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IT노동조합)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창조경제의 핵심 분야인 IT(정보통신)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하루 평균 12시간씩 일하도록 무료노동을 강제하는 IT업계의 살인적 야근 때문이다. 
 
IT노동조합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IT노동자들은 주간 평균 57.3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한 시간만큼 시간외근로수당을 받는 비율은 10% 정도에 그쳤다. (5월 1일~20일 동안 전국 1026명의 IT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초과근로수당에 대한 법은 있지만 기업은 지키지 않고, 이를 규제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외면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가운데 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IT노조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IT업계에서 이른바 '3대 막장 중 하나'라고 불리는 농협정보시스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 IT노조가 지난달 1일부터 20일 동안 온라인에서 전국 1026명의 IT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주간 근로시간은 57.3시간(일주일 중 5일 근로 기준 1일 평균 12시간)이다.
 
농협정보시스템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 여간 개발자로 근무했던 양아무개씨의 폭로로 널리 알려졌다. 양씨는 이 기간 동안 야근으로만 4525시간을 일해, 연간 4000시간 이상 일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한국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2011년)인 2116시간의 두 배에 달한다. 또한 주간 근로시간으로 환산하면 77시간으로, 일주일 중 5일 근로 기준으로 보면 하루 평균 15.4시간을 일한 셈이다.
 
양씨는 결국 건강검진 검사결과에서 폐렴진단을 받아 오른쪽 폐의 절반을 잘라냈고, 결핵성 폐농양초기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양씨는 "주치의 의사는 이정도 과로로 얼마든지 결핵성 폐농양 같은 면역 저하에 의한 질병이 발병한다는 소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정보시스템은 양씨의 야근시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농협정보시스템은 개인별 야근시간을 월 11시간으로 한정해, 그 이상 초과 근로를 하더라도 입력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해 농협정보시스템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의 시간외근로시간 기준을 고려해 정했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농협정보시스템을 고소했지만 형사고소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됐고, 민사에선 양씨가 주장한 야근시간의 30%를 인정받아 2년간 1427시간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양씨와 농협정보시스템은 모두 재판 결과를 거부하며 항소를 했다. 
 
장하나 의원과 IT노조는 "농협정보시스템은 양씨의 건강악화를 책임지기는커녕 그를 해고했다"면서 "양씨와 같은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고용노동부는 농협정보시스템을 시작으로 IT업계의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서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ICT(정보통신기술)를 강조했지만, IT 노동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980시간으로 전체 2116시간보다 40%나 길다"면서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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