를 공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태국 물관리 사업의 추진 상황은 2008년 말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됐을 때와 너무도 유사하고 피해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 환경영향평가도 없었다”며 “한국 정부나 기업이 외국에서 하는 일을 무조건 지지하고 잘못에 침묵해야 하며, 환경운동이 한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죽여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국익 논란에 반대 뜻을 표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와 참여 기업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대변한 언론들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문의 한 번 하지 않고 주요 사실을 왜곡하고 비틀어 우리를 몰상식한 단체로 몰아가는 마녀사냥을 했다”며 “이들의 보도가 오보로 확인된 이상 언론중재요청 등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토부와 수공에 대해서도 대국민 사과를 요구할 방침이다.

   
환경운동연합은 1일 오전 태국 물관리사업 조사 왜곡보도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오보를 전한 정부와 언론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강성원
 
이에 대해 박지현 수자원공사 해외사업본부 차장은 “타이포스트 정정보도 내용은 번역 의뢰한 상태고 설사 오보로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사과할 이유는 없다”며 “타이포스트와 더네이션 등 유력 영자지에서 보도가 그렇게 났고 그에 따라 수공도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운동연합의 발표 내용을 실제로 확인했느냐는 물음엔 “현지 기자들에게 입수한 자료와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확인했다”며 “우리는 명백히 허위 사실로 봤고 염 총장에 대한 고소는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KBS의 해당 보도를 한 황상무 사회1부장과 김시곤 보도국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두 사람 모두 “해당 내용으론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KBS가 정부 입장을 과도하게 포장하는 역할을 지금껏 해 왔고 이 사건도 그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며 “염 총장이 KBS에 충분히 해명 자료를 제공했고 오늘 현지 언론 보도가 오보라고 판명 났음에도 KBS는 그동안 내세웠던 기계적 균형은커녕 반박 내용에 대해 취재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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