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 지키지 않으면 비극이 계속 반복될 것”
“5·18 정신 지키지 않으면 비극이 계속 반복될 것”
[청년, 5·18을 말하다] “일베는 시작에 불과”… 학점·스펙에 매몰, 역사 무관심도 문제

“피를 부르는 미친 군홧발 소리가 고요히 잠들려는 우리의 안방에까지 스며들어 우리의 가슴팍과 머리를 짓이겨 놓으려 하는 지금, 동포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이지 않는 공포가 우리를 짓눌러 우리의 숨통을 막아버리고 우리의 눈과 귀를 막아 우리를 번득이는 총칼의 위협 아래 끌려다니는 노예로 만들고 있는 지금, 동포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김의기, <동포에게 드리는 글> 중>

1980년 5월 30일 당시 서강대 무역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의기 열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진압된 뒤 광주 학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서울 기독교회관 6층에서 ‘광주 학살에 맞서 궐기할 것’을 촉구하는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뿌리며 몸을 던졌다. 그의 나이 21살 때였다.

그 후 어느덧 33년이 흘렀다. 지난 30일 저녁 서강대 청년광장에서는 제33주기 김의기 열사 추모문화제(의기제)가 열렸다. 예년보다 학생들의 참여도, 관심도 높았다. 서강대 06학번 학생들로 구성된 의기제 준비단은 재학생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추모제를 축제 주간에 실시하고, 광주 민주묘역 방문 전 지난 6일부터 10일 간 ‘5·18 광주 민중항쟁 사진전’을 개최해 학내에 민주화 정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31일까지 김의기 열사 추모비 앞에 설치된 분향소 방명록은 벌써 두 권을 훌쩍 넘겼다.

   
▲ 지난 30일 저녁 서강대 청년광장에서는 제33주기 김의기 열사 추모문화제(의기제)가 열렸다.
 
일베 등 인터넷에선 5·18 정신을 훼손하는 목소리가 난무한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5·18의 참 정신을 지키려는 청년 학생들이 역사의 진실을 기억하고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서강대 법학과 06학번 이현주 의기제 준비단장은 30일 기자와 만나 “생각보다 많은 동문과 재학생의 참여로 의기형의 정신을 기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5·18과 관련해 일베와 종편에서 논란을 일으켜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행사를 방해하거나 훼손하는 일은 없었다”며 “올해 광주 가는 버스도 이례적으로 2대나 갔고 60명 참가자 중 재학생이 55명일 정도로 재학생 참여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단장은 “5·18 민주화운동은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임에도 폭동으로 매도하는 사람이 늘고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은 게 안타깝다”며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선 5·18과 관련해선 국사 시간 한 두 페이지밖에 접할 기회가 없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어떻게 전개됐는지 모르는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은 일베나 종편에서 몰아가는 자극적인 소재에 끌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피를 부르는 군홧발 소리가 들리는 상황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공포가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5·18 기념일을 맞아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찾았다는 전보경(19·남) 서강대 사회과학부 신입생은 민주묘지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요구하며 밤새 수십 번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전보경 학생은 “5·18 정신을 폄훼하는 지금이 시도는 시작에 불과하고 그런 발언과 행태에 눈 감으면 우리 스스로 역사를 갉아 먹는 것”이라며 “종편에서 북한군 개입설을 일삼는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 규탄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점과 스펙 경쟁에 매몰된 요즘의 대학 사회에서 이처럼 5·18과 역사왜곡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광주 학생들에게도 5·18은 5월에 잠깐의 지나가는 행사일 뿐이다.

올해 전남대 철학과에 입학한 백선경(19·여) 학생은 “광주에 있는 학교에서도 5·18 정신을 기념하는 교육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일반 고등학교 대부분은 5·18 기념일이 와도 이를 기억해 보고 생각해 보라기보다 6월 모의고사가 한 달 남았으니 잘 준비하라는 말밖에 안 한다”고 지적했다.

백선경 학생은 “과거 민주주의를 탄압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떳떳하게 살고 있는데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지 않았을 때 이 같은 실수들이 되풀이되는 것 같다”며 “5·18의 경우에도 지금 시점에서 얼마든지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고 현재 우리의 일상과 정치에 반추해 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연소 구의원으로 알려진 최유진(29) 광주 북구 의원은 한국의 청년들이 5·18과 역사 문제에 무관심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젊은 층들은 너무 자기 문제에만 갇혀 사회를 보지 못해서”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은 교육과 의료 등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적은데 우리는 대학을 가도 등록금 걱정이고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과 대출금 걱정, 회사에 다녀도 결혼, 결혼해도 출산 등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황일수록 민주적 시민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교육이 더욱 중심을 잡아야 하고 학교 교육 과정 내에 민주주의와 관련된 수업 과정이 의무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며 “5·18과 같은 국가기념일 즈음에는 교육부가 공통의 교육 지침을 세워 계기교육을 필수로 삽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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