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등록금 받고, 자치활동도 막는 ‘슈퍼 갑’ 대학들
비싼 등록금 받고, 자치활동도 막는 ‘슈퍼 갑’ 대학들
학생 정치활동 금지·학교 명예훼손 징계 등 자치권 탄압 구시대적 학칙 여전

최근 들어 대학생들의 다양한 학내 활동에 대해 학교 측이 각종 학칙과 내부 규정을 내세워 최소한의 자율성과 자치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어나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의 자치권 침해와 대학자치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석자은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최근 논란이 된 김재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강연 취소 등 학생들의 학술 행사 불허 건과 관련한 사례를 소개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진보2013’이라는 강연회를 개최하기 위해 지난 2월 말부터 대학본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학생처는 공문을 통해 ‘학생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학칙을 이유로 불허 통보했다.

석 회장은 “작년에도 진보2012 행사가 개최됐고 그 당시 지은희 전 총장과 협의로 무사히 진행됐는데 올해 학교가 행사 진행을 불허한 것은 비리재단의 복귀와 총장이 바뀐 것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며 “학교는 행사 진행 조건으로 재단에 대한 투쟁을 하지 말고 3월 20일 총장 취임식에서 재단과 총장에 반대하는 어떤 의사표시도 하지 말라고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트위터 캡처.
 

학교 측이 이런 결정을 한 근거는 ‘학생은 학내외를 막론하고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기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학칙이었다. 그러나 덕성여대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이유로 정치인·언론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의 강연 자체를 막은 일은 없었다. 더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07년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대학 학칙이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해당 조항을 개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 밖에도 석 회장은 “진보2013 강연회가 열리는 사흘 내내 학교는 교문을 버스로 막아 스쿨버스산성이란 비판이 나올 정도로 학생 탄압의 불만이 높았다”며 “학칙만을 계속 내세우면서 학생회를 무력화하고 학생 자치권을 탄압하는 것이 학교의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중앙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총학생회선거에서 학교의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선거에서 당선된 총학생회를 강제로 당선 무효시켰다. 심지어 이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표상아 중앙대 2013총학생회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당시 후보가 제기했던 법정부담전입금과 뻥튀기 예산에 대한 내용을 확인해 보니 허위사실 유포로 보기 어려웠다”며 “법인부담 전입금도 법인의 수익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만 부담해야 한다는 학교 측의 주장과 달리 수익용 자산에서만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의 자치권 침해와 대학자치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김동규 반값등록금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이 토론회 사회 발언을 하고 있다.
©강성원 기자
 
중앙대는 지난해 11월 학생지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학생회 당선 무효에 이어 징계위에 회부했으나 징계로 이어지진 않았다. 결국 해당 선본은 지난달 재선거를 하고서야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로 당선됐다.

표 위원장은 “2013총학생회 선거는 대학이 학생들을 다루는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학교가 학생을 탄압하는 방식은 학칙이나 내부규정을 내세워 징계뿐 아니라 고소·고발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세윤 연세대학교 연세춘추 편집국장은 지난달 11일 신문 1면의 백지 발행 배경에 대해 “학교 측이 연세춘추의 지원 여부와 학생들의 학생회비 등 잡부금 납부 방식에 대해 한 마디의 상의 없이 운영예산을 30% 수준으로 깎았다”며 “백지 발행 결정이 나고서야 학교는 대화를 수용했지만 ‘이렇게 된 것은 너희 탓’, ‘학교도 어려우니 알아서 잘 해봐라’는 식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예산 복구 협상을 하면서 학교는 기사에 대해 시비 거는 일이 잦아졌다”며 “대학언론도 장기적으론 독립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와 학교 어느 쪽도 대학언론에 관심이 없어 너무나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백지로 발행된 연세춘추 1면.
 
발표자로 참석한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 같은 대학자치권 침해에 대해 “많은 대학이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사전에 규제하는 구시대적 학칙을 가지고 있고 학생단체의 설치와 운영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대학도 상당수에 이른다”며 “대학에서 학생을 징계할 때도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면서 민주적이고 합리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보다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입장에 따라 징계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반값등록금 실현과 교육공공성강화를 위한 국민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학생회 등 학생자치 활동에 대한 보장과 대학본부의 지원 의무, 부당한 간섭과 탄압을 금지하는 규정을 담아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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