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로 5년간 일했는데 임신했다고 관두라뇨”
“보육교사로 5년간 일했는데 임신했다고 관두라뇨”
부산금정구 3명중 임신교사만 재계약해지…“합리적 이유 없어” “임신과 무관”

“실제로 제가 금정구청에서 계약직으로 있으면서 목격하고 경험한 바로는 임신으로 사직을 권고받는 분위기가 당연한 것이고 본인이 알아서 나가 달라고 눈치 주는 게 참 고통스럽더라고요”

5년 동안 관공서 어린이집에서 일하다 임신 후 재계약이 안 된 한 보육교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억울함과 울분을 쏟아냈다. 부산시 금정구청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계약직 보육교사로 일하던 김아무개(32)씨는 지난 2월 18일 계약 종료를 통보받고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

김씨는 지난 2008년 2월 지방계약직 공무원으로 금정구청 어린이집에 입사 후 5년간 근속했다. 하지만 올해 지방계약직공무원 규정에 따라 채용기간이 만료돼 지난 1월 구청에서 낸 채용공고에 지원했다. 하지만 김씨는 법령에서 규정한 5년의 채용 기간 한도가 지났으며 면접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함께 일했던 재계약 대상 중 유일하게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당시 임신 8개월 차로 4월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근속자 3명 중 임신한 사람만 떨어진 것은 임신한 사람을 뽑으면 출산 휴가를 줘야 하고 대체 인력도 뽑아야 해 번거롭다는 윗사람들의 생각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합격자 통보가 나고 바로 구청 총무과에 방문해 심사기준을 따졌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부산시 금정구청 직장어린이집 임신한 보육노동자 해고 규탄 기자회견'.
©연합뉴스
 

신입 보육교사 채용공고가 났을 때도 주변 동료들조차 임신한 배로 면접 봐서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말들이 많았다. 근무평가나 업무능력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재계약이 안 된 까닭은 임신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주변 보육교사들을 비롯해 구민 1400명 가까이 김씨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한 것도 임신에 따른 부당 계약해지라는 공감대가 높음을 의미한다.
 
반면 금정구청은 임신을 이유로 차별을 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원철 금정구청 총무과 담당자는 “이번에 신규로 채용된 교사 중에는 출산휴가 중이었다가 계약이 만료된 후 다시 채용된 사람도 있다”며 임신 여부와 채용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교사는 4년을 근속하고 남은 1년을 이미 육아휴직으로 사용해 채용 후 육아휴직에 들어가야 하는 김씨와는 상황이 달랐다.
 
박원철 담당자는 “공개채용에 10명이 지원했고, 그 중 우수한 사람을 뽑기 위해선 스펙을 볼 수밖에 없다”며 “김씨의 경우 보육교사 자격증은 있지만 유치원 교사 자격증은 없었고 초과근무 시간도 다른 교사들에 비해 적었다”며 채용되지 않은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와 함께 금정구청에 항의 방문했던 정명화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부의장은 “김씨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보육교사 1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데 하등의 지장이 없다”며 “대학 유아교육과를 나와야 받을 수 있는 유치원 교사 자격증이 없어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은 학력 차별일 뿐만 아니라 심사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신규 공무원 채용 면접 심사 기준은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 지식과 그 응용능력 △의사 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의 5개 항목으로 학력이나 자격증 유무를 평가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김씨는 지난해 말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헌신적으로 일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산시와 어린이집연합회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뚜렷한 업무 능력의 차이가 없고 동일한 조건에서 일한 사람 중 임신한 특정인만 재계약에 탈락했다면 법적으로 임신에 의한 차별로 볼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현주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차별 조항에 성별에 의한 차별뿐 아니라 임신에 의한 차별도 포함돼 있다”며 “채용 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말라는 것은 계약직 공무원 규정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등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들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임신 및 출산을 이유로 여성노동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한 법이 있지만,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에서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여성의 임신과 출산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엄마 마음으로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분명한 해답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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