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경찰의 수사 은폐를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국내 3대 종교계도 시국선언 행렬에 동참했다.

종교계에선 가장 먼저 시국선언에 뛰어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 천주교 단체들은 21일 “우리 천주교 단체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이번 사태를 보며, 침묵으로만 좌시할 수 없었다”며 ‘국정원 대선개입과 검‧경의 축소수사를 규탄하는 천주교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여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비난하는 공작을 저지르고 이를 조사해야 하는 경찰은 사실을 은폐하려 축소‧수사하는 부정을 저지르고 말았다”면서 “국민대통합 시대를 목표로 하는 박근혜 정부는 이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엄중히 다루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천주교 단체에 이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도 이날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이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진상 규명되길 희망하며, 관련자의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한다”며 “정부 또한 그냥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현 정부는 부정선거로 당선된 정권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며, 국민의 분노와 불신으로 국정을 운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실천승가회는 “대통령 직선제는 지난 1987년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은 민주주의의 꽃인데 민주주의의 꽃을 국정원과 경찰은 무시하고, 오직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신들의 힘을 이용하여 부정을 저질렀다”며 “이번 사건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우리나라의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감리교 청년회 전국연합회 등 11개 기독교 단체들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 정의가 무너져 내리고 연약한 생명이 안타깝게 쓰러져 가는 살풍경으로 가득한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생명의 가치를 믿고 따르는 우리 신앙인들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됐다”며 “이번 국정원 수사결과는 현 정부의 실체와 앞으로 행보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여당과 국정원은 사과와 자숙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남북정상회담 NLL 발언록 공개 공방을 벌이는 등 계속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특히 청와대는 누구보다 앞장서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고 적극적으로 국정원과 수사기관의 쇄신을 천명해야 함에도 침묵과 방관으로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어, 일련의 사태가 국정원 단독 행보가 아님을 밝혀주고 방증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주교와 기독교 단체들은 이번 시국선언을 발표하면서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춰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는 성경 마태복음 10장 26절을 상징적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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