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창설 이후 처음으로 육·해·공 가운데 공군 전 부대 내에 금연 정책을 전면 실시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군대 내 과도한 금연 강요로 기본권 침해 목소리뿐 아니라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한 장교는 공군이 오늘 7월 1일부터 성일환 공군참모총장의 지시사항에 따라 전 부대 내에 흡연이 금지된다고 3일 밝혔다. 성 총장은 지난해 4월 취임하면서부터 부대 내 금연 확대에 강한 의지를 표명해 오다 10월부터는 ‘튼튼공군, 금연爲(위) 프로젝트’를 추진해 장병들의 금연을 유도했다.

이 공군 장교는 “지난해 9월 군 건강증진 업무훈령 개정과 12월 국민건강증진법 발효로 각 부대에서도 군인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동참하는 차원에서 금연 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금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공군도 따라가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공군참모총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연 클리닉 전 부대 시행 이후 공군 ‘5전술공수비행단’ 조종사 전원이 금연에 성공했을 정도로 실효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군은 올해 보건복지부가 선정하는 모범 금연기관으로 꼽히기도 해 성일환 총장의 지시사항에 따라 공군 내 흡연자 비율이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공군 병력은 2012년 1월 기준으로 6만5000여 명 정도이고, 이는 전체 병력(63만9000명)의 10%를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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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는 제26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에서 ‘담배 연기 없는 클린 공군 건설’을 목표로 전 부대 금연 등 군대 내 금연 프로그램을 실시한 공군에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주기도 했다.

현재 군에 담배를 납품하고 있는 KT&G는 지난해 국군복지단을 통해 3600만 갑 가량을 납품했다. 담배 한 갑 가격을 평균 2500원으로 계산했을 때 공군 병력 비율을 감안하면 공군 내 연간 담배 매출액은 90억 정도에 이른다.

금연 프로그램이 각 비행단별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흡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흡연 구역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는 공군의 설명에 대해 일각에선 군 조직에서 자발은 있을 수 없으며 실효성도 없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군대에서 자발성이라는 것은 난센스고 군 금연정책에도 피는 사람을 그대로 둘 것인지 의문”이라며 “장병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도이고 공군참모총장이 이런 식으로 일방적 금연 지시를 내리는 것은 장군 품위에도 어긋나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본적으로 담배는 유해 물질로 판매하지 말아야 하지만 정부는 팔고 있으면서 군에서 피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장병 인권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고 인권과 관계없는, 비정치적이고 가시적 표창을 다른 부대에 보여주기 위한 금연 운동은 군 본연의 임무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임 소장은 군에서 주장하는 건강상의 이유에 대해 “진실로 장병의 건강권을 위한다면 군 내에서 진료받을 권리가 얼마나 충족되고 있는지 조사하고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얘기해야 한다”며 “건강을 해치는 것은 담배뿐만 아니라 정크푸드나 냉동식품도 잔뜩 판매하고 있으며, 금연 캠페인은 실효성도 없고 장병 복지와도 아무 관계 없다”고 지적했다.

군대 내 금연 정책은 자발적 캠페인이라는 명분하에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반강제 되다시피 진행됐으며 장병들의 자기행동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지속해서 받아왔다.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군대 내 장병들에게 과도한 금연을 강요한 군 지휘관에 대해 헌법 제10조에 보장된 행동자유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경고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해당 결정문에서 “장병들이 흡연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 결정, 즉 흡연권은 헌법상 자기행동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에서 파생되는 권리”라며 “24시간 동안 부대 내 전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행위는 법적인 근거 없이 흡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행위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군부대 내 시설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지정한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금연시설을 지정할 정당한 권한을 법률에서 위임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국민건강증진법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타인의 혐연권과 건강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흡연 장소를 분리하고자 하는 목적이지, 혐연권을 이유로 흡연권 일체를 부인하려는 취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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